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YB. 사진. 디컴퍼니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데뷔 25주년에, ‘국민밴드’라는 수식어도 달고 있다. 윤도현·박태희·김진원·허준·스캇 할로웰로 이뤄진 밴드 YB는, 국내 밴드들에게도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다. 짊어진 무게감이 클 법도 하지만 YB는 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늘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는 YB에게 ‘국민밴드’라는 수식어는 감사하지만 그렇다 해서 부담을 주는 건 아니란다. 곧게 중심을 잡고 강한 생명력을 가진 YB만의 음악을 해나가기 위해, YB는 지금도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Q. 올해로 25주년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윤도현:
주변 분들이 이야기해주셔서 ‘그렇구나’라는 정도로만 느껴요. 연차에 대해 잘 인식하질 않고 있거든요. 꽤 오래 해왔구나 싶죠. 아직도 달리고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죠. 이번 앨범에는 YB와는 다른 음악 색을 가진 노래도 담겼어요. 저희가 계속 지켜나가야 할 것들과 변화해야 할 것들을 최대한 잘 섞으려고 노력했거든요.

Q. 어떤 변화가 담겼나요.
허준: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지만 그만큼 사용하는 말과 표현들도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요즘의 표현방식을 단순히 흉내 내면 안 되겠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지금의 방식으로 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야 더 많은 분들이 쉽게 들어주실 수 있잖아요. 저는 진화가 그런 느낌 같아요. 방법만 다를 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윤도현: 그동안 입어보지 못한 옷을 입어보는 것도 진화의 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패션도 빈티지와 레트로 감성이 다시 유행하는 것처럼, 예전에 나온 것이어도 저희가 연주해보지 않은 형태라면 그런 것들까지 시행하는 게 진화인 거죠. 이번 앨범은 그런 것들이 버무려졌어요.

밴드 YB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허준. 사진. 디컴퍼니

Q. 모든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다면요?
윤도현:
다른 데서 열심히 아껴볼 생각입니다. 하하. 사실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은 맞아요. 다행인 건, 최근 영상을 제작하는 젊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YB와 함께 작업한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친구들인데, 그들이 가진 젊은 감성과 철학적인 태도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 친구들과 컬래버레이션의 형태로 열심히 하다 보니 생각보다 제작비 때문에 힘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래도 열심히 아끼고는 있죠(웃음).

Q. 세대를 아우를 정도로 YB는 명실상부한 ‘국민밴드’로 통하고 있어요. 때로는 무거울 수도 있는 수식어이기도 하죠. 당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윤도현:
수식어에 대한 고마움은 있지만 저희가 그걸 가져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갖고 있어요. 수식어에는 크게 부담을 갖고 있진 않아요. 다만 감사할 뿐이고요.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 말고도 국민밴드라는 수식어를 가진 밴드들이 많거든요. 수식어보다는 YB가 어떤 식으로 음악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Q. 국민밴드의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YB의 음악에 대한 질적인 믿음을 갖고 있어요. 대중을 늘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은, 창작자로서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죠.
윤도현:
밴드로서 앨범을 하나씩 낼 때마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저는 그냥, 공연장을 찾는 관객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한 걸 보며 ‘이래서 국민밴드라 불러주나 보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가족 단위의 관객 분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박태희: 공연을 다니다보면 전 연령대가 모인 축제 같은 공연장도 있어요. 저희의 장점은, 곡 선정을 즉석에서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가사 전달력부터 저희 보컬이 가진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노련함이 저희를 ‘국민밴드’로 불리게 하는 것 같아요. 현장성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죠. 

밴드 YB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박태희. 사진. 디컴퍼니

Q. 올해 들어 후배 밴드들의 해체 이야기도 들려요. 선배 밴드로서 이런 난관의 순간을 먼저 거쳤을 텐데, YB는 어떻게 ‘롱 런’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윤도현:
밴드들의 해체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구나 싶죠. 저희도 늘 위기가 도사리고 있어요. 바람 앞의 촛불 같은 밴드라 할까요? 다행히 서로 신뢰와 믿음이 있고, 음악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과 서로 바라보고 있는 지점도 같기 때문에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박태희: 후배들의 해체 소식을 들으면 ‘우리라도 버티자’는 전투적인 생각이 들어요. 사랑 받아 감사하지만 이런 상황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게 되고요.

