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GIO. 사진. 쿠팡, 구혜정 기자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동양권에는 교룡(蛟龍)이라는 상상 속의 동물이 있다. 모양은 뱀같지만 넓적한 네 발에 머리는 작고 비단처럼 부드러운 옆구리와 배가 있다. 연못에 웅크리고 있다가 비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른다(교룡득운우/蛟龍得雲雨)는 전설을 전해진다. 교룡은 ‘때를 만나지 못해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한 영웅호걸’로도 비유된다. 기원전 2세기 전한(前漢)시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의 문집인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편에 보면 교룡 여러 마리는 한 연못에 함께 살지 못했다. 한 연못에 교룡 두 마리가 살지 않아야/물이 고요하고 맑다(일연불양교 수정즉청정/一淵不兩蛟 水定則淸正)고 했다. 여기서 나온 성어(成語)가 일연양교(一淵兩蛟)다. 그 시절에도 가끔은 두마리가 함께 살긴 했다. 동주공제(同舟共濟), 풍우동주(風雨同舟), 동주상구(同舟相救)라는 성어들만 봐도 확인된다. 모두가 잘 아는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編)에 보면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했다. 그들도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널 때 풍랑을 만나면(당기동주이제우풍/當其同舟而濟遇風), 서로 돕기가 마치 좌우의 손과 같았다(기상구야약좌우수/其相救也若左右手)”고 했다. 이렇게 철천지 원수도 위기가 닥치면 하나가 됐다. 동맹과 상생정신을 말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간의 동맹과 상생은 일반화된 애기다. 새롭지가 않다. 세계 주요국들은 미국과 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맞서려고 잇달아 손을 잡는다. 치열하게 싸우던 한국과 일본 기업도 구글, 알리바바 등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다. 제대로 경쟁할 글로벌 IT 기업이 없는 유럽에선 정부가 나서기도 한다. 글로벌 IT 기업에 별도 과세하는 방법으로 견제한다. 유럽 시장을 장악한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한 전략이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캐나다의 인터넷 소비량 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소비량 1위는 구글의 유튜브였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0%에 달했다. 다음이 페이스북(8.4%), 스냅챗(8.3%), 인스타그램(5.7%) 순이다. 모두 미국 IT 기업이다.  검색, 음원, 동영상 유통, 메신저 등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는 얘기다. 미국 IT 기업들은 금융업도 넘보고 있다. 구글은 내년에 미국에서 수표 발행 등이 가능한 은행계좌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마존도 지난해부터 JP모간과 은행계좌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페이스북은 가상화폐인 리브라 발행을 검토중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도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세계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7.7%.. 1위인 미국 아마존(47.8%)에 비해 아직 낮다. 성장 속도는 무섭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을 인공지능(AI) 대표기업으로 지정했다. 2030년까지 세계 최고 AI 국가에 오르겠다고 한다.

지난 18일 일본에서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인 Z홀딩스의 야후재팬이 손을 잡았다.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양사가 경영 통합을 마치면, 라인과 Z홀딩스의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주식회사가 50:50으로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Z홀딩스의 공동 최대 주주가 된다. Z홀딩스는 산하에 라인과 야후재팬 등을 두게 된다. 본 계약은 연내 체결한다. 라인 관계자는 "경영통합까지 약 1년이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 역시 라이벌 관계였다. 성장성이 높은 일본의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경쟁해왔다. 그래도 이해진 네이버 총수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미 깊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전담조직인 '네이버랩스'와 로봇 등 신기술은 접점이 많았다. 네이버는 앞서 소프트뱅크 그룹의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의 펀드투자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경영통합을 선언한 이들의 미래를 국내 포털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과 비슷할 것으로 에측하는 이들이 많다.

2014년 카카오는 다음을 합병, '카카오톡'을 위시해 엄청난 확장세를 계속중이다. 대부분의 다음 콘텐츠가 카카오톡을 통해 송출되며, 그외 주문, 배달, 페이, 투자, 쇼핑 등도 카카오톡 하나로 가능하다. Z홀딩스도 간편결제 및 이커머스 사업에 라인을 더해 모바일 연결성이 강화될 수 있다. 라인도 다른 서비스로의 확장이 용이해진다. 양사의 결제 데이터까지 쌓이면서 핀테크 사업도 확장 일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에 맞서기 위해 지난 여름부터 경영 통합 논의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메신저와 포털의 결합으로 국내서 큰 성장을 했으나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으며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에서의 파이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왕지래(觀往知來)와 역지사지(易地思之)

중국역사에 확인되듯이 그동안 오월동주나 풍우동주의 결말은 조진모초(朝秦暮楚)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진(秦)나라, 초(楚)나라, 제(齊)나라, 연(燕)나라, 조(趙)나라, 위(魏)나라, 한(韓)나라 등 전국 칠웅(戰國七雄)은 순간의 손익 계산에 따라 합종(合縱)과 연횡(連橫)사이에서 낮에는 진나라 저녁에는 초나라를 왔다 갔다 했다. 조진모초이지 상생도 동맹도 아니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확하게 만 2년 전인 2017년 12월13일부터 3박4일간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중국 고전에서 인용한 사자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 관왕지래(觀往知來)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메시지를 중국에 보냈다. 방중 첫날인 13일 ‘한ㆍ중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동주공제란 표현을 썼다. 그날 문 대통령은 “동주공제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한ㆍ중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는 시진핑(習近平)주석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이야기했다.

맹자(孟子)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된 말로 서로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뒤 이어 열린 시주석과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운명적 동반자'임을 강조하며 관양지래(觀往知來) 를 말했다. ‘과거를 뒤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시대 도교 사상가 열어구(列禦寇)가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는 ‘열자(列子)’의 설부편(說符篇)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양국이 손잡고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문대통령은 외교적 수사였을지 몰라도 지금 소프트뱅크 손회장과 네이버의 이 총수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명심했으면 한다. 두 사람은 이미 깊은 인연도 있다고 했다. 이해타산적이고 순간적인 동주공제는 파멸이다. 라인과 Z홀딩스도 경영통합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하면서 "일본 아시아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컴퍼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역지사지와 관왕지래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세계를 제패할 글로벌 IT기업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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