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현대차가 왜 LA로 갔을까...
[김병헌의 直說後談] 현대차가 왜 LA로 갔을까...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19.11.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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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제공. 현대자동차그룹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말로만 혁신 부르짖는 정부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서기 184년 황건적의 난부터 서기 280년까지 중국 대륙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집필한 중국의 대표적인 연의(고전역사소설)다. 명(明)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이 썼다. 서진(西晉)의 진수(陳壽)가 집필한 삼국지와 송(宋)나라 배송지(裴松之)의 삼국지주(三國志註)에 수록된 야사와 잡기를 근거로, 원나라 만담가들의 화본(話本)인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平話)의 줄거리를 취하여 쓴 작품이다. 원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라 하여 모두 24권 240칙(則)으로 이루어졌다.

거기에 보면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라는 애기가 나온다. 적벽대전(赤壁大戦)에서 유비에게 패한 조조가 도망을 가던 중 부하들이 “길이 좁은 데다 비에 패인 진흙 구덩이에 말굽이 빠져 갈 수 없다”고 하자 호통을 치며 한 말이다. 조조는 봉산개도 우수가교를 외치며 필사적으로 도망을 갔으나 관우에게 붙잡힌다. 조조가 말한 봉산개도 우수가교의 뜻은 난관이 있으면 돌파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 시행하라는 것이었지 단순히 최선을 다해 도망가자는 의미는 아니다

이 말의 근원은 원(元)나라의 희곡 작가인 관한경(關漢卿)이 쓴 '곡존효(哭存孝)'에 나온다. 곡존효 2절에 ‘3000명의 흑무사(鴉兵)들이 ’선봉에 서니 산을 만나면 길을 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며 앞으로 나아갔다‘고 쓰고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표현할 때 흔히 인용된다. 경영인들이 곧잘 이 말을 하는 이유도 다름 아닐 것이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어려움은 각자 사정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기업의 어려움은 역시 정부규제가 손에 꼽힌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상반기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보면 국민과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정부 규제 혁신에 불만족한다고 조사됐다. 대기업도 규제에 대한 체감도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럴바엔 차라리... 규제 해소에 소극적인 정부와 정치권으로 인해 중요한 미래 신사업 투자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얼마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차량공유,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본격 전개할 전략적 거점을 만들었다.

국내서 힘든 모빌리티사업

현대차는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LA시가 주최한 차세대 모빌리티 박람회인 LA 코모션에 참가해 미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법인 ‘모션 랩’을 세웠다. LA시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모션 랩은 이달부터 LA 도심의 주요 지하철역인 유니온역, 웨스트레이크역, 페르싱역, 7번가메트로센터역 등의 인근 환승 주차장 네 곳을 거점으로 지하철역 기반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LA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또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 할리우드 지역에 최대 300대의 차량을 차고지 제한 없이 차를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카셰어링 형태로 서비스한다. 모션 랩의 이번 모빌리티 서비스는 LA시의 산하기관인 LA 메트로와 LA 교통국 등과 협업으로 진행된다. LA시는 2028년 LA 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교통체증 해소와 시민 편의 증진을 위해 현대차의 모빌리티 서비스 실험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모션 랩에서 로보택시와의 셔틀 공유,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 개인화 모빌리티, 도심 항공운송 등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실증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로서는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이 기업의 사활이 걸린 사업이다.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주도로 여러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 해외에서 투자 규모도 크게 늘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여러 차례 "미래에는 차를 소유가 아닌 공유를 하게 될 것"이라며 차량공유서비스와 자율주행차 등이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국내에서는 왜 안할까?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엄두도 못낸다. 말은 안하지만 공유경제에 관심많은 SK도 해외에선 모빌리티 사업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투자도 좋지만 직접해봐야 하니 모션 랩 사업을 통해 모빌리티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입이 열 개라고 할말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재계에선 모빌리티사업은 한국서 하면 바보라는 농담도 들린다. 현대차, SK 뿐아니라 모빌리티 사업에 관심있는 기업들은 국내에는 미래 신사업 관련 투자가 미미한 수준이다. 택시업계를 비롯한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정부의 규제, 정치권의 무관심 등에 가로막혀 신기술의 실증이나 차량공유서비스 등을 제대로 할만한 여건조차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지난 2017년 국내 카풀 서비스 스타트업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카풀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택시업계가 반발하자 결국 1년도 안돼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했다. 반면 이번에 모션 랩을 출범하는 LA시의 경우 대중교통과 관련한 스타트업의 수가 뉴욕시의 2배 이상에 이를 정도로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환경이 활성화 돼 있다.

11인승 승합차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출처: 타다 홈페이지
11인승 승합차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출처. 타다 홈페이지


타다는 중답복철((重踏覆轍)?

국내는 특히 모빌리티와 관련해 스타트업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최근 그룹의 혁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외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나 협업을 확대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외로 돌릴 수 밖에 없다. 호기롭게 타다로 플랫폼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 VCNC의 경우만 봐도 우리의 현실은 짐작하고 남는다. 타다는 불법으로 판정받고 대표는 검찰에 기소까지 됐다. 날벼락도 유분수다. 이래서 어느기업이 국내에서 모빌리티사업을 하겠는가. 국회도 문제지만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한쪽에서는 타다를 해외 순방에 데려가고 소속 정당에서는 타다를 제재하는 법안을 내고 있다.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국회에서도 연말까지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하지만 내용도 문제다.

세상에는 어려움을 회피하고,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를 잘 표현한 말 ‘중답복철(重踏覆轍)’이다 전철(前轍)을 밟는다고 표현한다. 후한서(後漢書)' 범승(范升)편에는 “지금의 움직임이 시(時)와 맞지 않고, 일(事)은 도리에 반(反)하니, 수레바퀴 자국(覆車之轍)을 따라 달릴 뿐이다”라고 했다. 중국 현대문학을 선도한 노신(魯迅)은 “고인(古人)들의 악습이 아직도 살아 있으니, 그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것을 답습(踏襲)하지 말고 진취적으로 창조하라는 외침이다. 적폐청산을 외치고 혁신을 부르짖는 우리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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