Q. 밴드가 계속 이어오면서 멤버들에게 부양가족도 생겼고, 기성세대로 불릴 나이가 되었어요. 과거 혈혈단신으로서 ‘헝그리 정신’을 갖고 음악을 하는 것과 기성세대로서 음악을 하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김진원:
의외로,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서 음악 생활이 더욱 안정됐어요. 결혼 전에는 자유가 있었다면 결혼 후에는 내 삶 자체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음악을 하게 됐죠. 음악을 하는 것, 밴드를 하는 것과 YB를 유지하는 그 자체가 절실하고 소중해졌어요. 우리 노래를 대중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늘 같지만요.
윤도현: 절실해지는 건 정말 중요해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거든요. 절실한 것은 곧 처절하게 음악을 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허준이 그런 얘기를 자주 해요. 음악을 하는 건 강을 거슬러가는 작업 같다고요. 그게 맞아요. 힘든 과정을 돌파하고 음악을 다시 탄생시켜서 스스로 음악에 위로를 받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족이 있다는 건, 그런 걸 가능하게 하는 거죠.
박태희: 가족이 생기면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을 다시 보게 됐어요. 좋은 위치를 잡게 된 거죠. 아이와 아내, 부모님,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의 삶도 살게 된 건데, 외곬수 같은 길로 가기보다 대중의 시선도 가미된 거라 생각해요. 조금 느릴지라도 바른 길을 갈 수 있게 된 건데, 힘이 들더라도 지치지는 않아요.

밴드 YB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스칼 할로웰. 사진. 디컴퍼니

Q. 25년 전, 처음을 되돌아봤을 때 지금과 다른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음악 시장이 커진 건 확실하지만, 나아진 부분 이면에는 여전히 개선 안 되고 있는 부분도 있죠.
윤도현:
저는 좋은 것만 보는 편이라 개선이 안 된 점은 잘 모르겠어요. 모든 게 발전해서, 지금은 부족하다 해도 이전과 비교했을 땐 모든 게 다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나 더 좋아진 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문화의 힘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거예요. 다른 나라에도 자신감 있게 소개할 수 있는 문화를 갖고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 음악을 열심히 하는 게 곧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건 저희에게 정말 반가운 일이에요. K팝 후배들이 이뤄낸 성과의 한 부분인데, 그러면서도 인디 신에서 자생적으로 본인들만의 색을 구축한 후배 아티스트들의 역할도 크다고 봐요. 

Q. 플랫폼의 확장도 큰 역할을 했죠.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인 모두가 동일한 콘텐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거니까.
윤도현:
맞아요. 미디어도 다양해져서 이젠 TV에 나오는 것 말고도 원하는 걸 직접 찾아보는 시대가 됐죠. 그래서 저희도 유튜브 공식 채널을 열어서 꾸준히 음악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발표곡이 어느새 200곡 정도가 다 되어 가는데, 라이브 연주를 아트 작업을 가미한 영상물로 꾸준히 업로드 중이에요. 구독자는 얼마 없지만 하고 싶은 걸 구현했다는 점에서는 만족감이 커요. 사실, 저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어느 방송에서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요새의 YB는 버는 돈을 그런 쪽으로 다 투자하고 있는 것 같아요.

Q.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데, 최근 EBS 캐릭터인 ‘펭수’와 ‘정글의 법칙’을 통해 컬래버레이션을 하기도 했죠(웃음).
윤도현:
유명 셀럽이나 인플루언서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고 해서 저희 구독자가 늘어나진 않더라고요(웃음). 다만 펭수와의 만남은 정말 반가웠어요. 요즘 난리라는 캐릭터를 실제 눈 앞에서 본다는 신기함과, 펭수의 배려심 넘치는 모든 대화가 인상 깊었죠. 사실 펭수가 누군지는 몰랐는데, 펭수의 영상들을 보니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이래서 인기구나 싶었죠.

