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 항공, 앞으로 오너리스크는 없다

중국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 진(晉)나라는 문공(文公)이 죽고 난뒤 평균 이하의 군주들이 보위를 이어갔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로 쇠락의 길이 이어진다. 아들 양공(襄公)은 그나마 괜찮은 정치를 펼쳤지만, 손자 영공(靈公)은 폭정을 휘두르다 신하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영공의 뒤는 숙부인 성공(成公)이 계승했는데 정사를 간신 조돈(趙盾)에게 위임한 채 역할을 하지 않았다. 성공의 아들 경공(景公)은 간신의 꾐에 넘어가 공신의 가문을 몰살시켰고 초나라에 대패하는 과오를 저지른다. 경공의 아들 여공(厲公)은 교만하여 사치가 심했고 신하들을 의심하여 세 명의 대신을 한꺼번에 주살했다. 진나라의 국력은 점점 쇠약질 수밖에 없었다. 국정은 혼란에 빠졌고 뜻있는 인재들은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이때 기대하지 않았던 인물이 등장한다. 보위를 승계할 사람이 없어 겨우 찾아낸 종친 공손주(公孫周|), 바로 도공(悼公)이다. 그는 당시 14살의 어린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진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었다.

오너리스크는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뿐아니라 기업에게도 매우크게 영향을 준다.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도 이미 재계 7위의 위상을 자랑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위기에서 확인했다. 때문에 그룹 매출의 60% 가량을 차지했던 핵심계열사 아시아나항공도 매각하게 된다. 매각은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진행되어 12일에 상당한 성과를 보게 된다. 그날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면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진나라 도공은 즉위하자마자 조정의 분위기를 일신한다. 여러 대에 걸쳐 국정을 농단한 간신 도안가(屠岸賈)와 그 일파도 모두 제거한다. 도안가에 의해 참화를 입은 조(趙)씨 가문도 복권시켰다. 폭정을 피해 은거해있던 명장 한궐(韓厥)을 총사령관에 임명하는 등 어진 신하를 높이 예우하고 능력 있는 신하를 대거 발탁했다. 도공이 “자리를 비워두고 거기에 적합한 사람을 기다려야지, 사람을 위해 자리를 함부로 남발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 말이 유명하다. 도공이 인재를 소중히 여기자 신하들도 본받는다. 기해(祁奚)라는 신하는 은퇴하면서 자신의 원수를 후임자로 천거하기까지 했다.

공평무사하게 적임자를 추천한다는 뜻의 ‘기해천수(祁奚薦讎)’라는 고사가 여기서 비롯됐다. 도공은 신하들의 지난 과오를 덮어주었고 상벌을 엄격히 시행하였다. 밀린 세금을 면제하고 세율을 낮췄으며 빈민 구제에 힘썼다. 홀아비와 과부를 지원하는 복지정책도 시행한다. 폐지되었던 좋은 제도를 다시 복원했으며 통상을 진흥시켜 경제적인 부도 일군다. 북방의 산융(山戎)과 평화협정을 맺고 남방의 초(楚)나라를 굴복시켰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고의 능력을 이끌어내고 공명정대한 통치아래 진나라는 전성기 이상의 모습을 되찾는다. 도공은 공명정대했고 인의(仁義)를 중시했다.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감동하게 하고 사람을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인의 리더십이 나라를 살린 것이다.

검증된 리더십과 경영능력

아시아나 항공으로 되돌아 가자.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은 2조 5000억원선. 당초 시장에서 거론됐던 액수보다 높다. 매각과정 초기에 1조5000억~2조원 대 가격이 거론됐지만, 이를 웃도는 가격이다. 강력한 인수 의지를 느낄수 있다. 상세 실사가 진행되고 이를 토대로 가격 조정을 거쳐 최종 인수가격이 결정되겠지만, 현대산업개발은 보유 현금과 외부 차입을 통해 인수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다.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현대산업개발이 1조7500억원, 미래에셋대우가 7500억원선을 각각 책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 6월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1670억원 수준. 그러나 실제 투입 가능한 현금은 7836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이 경우 1조원 가까이 외부 차입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본 입찰 준비를 위해 현대산업개발이 대형 금융기관과 맺었던 투자확약 금액 5000억원보다 2배 가량 많은 액수다. 현대산업개발의 재무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주력인 주택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래도 현대산업개발에게 아시아나항공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다른것 다 제쳐놓고 건설업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 편중 문제부터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 면세점 사업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연간 400억원대 추가 금융비용을 감안해도 이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관건은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정상화다. 그래야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없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과잉 상황에서 탑승률이 떨어지고 있고 항공기 사고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정비 비용 증가 등 우발 부채가 늘어날 수 있어 우발 부채 관리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새롭게 비상할 아시아나항공

2조4000억원 수준의 베팅은 아시아나 항공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에 대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정회장은 지주사 전환 1조6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었다. 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는 과거 선친과 함께 몸담았던 자동차사업 다시 말해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회장의 선친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인 고(故)정세영 명예회장이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포니' 신화를 일으켰다. 그래서 아직도 그를 '포니정'이라고 부른다.

정 회장은 정세영 명예회장이 체계를 잡은 현대자동차의 회장을 3년간 맡기도 했다. 1996년 회장 취임당시 비교적 어린나이 탓에 일부에서 경영능력을 우려했지만 보란듯이 글로벌 현대자동차의 기반을 다져놓았다.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높은 것도 이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등 HDC그룹을 훌륭하게 성장시킨 리더십에 모두가 기대를 걸고 있다. ‘오너 리스크’ ”부실한 재무 건전성‘ 등 그동안의 불명예 딱지를 떼내고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 회장이 목표했던 한 단계 격상한 글로벌 그룹으로 진일보 할 수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정 회장은 그날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된 이후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시아나 항공 임직원들과 긍정적 시너지를 이뤄냄으로써 주주와 사회에 기여하고 더불어 대한민국 국가미래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리더십에 국민들은 물론 맘 졸여왔던 임직원들도 기대를 크게 걸어도 될 듯하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이러한 기류가 감지된다. 공명정대하고 인의를 중시하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글로벌 초일류 항공사로 비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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