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동월대비 2019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 통계청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0.2% 상승하면서 4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0%대 저물가 현상이 1965년 통계 작성 후 역대 최장 기간인 11개월동안 지속된 데다 일시적 변동이 반영되지 않은 근원 물가는 20년 만에 최저였던 지난 9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침체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9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100)로, 상승률은 0.2%로 집계됐다. 비록 3개월 연속(8월 0.0%, 9월 –0.4%, 10월 0.0%) 물가 보합 및 감소세에서는 벗어났지만, 1% 이하 물가 상승률 최장 기록인 10개월(2015년 2월~11월)을 넘기면서 11개월을 기록했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공공요금과 서비스 요금이 일부 인상했으며, 농산물과 석유류의 가격 하락세가 완화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와 수도, 가스요금이 1.5%, 개인서비스 가격도 1.6% 올랐다. 10월에 3.8% 하락했던 농축수산물의 가격은 11월 2.7% 하락해 내림폭이 작아졌고, 석유류 가격도 –7.8%에서 –4.8%로 하락 폭이 줄었다.

그러나 11월 소비자 물가가 상승세로 돌아섰음에도 저물가 행진이 이어지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시적 충격으로 인한 가격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근원물가가 여전히 낮은 탓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기상 변화에 따라 등락이 큰 농산물과 외부 요인에 민감한 석유류 등을 제거하고 산출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9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1999년 11월(0.6%)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1년 전보다 0.5% 상승하는 데 그쳐 지난 9월(0.5%)과 동일한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같은 지적에 대해 “최근 무상 교육이나 의료 등 공공 부문에서 복지 차원의 정부 재정 지원 서비스로 인한 서비스 부문 물가 하락폭이 상당했던 영향이 크다”면서 “전체적인 소비 부진에 의한 물가 하락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부인했다. 또한 “작년 12월부터 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저효과로 12월에도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주동헌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디어SR에 현재 경제 상황을 “디플레이션보다 부동산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버블 붕괴)하게 될 경우가 더 위험하고 가계 대출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그 때문에 한국은행이 섣불리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주 교수는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나 물가 원인에 의해서 생산이 위축되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아 아직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 경제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단정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다만 “경기가 부진하는 현 상황을 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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