밴드 YB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윤도현. 사진. 디컴퍼니

Q. 앞서 언급했듯 YB는 발표곡이 정말 많아요. 그 중 특히나 애착이 가는 곡이 무엇인가요?
윤도현: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이제 단독 공연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공연에서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곡은 있어요. 이번 정규앨범에 수록된 ‘야간마차’라는 곡인데, 10주년 작업할 때 가장 먼저 손 댄 작품이거든요. 믹싱, 가사 수정, 멜로디 수정 등 편곡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렸는데, 그 덕에 완성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곡이 잘 나왔어요. 모든 악기 파트가 자기주장을 잘 하면서도 조화가 되어서 무대 라이브에 대한 기대감이 커요.

Q. 콘서트를 앞두고 있죠. YB가 생각했을 때 YB의 콘서트를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해본다면요?
윤도현:
YB를 지켜주셔야 하기 때문이죠(웃음). 공연을 준비한 건 오래 됐어요. 영상과 저희의 라이브가 잘 어우러지는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영상을 제작한지가 꽤 됐어요. ‘야간마차’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제프(Jeff)가 컬래버레이션으로 공연을 함께 할 예정이고요. 스매싱 펌킨스의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1979’를 스매싱 펌킨스 멤버들과 함께 보여드릴 것 같아서 더욱 기대돼요. 게다가 스탠딩 공연이고요. 한국에선 쉽지 않은 형태인 만큼 앞으로는 다신 없을 공연일 것 같기도 해요.
박태희: 망년회를 많이들 하실 텐데, 앞서가는 모임이라면 11월 말로 앞당겨서 저희 공연으로 망년회를 함께 하시면 정말 좋지 않으실까요?(웃음) 어느 망년회에 비교해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 
김진원: 공연으로 망년회를 보는 게 바로 요즘의 선진문화죠(일동 박장대소).

밴드 YB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김진원. 사진. 디컴퍼니

Q. 연령대가 폭넓은 만큼 단체로 즐기기에 좋은 공연이겠네요(웃음).
윤도현:
YB 공연은 한 마디로 ‘축제’ 같아요. 축제에 가면 음악만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예술 장르와 문화가 소개되기도 하는데, 저희 공연에도 아티스트 같은 관객 분들이 많고 공연장 한켠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버스킹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도 그런 걸 더욱 발전시켜서 공연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게 저희 공연의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Q. YB의 노래는 발매 직후에 관심을 받지 못할지라도 시간이 지난 뒤 재조명되면서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YB 음악이 가진 생명력이 길다는 느낌이죠.
윤도현:
오랫동안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게 저희의 장점이라 생각해요. 듣는 분들이 시든 화초에 물을 주듯 저희 음악을 다시 들어주는 것 같아요. ‘흰수염고래’의 경우에도, 발표 당시에는 ‘나는 가수다’ 출연 직후였는데도 정말 반응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 후 다른 분들이 결혼식 축가로 부르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러주셨고, 방송 3사 파업 때도 불러주시더라고요. 저희가 그 자리엔 없어도 저희 노래를 불러주시면서 이 노래가 다시 사랑받게 됐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죠. ‘우리가 음악을 이래서 하는구나’라고요. 이런 음악들을 대중에 들려주면 각자 상황과 역할에 맞게 재조명되고, 때로는 치료제가 되거나 용기를 더해주는 친구가 되는 거고요. 저희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는 거라 생각해요.

Q. 이제 25주년이고, 앞으로도 더 활동을 해나갈 텐데 YB와 YB의 음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박태희:
이번 앨범에 ‘개는 달린다, 사랑처럼’이라는 곡이 있어요. 이제 저희의 어제의 모습이자 오늘의 모습이고, 공연장에서의 모습일 것 같아요. 앞으로 시간이 흘러 머리가 다 빠질지라도 그런 식으로 저희는 음악을 사랑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노래의 가사가 보여주는 게 지금 저희의 이 모습인 거고, YB 역시 그 가사처럼 나아갈 거예요.

밴드 YB. 사진. 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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