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권민수 기자]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노조가 소속된 전국화학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본부 IT 위원회(이하 위원회)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 완화를 비판했다.
위원회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특별연장근로 허용 확대, 재량근로제 허용 확대, 주 52시간제 위반 사업주 처벌유예 방침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50인~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관련 처벌을 유예하고, 자연재해 및 재난 시 해당 업무를 대체할 수 없는 경우에만 연장근로를 허락하는 특별연장근로의 인가 조건을 업무량이 늘어나는 등 경영상 사유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주최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최근 예고한 조치들은 주 52시간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일시적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이 연장되면 게임사는 신규 업데이트나 신작 시즌 시 장시간 노동을 합법적으로 시킬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IT 업계는 밤새 야근하는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지금은 주 52시간 제도의 정착을 향해 나아갈 때다. 청년 삶을 걱정한다고 하는데 실제 이번 정책으로 가장 피해보는 것은 청년노동자"라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 서승욱 지회장은 미디어SR에 "계도 기간이 부여되면 50인~299인 사업장에 해당하는 카카오 계열사의 주 52시간 도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
최근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이 "노동자의 더 일할 권리를 주 52시간제가 제한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위원회는 "IT업계는 고질적인 하청구조로 인한 저임금노동과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다. 과연 이런 현실이 장 위원장이 말하는 것처럼 더 많이 일할 권리를 침해해서 일어나는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또한 "국회에서 논의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3개월,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는 것"이라면서 "단위 기간이 확대되면 한 달 넘게 연속 60시간 이상의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위원회는 "탄력근로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쓰기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닌 노동자의 기본권인 건강권과 휴식권을 지키는 것이다"면서 " 특히 IT 산업 특성상 자율적인 업무환경이 정착돼야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게임업계 특성상 긴급하게 일에 착수할 때가 많지만, 내부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구조 혁신으로 과도한 야근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정책과 함께 기업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