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자이언티. 사진. 더블랙레이블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자이언티가 사랑에 대한 심리와 경험을 5월에 담아낸 신곡 ‘5월의 밤’으로 돌아왔다. 11월에 내는 5월의 사랑노래라는 발상은 독특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분히 자이언티다운 선택이다. 신곡을 통해 그는 2010년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일 준비에 나선다. 지난 시간을 두고 “모든 순간이 과도기”였다고 평한 자이언티의 ‘5월의 밤’은, 앞으로 그가 겪어갈 또 다른 과도기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Q. 11월에 발표하는 5월 노래라니, 제목부터 틀에서 벗어난 느낌이어서 새로워요.
자이언티:
회사에서 내년 5월까지 기다려달라고 할 법도 한데, 흔쾌히 내도록 해줘서 고마웠어요(웃음). 추울 때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이 분위기에 내고 싶었거든요. 2011년에 데뷔한 제게 2020년으로의 진입을 앞둔 지금 시기는 의미가 남달라요. 2010년도를 기념하면서 저 스스로를 돌아봤는데, 이런 스타일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에 이번 노래를 내게 됐어요.

Q. ‘5월의 밤’은 실제 경험담인 걸로 알고 있어요. 보편적 사랑 노래라 할 법도 한데 굳이 제목에 5월이라는 단어를 넣고자 한 이유가 있나요.
자이언티:
일단 고민이 되긴 했어요. 흥행 요소를 생각하면 지금 달에 맞게 ‘11월의 밤’이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제가 경험한 게 5월이었거든요.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생각했을 때 ‘가을의 밤’이라고 제목을 짓게 되면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11월에 ‘5월의 밤’이라는 노래를 내는 게 저다운 것 같아서 그렇게 결정하게 됐죠.

Q. ‘이런 스타일은 여기까지만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자이언티가 생각하는 본인의 스타일이란 어떤 걸까요.
자이언티:
처음 제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톡톡 튀는 펑키함과 외국 힙합에서 듣던 걸 한국어로 들어서 좋다는 반응이 있곤 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제 마음에 가장 남았던 댓글 하나가 있는데, ‘자이언티는 감탄은 주지만 감동을 주긴 어려운 가수’라는 이야기였어요. 그때 제 고민이 노래로 어떻게 해야 감동을 줄 수 있는 지였거든요. 이후에 ‘양화대교’라는 노래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그 후부터는 대중가수라는 이미지가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좀 더 공부해서 대중가수로서 대중 가치에 맞게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것에 집중했죠. ‘꺼내먹어요’, ‘노 메이크 업’이 그 때 나온 노래인데, 그렇게 되니 이번엔 예전의 제가 그립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모든 순간이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안정적이지 않고 ‘이번 건 좋은데 이래서 별로야’라는 반응을 늘 경험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스타일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1990년대 발라드 감성 코드나 그런 류의 가사를 올해 냈으니 2020년부터는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가수 자이언티. 사진. 더블랙레이블

Q. 이전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시기로의 진입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1년 만의 컴백이자 본인이 규정한 중요 시기임에도 이번 앨범은 노래 한 곡만이 담긴 싱글앨범이에요. 조금 더 곡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을 법한데.
자이언티:
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동안 생각이 많았어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 티는 나지 않지만 작업을 열심히 했죠. 좋은 음악이 뭔지에 대한 고민도 했고 혼자 트랙리스트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와 함께 작업하는 팀의 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음악을 내려면 그만큼 오래 걸릴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작업실에 갇혀있다 보면 제가 잊히는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러다 제 목소리가 그립다는 반응을 듣다보니 일을 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제가 가진 노래 중 꼭 완성하고 싶던 ‘5월의 밤’을 생각하고 개인적 노래지만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어서 김이나 작사가님에 협업을 요청해 작업했어요.

