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진: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불안정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8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특별 조치를 발표하면서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는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상속 절차는 지난 5일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으면서 마무리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회사로 오너 일가와 주요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8.95%다(2019 반기보고서 기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상속 이후 6.46% 지분으로 최대주주가 됐고,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42%,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6.42%,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5.2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남았다는 분석과 함께 2대 주주인 KCGI(15.98%) 등 견제 세력과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를 취득하면서 본격적으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견제해왔다.

이 가운데 한진칼은 대대적으로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확립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를 발표하고 주주친화경영 강화에 나섰다. 한진칼은 오늘 이사회를 열어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진칼은 이사회를 통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고 결정했다. 헌장에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주주, 고객, 회사 구성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균형 있는 이익 증진을 추구한다는 경영 방침이 담겨 있다.

한진칼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두 위원회 모두 이사회 산하에 설치된다. 보상위원회는 이사의 경영진 보수 결정 과정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될 예정이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 가치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사전에 타당성을 검토하고,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의 적법성을 심사한다. 위원장으로는 공정거래 전문가인 주순식(법무법인 율촌 고문)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다만, 보상위원회 설치는 1년 전에 한진칼 2대주주인 KCGI가 한진그룹에 제안했던 내용이지만 그간 한진 측의 변화는 없었다. 때문에 KCGI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 유리하도록 구색 맞추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오늘 이사회 결정과 관련해 미디어SR에 “주요 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배 구조를 개선해나갈 계획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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