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참석 패널 "취지 좋았지만 '시장바닥'이었다"
문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참석 패널 "취지 좋았지만 '시장바닥'이었다"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9.11.20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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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 생방송 화면. 캡처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 생방송 화면. 캡처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19일(어제) 오후 8시부터 약 110분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패널 300명의 각본 없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특집 방송이 전파를 탔다. 각본이 없는 만큼 참석한 패널들의 발언 순서와 질의 내용 등이 정제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됐다. MBC의 기획과 연출이 터무니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사회 구성원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 질문하는 자리로 상징성이 중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패널 300명이 참석한 MBC 특집 방송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가 어제 서울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진행됐다. 방송인 배철수 씨가 사회를 맡은 이번 생방송은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국민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기 위해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됐다.

MBC 관계자는 20일 미디어SR에 “각본 없이 한다는 의미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어떤 질문을 할지 미리 듣지 않는, ‘짜고치지 않겠다’는 컨셉이었다. (저 또한) 진행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조마조마했지만 이런 시도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고 기획 취지를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 첫 질문자는 지난 9월 스쿨존에서 과속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고(故) 김민식 군의 어머니 박초희씨였다. 박씨가 '민식이법'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동안 여러 패널들도 그의 호소에 공감하며 함께 눈물을 훔쳤다.

어제 생방송 현장에 국민패널로 참석했던 민 모 씨(27)는 미디어SR에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이런 기획은 매우 필요하고 시대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정 현안에 대한 다양한 국민 의견이 여과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방송에서 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의) 지명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갈등과 분열을 야기해서 송구스럽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리고 싶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찬성, 반대 양측 모두 합해 수십만명을 거리로 나오게 했던 조 전 장관 임명과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의견을 듣고 사과한 것이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솔직한 답변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체적인 분위기가 허심탄회했고 진솔했다”면서 대통령의 낮은 자세는 참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애초 기획 취지와는 달리, 국민과 문 대통령 간 양방향 소통이 아닌 대통령의 단순 애로사항 청취에 가깝다는 비판적인 시청 소감도 많다. 긍정과 부정 평가 중 어느 것이 우세한지 정확히 확인해볼 수는 없으나 방송 종료 후에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팬미팅 수준이다’, ‘한숨 나온다’, ‘실망스럽다’ 등의 의견이 100여 건 정도 올라와있다. 청와대 토론방에도 비슷한 의견이 게재됐다.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 공식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 캡처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 공식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 캡처

패널로 참석했던 민 모 씨도 취지 자체에는 동감하지만 기획이나 운영 면에서 형편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디어SR에 “300명 모두의 의견 청취가 불가능한데도 이 인원을 현장에 초청한 의미가 전혀 없었다”면서 “질문이 두서없이 나올 때 시장바닥이 따로 없었다”고 혹평했다.

방송에서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부동산 가격 급등,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다양한 현안이 언급됐고 남북관계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짧은 시간 내에 다루려다 보니 심도있는 논의가 부족했고 정시 확대, 특목고 폐지 등 교육 방향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사회자마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 시청자들마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도 반복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이 끝날 때마다 300명 가까운 패널들이 너나할 것 없이 “저요, 저요”라고 외치는 소리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사회자와 보조 진행자가 질문 분야를 한정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국민패널의 질문 자체도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개인적 차원에서 겪은 힘든 일을 대통령에게 하소연하거나, 사적 부탁을 하는 식의 발언도 이어졌다. 대통령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민원’ 차원의 불편‧불만 사항을 전달하기 바빴던 것이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참가신청해서 오기까지 간절한 마음을 지녔던 분들이다. 시청자는 난장판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자평했다.

반면 패널로 참석한 민 모 씨는 미디어SR에 “참석 시간을 할애하기도 어려운 국민과 대통령을 모셔놓고 이런 식의 진행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MBC측을 비판했다.

한편 MBC는 국민과의 대화에 온라인과 e메일로 총 1만6천143건의 질문이 접수됐고, 경제·일자리, 검찰개혁, 외교안보, 교육 순으로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전달 받은 질문 전체에 대해 적절한 형식으로 모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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