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정부가 기업의 퇴직연금 제도를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퇴직금을 폐지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의 수수료 산정 체계를 합리화하고 수익률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 세 번째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는 국민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일정규모 이상 기업부터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퇴직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른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법안은 한정애, 임이자 의원 등의 발의로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또한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찾지 않고 장기에 걸쳐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수령 기간이 10년을 초과할 경우 연금소득세율을 기존 70%에서 60%로 하향 조정한다. 이는 퇴직연금이 제대로 된 노후 준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금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연금가입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습관 때문에 원리금 보장상품 투자 비중이 90%에 달해 실질적인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시장은 190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연간 수익률은 1.01%에 불과했다.

이에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일임형, 사전지정운용, 기금형 제도 등을 도입해 투자자 선택권을 다양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임형 제도(DB형)는 전문성 있는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권한을 위임받아 알아서 연금을 굴려주는 상품이며, 사전지정운용(DC형)은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시 사전 지정한 적격상품(디폴트 옵션)에 자동 가입되는 제도다.

기금형 제도(DB, DC형)는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어 수탁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이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 책임도 강화한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과 수익률에 따라 수수료가 정해질 수 있도록 수수료 산정체계를 개선하고, 사전지정운용 상품의 경우 자기자본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한 통합연금포털을 전면 개편해 가입자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연금사업자와 상품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 현재 단순 조회만 제공하는 통합연금포털에서 수익률 비교를 통해 연금 상품을 원스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가입자 선택권 강화의 일환으로 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관도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사업자 범위를 확대하며, 동시에 일정규모 이상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에는 적립금운용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퇴직연금 관련 세부과제는 각 정부 부처에서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올 4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관계자는 13일 미디어SR에 "본래 연금제도를 두는 이유는 은퇴 후 경제활동이 없는 사람도 계속해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퇴직연금도 종신 연금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기본적으로 장기 수령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금융사의 퇴직연금 수수료 체계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지만 서비스 수준과 성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수수료가 산정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 방침에 맞춰 최근 KB국민은행은 은퇴 후 개인형 IRP에 적립된 금액을 연금으로 장기 수령하는 고객의 운용 관리 수수료를 금융권 최초로 전액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7월부터 개인형 IRP 10년 이상 장기 가입 고객의 할인율을 확대하고 연금방식으로 수령 시 운용 수수료를 30% 감면해주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수수료를 50~80% 인하한다.

또한 우리은행도 현재 IRP 연금수령 고객의 경우 운용관리 수수료를 30% 감면해주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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