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

영화 ‘블랙머니’를 만들고 있을 때는 검찰개혁 이슈가 이렇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 양민혁 검사(조진웅)의 “검사가 니 편 내 편이 어딨어? 죄 있으면 잡아넣은거지!”라는 일갈이 홍보 포스터의 카피에 선명하게 박힌 것을 보고 기가막히게 시의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 양민혁 같은 똘아이? 검사 열 명만 있었다면 지금의 검찰개혁이 순조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바로 ‘블랙머니’다.
 
영화는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뒤늦게 영화로 대학원 진학을 할 즈음 들었던 의문이다. 이후 이른바 사회파 영화들을 밤새워 보기 시작했지만 그 답은 지금도 모호하다. 그래도 상업영화, 주류영화의 홍수 속에 꿋꿋이 현실의 아픔과 상처를 혹은 잊혀진 역사의 한 장면을 당대에 끌어내어 당당히 스크린에 올려내는 정지영 감독을 보면서 영화가 현실의 부조리를 조금은 바꿀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정감독은 한국영화판의 아마도 최고령 현역일것이다.(올해로 73세) ‘남영동1985’ ‘부러진 화살’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일관된 작가주의 감독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다. 그가 이번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금융범죄 실화를 소재로 영화 ‘블랙머니’를 내놓았다.
 
서울지검 검사 양민혁(조진웅)은 일명 ‘막프로’로 불릴 정도로 좋은 말로 혈기방장, 아니면 똘아이 검사로 명성이 자자하다. 조사를 하던 피의자가 갑자기 자살하는 바람에 곤경에 처하게 되고 그 사연을 파헤쳐보니 뭔가 엄청난 내막이 숨겨져있다. 외국계 투자회사와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재무부 출신들을 일컫는 말)가 합작하여 자산가치 70조의 시중은행을 금융위기를 틈타 헐값 1조 7천억원에 사들여 되 판 정황을 포착하여 수사에 착수한다. 기가막힌 것은 헐 값의 근거가 단지 팩스로 보낸 5장의 종이였다. 냄새가 나도 너무 난다. 자살로 위장된 피의자가 이 사건에 중요한 사실을 알고있는 증인임이 밝혀지면서 양검사는 난마처럼 얽혀있는 거대금융사기단과 맞닥뜨린다. 오직 직진만을 외치는 조진웅의 물오른 연기와 이제는 대세 배우가 되어 슈퍼 엘리트 변호사를 맡은 이하늬가 은근한 합을 이룬다.
 
실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주범인 론스타의 ‘먹튀사건’을 소재로 하여 만들었지만 복잡한 금융지식 따윈 필요없다. 노련한 정지영감독은 역시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정도로 아직 젊다. 사건을 파면 팔수록 재미있었다는 감독의 열정이 잊힐뻔한 황당무계한 금융사기극을 다시금 우리 앞에 소환하였다. 그리고 정당한 분노를 우리에게 요구한다. 투기꾼들 손에 쥐어준 현금은 바로 국민 혈세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길어야 십년이지만 재벌은 평생 아니 몇 대에 걸쳐 기득권을 누리는 금융자본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을 떡 주무르듯 하며 모럴해저드에 빠진 금융자본가의 민낯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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