사재기 논란을 실명 폭로한 블락비 박경. 사진. KQ엔터테인먼트, 박경 SNS 캡처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가요계가 사재기 논란으로 발칵 뒤집혔다. 공개적으로 최초 언급을 한 블락비 박경에 대해 법적대응을 강구하겠다는 반응이 있는 한편 그를 응원하는 여론 역시 뜨겁다. 업계는 이번 사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앞서 박경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을 언급하며 "이들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최근 가요계 음원 차트를 둘러싼 사재기 논란을 정조준한 것. 암묵적으로 기정사실화된 사재기를 공적으로 언급한 가수는 박경이 최초다.

◇ "사재기 제안받은 적 있어"…박경에 힘 보태는 가수들

박경이 거론한 가수 측은 사재기가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며 명예훼손 고소로 맞섰지만 박경에 힘을 실어주는 동료 가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의 김간지와 성시경, 이승환 등이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으며, 딘딘과 마미손은 음원 사재기를 공개 저격하는 음원을 발매했다. 다비치 강민경 역시 사재기 의혹으로 얼룩진 현 음원 차트 상황을 은유적으로 언급했다.

바이브 등 사재기 의혹 가수를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한 가수 마미손. 사진. 유튜브 페이지 캡처

가수와 대중 모두가 사재기에 대한 의문과 차트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던 시점에 나온 박경의 공개 저격은 그 자체로 큰 반향을 낳았다. 대중 역시 차트 순위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댓글을 통해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을 가하는 한편 사재기 근절을 염원하는 청와대 청원글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일부 가수들은 인터뷰를 갖던 중 "요즘 차트는 믿을 수가 없다"며 비공식적으로 사재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상 모두가 사재기 현상을 인정하고 묵과하는 셈이다.

사재기 논란은 이미 가요계를 수차례 휩쓸고 간 사안이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엔터 3사로 꼽히는 SM·JYP·YG엔터테인먼트와 스타제국은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됐다. 2015년에는 JTBC '뉴스룸'이 스트리밍 공장으로 불리는 사재기 실태를 폭로했으나 단발적인 화제로만 그쳤다. 

지난달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주도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이 모여 '사재기' 논란에 대응하고자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었다. 사재기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같으나, 이를 잡아낼 만한 수단이 미비한 현실이다.

◇ 이유 없는 역주행에 의혹 증폭…MMA는 사재기 의심 가수 배제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나영과 양다일의 듀엣 싱글. 사진. 브랜뉴뮤직

일부 가수들이 사재기로 의심 받는 이유는 뚜렷하다. 비교적 인지도가 없는 가수가 발매 후 짧은 시간 내에 철옹성 같은 차트 1위를 차지하는데, 가수 측은 페이스북 마케팅 덕분이라고 항변하곤 한다. 

하지만 노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가수의 인지도가 없으면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막강한 인지도와 가수로서 오랜 경력을 가진 윤종신은 '좋니'를 역주행시켜 1위에 올려놓기까지 수많은 홍보과정과 수십여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직캠으로 역주행 신화를 일으킨 EXID 역시도 '위아래'로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차트 1위에 오르는 데에는 수개월이 걸렸다.

최근에는 김나영과 양다일의 컬래버레이션 곡이 음원 강자로 꼽히는 아이유와 폭넓은 팬덤을 보유한 엑소, 1000만 관객 고지를 앞두고 있는 '겨울왕국 2' OST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해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인지도와 대중성이 떨어지는 가수들이 이들을 꺾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외에도 닐로, 숀, 케이시 등 사재기로 의심받는 몇몇 가수들이 방탄소년단, 박효신, 태연, 아이유, 엑소 등 음원 강자로 꼽히는 이들까지 꺾고 음원 1위를 차지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역주행을 일으킬 만한 '계기'도 없는 상태에서 순위가 급등하거나, 상대적으로 2030 세대보다 음원 사이트 이용률이 적은 50대 유저들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거나, 인지도가 없음에도 진입부터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유형은 다양했다. 대형 가수들까지 꺾을 정도로 막강한 음원 파워를 자랑한 이들 가수들은 멜론의 자사 시상식 MMA(멜론뮤직어워드)에 초청받지 못한 점은 사재기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운다.

◇ "억울하다"며 조사 자청한 바이브…진상 규명 실효성은?

그룹 바이브. 사진.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이 가운데 박경이 언급한 사재기 의심 가수 중 가장 선배격에 해당하는 바이브는 재차 공식입장을 밝히며 억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 측은 3일 새롭게 입장을 전하면서 "범죄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조사가 가능하다 생각되는 모든 기관에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바이브는 허위 사실로 비롯된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요계 선배로서 저희 또한 바이브의 음악 인생 전부를 걸고 명백하게 이 부분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브가 조사를 의뢰한 기관 다수는 사재기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재기 논란 때문에 각 음악 사이트들이 조사를 해본 걸로 알고 있다. 다만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조사해보고 따로 조사 의뢰를 해봤음에도 사재기로 입증될 만한 비정상적 수치가 나오지 않아 실제적으로는 판명이 나지 않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음원 업체들도 답답해 하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게 음원 업계에도 좋은 일인데, 비정상적 수치가 안 나오는 만큼 이상하다는 건 감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바이브가 자발적으로 조사를 요청했다고 들었지만 내부에서는 사재기 관련해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나 여타의 특이사항이 없다"면서 "바이브 측이 공식 기관에 요청한다고 한 만큼 아직까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대한가수협회 측은 사재기 논란이 가수 개개인에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대한가수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산업윤리에 해당되는 본 사안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사재기의 행위 주체자는 가수가 아닌 기획사이며 사재기 역시 기획사 간의 행위라고 본다"면서 "조사 요청 공문을 메이저나인에서 받은 건 사실이나 우리가 조사권을 갖고 조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내부에서 논의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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