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카페 첫 화면. 캡처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최근 S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2G 서비스 종료를 신청하면서 01X 번호 사용자는 다시 번호를 바꿔야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는 01X 번호를 계속 사용해달라고 다시 헌법 소원을 제기한다. 다만 이들의 요구는 ‘01X 번호 유지’일 뿐, 2G 서비스 유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010번호통합반대운동본부 박상보 매니저는 19일 미디어SR에 “이번 헌법소원 제기에 참여한 사람들만 대략 1100명 안팎”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번호판은 70년대부터 나온 것도 현재까지 유지하면서 5종 정도 사용되고 있는데, 왜 휴대폰 번호는 다르게 적용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했다.

011을 비롯해 017, 018 등 01X 번호 사용자들은 지난 8년간 지속적으로 "번호를 그대로 쓰게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번번이 패하거나 기각됐다. 박 매니저는 “소송 결과에 대해서 솔직히 말하면 비관적”이라며 현실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하는 데 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라면서 “결과가 부정적으로 예상돼 지난 2주 간 카페 내에서 의견을 수렴했는데도 참여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본부 측 분위기를 전했다.

박 매니저는 미디어SR에 “우리 요구의 핵심은 ‘내가 원치 않는 것을 왜 강제로 바꾸려고 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사용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01X 번호는 한시적 번호이동 제도를 통해 2021년 6월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LTE, 5G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현재의 번호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책적 규제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2021년까지 한시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결국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답변했다.

01X 번호의 사용을 제한하는 010번호통합정책은 2004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됐다. 애초에 010번호통합정책은 011, 017 등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식별번호가 통신사의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가입자가 고착화하고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점, 국가 자원인 식별번호가 기업의 브랜드로 간주되어 관리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식별번호의 브랜드화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010번호통합 정책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연구보고서를 통해 정책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KISDI의 2009년 11월 ‘010번호통합 및 중장기 번호자원관리 방안 연구’에 따르면 010번호통합 정책은 “번호통합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용자 및 사업자의 혼란으로 인한 비효율을 발생시킨다”면서 “(2009년 당시) 이동전화 시장은 번호이동성 제도의 성과로 (식별번호) 브랜드화 문제가 이미 상당부분 해소된 상황에서 번호통합 정책이 추가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작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보고서는 “정책 수립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시장 상황의 변화로 010번호통합정책의 유효성은 약화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결과적으로 보고서는 “010번호통합정책이 보다 큰 관점에서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번호자원 관리정책이 수립되고 그와 일관된 정책 방향성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즉 이미 010번호통합 정책의 애초 목표였던 식별번호의 브랜드화 문제가 번호 이동으로 상당히 해소되어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연구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정책 추진 시기인 2000년대 초반과 다른 상황임을 알고도 정부는 ‘정책 일관성’을 위해 010번호통합 정책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물론 010번호통합정책은 번호자원 관리 정책 중의 일부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010으로 통합될 경우 IoT 등 미래 자원에 맞춰 필요할 때 적절히 01X 번호를 할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의 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010번호가 부족할 경우에는 통신사들끼리 공유하는 공동 번호로 쓸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010번호통합본부 박 매니저는 미디어SR에 “1세대 통신에서 2세대통신으로 넘어갈 때 불과 3년밖에 안 걸렸는데 2세대에서 3세대로 17년째 못 바뀌고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 하나다. 번호바꾸기 싫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번호를 바꾸지 않는 건) 바꿀 줄 몰라서 안 바꾸는 것이 아니고 요금이 비싸서도 아니”라면서 “정부가 정책을 잘못 이행했다는 얘기밖에 안되고 지금이라도 대안을 찾아서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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