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 김사민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대규모 손실 사태를 낸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에 대한 대책으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신탁 판매를 금지하면서, 과한 조치라는 은행권과 위험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당국의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번 주까지 고위험 상품 종합 개선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차후 최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종합 개선방안 원안을 발표해 원금 손실 위험이 20~30%가 넘는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했다. 동시에 은행의 신탁 판매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전 은행권에 일괄 금지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원금 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판매 잔액 75조원 중 주가연계증권(ELS)이 56조 6000억원이며, 이중 은행 신탁이 40조 4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이번 DLF 사태를 불러온 파생결합 사모펀드는 15조 4000억원 규모로, 은행 신탁의 절반이 안 되는 규모다.

은행권은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을 주로 판매해왔는데, 이를 통해 매년 1조원가량의 수수료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금까지 원금 손실을 낸 적이 없는 신탁 판매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한 조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28일 미디어SR에 "ELT는 금리 하락 국면에서 예금의 이자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손님들의 대체상품이었다. 이번 조치는 예금 외에 다양한 투자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손님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원금 손실 구조에 대해 안내하는 판매 채널의 완전판매를 보완해야지 무조건 판매를 중지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신탁 판매 금지가 DLF 사태에 대한 징벌적 조치라는 원성도 나온다. 특히나 위험성을 우려해 DLF 상품을 판매하지 않아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은행에서는 반감이 더 셀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은행이 신탁으로 벌어들인 수수료 이익은 KB국민은행(2372억원), 신한은행(1763억원), 하나은행(1578억원), 우리은행(1288억원) 순이다. 단순 수수료 이익만 놓고 보면 책임 소재에서 비켜나 있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DLF 사태의 대책으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ELS 자체가 지금까지 한 번도 원금 손실이 난 적이 없다. 고객들이 목돈을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로 흔히 구성하던 상품"이라면서 "DLS와 구조는 거의 비슷하지만, 문제가 된 DLF가 만기를 짧게 잡고 조기 상환 기회를 많이 주지 않은 것에 비하면 기초자산이 종합주가지수인 ELS는 비교적 안정성이 확보돼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DLS와 ELS가 기초자산만 다를 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위험한 상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공모형 신탁은 허용해달라고 하는데 신탁에는 공모와 사모의 구분이 없고 1대1 계약에 의해서 위탁자가 수탁자인 은행에 자산 운용을 맡기는 것"이라면서 "ELS만 한 번에 담아서 상품처럼 신탁을 판매하는 ELT는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신탁 상품 판매 여부에 대해 지속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22일 금융위에 ELT의 위험성을 낮추는 신탁 상품 보완책을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적 차원에서 신탁 판매 제한으로 원안 발표를 했고, 일단 이번 주말까지 의견 수렴 기간이라 은행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의견을 받고 있다"면서 "들어온 의견을 바탕으로 원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유지해야 할지, 좀 더 수정해서 발표할지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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