Q. 본인의 이야기임을 밝히는 이유가 궁금해요. 진정성을 살릴 수 있지만, 때로는 공감의 여지를 제한할 수도 있죠.
자이언티:
제 대표곡인 ‘양화대교’도 모든 사람들의 아버지가 택시기사인 건 아닌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하셨잖아요. 저는 그게 양화대교의 테마보다도 후렴구 가사인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는 한 줄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그 곡에서 하고 싶던 이야기가 그 구절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그 노래에 공감해주셨어요. ‘5월의 밤’ 역시 5월과 관계없는 연애를 하는 분도 많겠지만, 저는 이 노래를 통해 ‘사랑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이별노래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감정을 담으면서 사랑을 이제 막 시작하거나 이별 앞둔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가 나오면,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Q. 본인의 경험담은 곧 본인의 기억을 하나하나 조각해 쓰는 거예요. 하지만 경험의 폭은 한정돼 있고 새로운 경험이란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줄어들죠. 음악 작업의 영감을 경험으로 두다 보면 소재의 고갈에 대한 고민 역시 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자이언티:
하지만 저는 아직 못해본 게 정말 많아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고요. 더 다양하게 만나볼 사람도 많아요.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한 거죠. 해외 경험도 별로 없다보니 경험을 통한 새로운 영감이 고갈될 것 같다는 두려움은 사실 없어요. 앞으로의 경험에 따라 나올 노래들이 다양해질 수 있겠죠. 동요를 갑자기 낼 수도 있고, 아이가 생기면 자장가를 발표할 수도 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곡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Q. 자이언티의 가사는 리스너들의 공감을 자극하는 면이 충분히 있어요. 그럼에도 이번에는 김이나 작사가와 협업을 시도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자이언티:
작업을 하니까, 들킬 줄 알면서도 일기를 쓰는 기분이 들었어요. 항상 혼자 적어버릇한 개인의 감정을 이야기하다 이례적으로 김이나 씨와 작업을 해봤는데,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2절 가사를 김이나 씨가 썼는데, 저를 계속 관찰하면서 가사를 만드셨거든요. 제 말투도 관찰했고, 헐거워진 반지를 만지작대는 저를 보면서 반지를 옮겨 꼈다는 가사도 쓰셨고요. 살이 빠지거나 고생해서 혹은 연인 때문에 반지를 옮겨 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동시에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저를 정말 잘 담아주셔서 흡족한 결과물이 나왔어요. 저 혼자 쓴 가사는 제 말투 안에 있는 제 단어들로만 이뤄져 있다면, 이번엔 다른 재료를 사용해 색다르게 요리한 느낌이었어요. 이번 작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Q. 그동안 발표했던 곡들이 모두 히트하면서 ‘음원깡패’라는 수식어가 붙었어요. 1년 만에 발표한 곡인만큼 준비하면서 성적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자이언티:
부담감이 없을 수는 없어요. 제가 붙인 별명이 아니어서 더 부담이죠. 소위 말하는 ‘잘되는 이미지’라는 건 저를 대단해보이게 만들어주면서도 결국 제 실제를 가리는 것 같아요. 사실, 원래의 저는 음악을 내자마자 1위를 하진 않았어요. 중국영화로 치면 이연걸보다는 성룡 쪽이죠. 한 방에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어렵게 피하고, 책상도 집어던져보고 맞아가면서 싸우다 결국 이기는 식으로 흥행해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렵게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인데 이미지에 가려져 저를 덮어버렸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현재로서 저는 크게 욕심이 없고 이번 노래가 다음 노래를 위한 교두보가 된다는 게 더 감사해요. 하지만 큰 보상 없이 이 프로젝트를 함께 한 팀원들이 있는 만큼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가수 자이언티. 사진. 더블랙레이블

Q. 잘되는 이미지가 생기고 방송에도 얼굴을 비추면서 어느 순간부터 자이언티가 연예인이라는 범주에 담기게 된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서의 본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자이언티: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 분들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 저는 연예인이 적성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꿈이었던 적도 없었거든요. 음악을 좋아해서 곡을 만들다 의도치 않게 좋은 반응을 얻고, 주어진 자리에 적응하다보니 지금에 다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제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거나 카메라가 많거나 하면 적응하기가 너무 어렵거든요. 감사하면서도 놀라고 또 부담되는 부분이죠.

Q. 2020년을 맞으며 앞으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언급했어요. 그 변화란 어떤 방향성으로 흘러갈까요.
자이언티:
팝 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쪽의 음악을 내고자 해요. 큼직한 멜로디, 큼직한 코드에 트렌디한 리듬을 사용해 음악을 만들면 듣기 좋을 것 같거든요. 사실 완전히 정제된 미니멀한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워요. 마음대로 박자를 쪼개는 건 쉬워도 정제된 짧은 음절 안에서 테마를 잘 살리면서도 누구나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테디 형이 존경스러운데,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작업은 같이 안 해본 것 같아요. 앞으로 협업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Q. 새로운 스타일을 반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이언티답지 않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의 자이언티 음악에 길들여있고, 그 익숙함에서 반가움과 편안함을 느끼죠.
자이언티: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요. 많은 곡을 내야겠죠. 정제된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시도해도 기존의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다른 음악들을 동시에 많이 내볼 생각이에요. 한 곡만으로 평가 받는 건 싫거든요.

Q. 인터뷰를 하면서 자이언티가 굉장히 대중 친화적이며 누구보다도 청중의 반응을 살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의외예요. 음악에 있어 자아가 확실한 만큼,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자이언티: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이런 음악을 낸다고 하면 믿고 따라준 분들이 계세요. 그간의 회사들 역시 그랬죠. 데뷔 당시의 저를 되돌아보면 당시 제게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자 인정욕구를 들게 한 사람들은 아티스트들이었어요. 그때의 전 대중을 신경 쓰지 않았죠. 아티스트들이 당시의 제겐 대중이었고, 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기성세대가 돼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요새 가장 관심 있는 건 업계 내에서 여러 사례를 만들어보는 거예요. 어떤 음악을 시도해 반응을 보고, 그걸 데이터로 정리해 하나씩 쌓아가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가장 첫 번째로 두는 건 좋은 음악을 내는 거고, 두 번째는 대중을 알아가면서 문화적으로 시대 흐름을 캐치하고 감을 잃지 않으려 해요. 지금 제게 있어서는 그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가수 자이언티. 사진. 더블랙레이블

Q. 최초의 인정욕구 대상이 아티스트였다면 지금은 대중으로 그 생각이 이어지고 있는 거네요. 그렇다면 그 너머의 영역도 있을까요? 자이언티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새로운 대상이 생길지가 궁금해져요.
자이언티:
대중이라 했지만 저는 여전히 아티스트들에게도 인정받고 싶고, 엄마와 아빠에게도 인정받고 싶어요. 그 다음은 알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분명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느낌가는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건데, 느낌대로만 작업을 하게 될 경우 결과가 나왔을 때 이게 왜 잘됐고 안 됐는지 판단이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정확한 조준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그래야 그 조준이 빗나가면 고쳐야 할 게 보이고 배울 게 생기니까요. 그 어떤 것에도 겨냥을 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가 나더라도 운이 좋다고밖에 할 수 없게 되죠. 그래서 저는 많은 데이터를 만들고 사례를 수집해나가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그러다보면 본인의 음악을 만드는 걸 넘어 후배 양성이나 제작의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가지 않을까요? 데이터가 쌓일수록 타인에도 그 경험들이 적용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 올 것 같거든요.
자이언티:
제작도 정말 하고 싶죠. 제작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미 저에 대해서는 제작 중인 것 같아요. 과거에는 체계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한 판단이 안 되는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과정이었고 잘한 부분과 못한 부분이 각각 있었어요. 지금은 주변 아티스트들과 이야기하고 다른 아티스트의 커리어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을 겪고 있는데 정말 재밌으면서도 저와 잘 맞는 일이라 생각해요. 제 목소리를 이용해 곡을 만드는 것도 즐겁지만 다른 사람의 옷을 직접 맞춰주는 것도 재밌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내년에는 프로듀서 역할을 맡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은 간판을 걸어보진 않았지만, 제가 곡이 정말 많거든요(웃음). 언제든 연락주시면 잘해드리겠다고 말하고 싶네요. 하하.

Q. 가수로서 혹은 제작자로서도 자이언티에겐 새로운 2020년이 되겠네요. 새로운 영역을 생각하는 만큼 도전적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어볼 수도 있겠고(웃음).
자이언티:
아마도 이번 활동이 끝내면 바로 다음 앨범을 제작할 것 같아요. 내년엔 새 앨범이 나올 것 같고요. 제가 게으른 것 같진 않은데, 콘서트 계획은 아직 없어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 때 몰두해서 해보겠습니다.

Q. ‘5월의 밤’을 통해 대중이 어떤 감상을 느끼길 바라는지가 궁금해요.
자이언티:
오랫동안 제가 작업한 노래라 제게는 익숙한데, 새로 듣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 들이실지는 예측이 잘 안돼요. 하지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그 사람이 소중하니 함부로 다루지 말라는 내용인데, 이런 가사가 지금도 생각나는 사랑이나 연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위로가 되길 바라요. 그리고 저는 상처를 잘 받는 편이라 인터넷 반응도 잘 못 찾아보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게 활동이 적은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저를 계속 궁금해 해주시면 정말 잘해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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