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달즉겸선천하(達則兼善天下)의 가치는?

사람은 잘잘못을 떠나 처지가 딱하고 외롭게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사서오경의 하나인 대학(大學)에서는 이렇게 답한다. 군자는 반드시 혼자 있을 때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항상 자신의 언동을 점검하지만 (君子必愼基獨也/군자필신기독야), 소인은 그러할 때 착하지 못한 일을 저지른다(小人閒居爲不善/소인한거위불선)고 했다. 신독(愼獨)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해야 군자라고 中庸(중용)에서도 가르친다. 맹자(孟子)는 같은 맥락으로 홀로 어렵게 되었을 때 의(義)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맹자(孟子) 진심상(盡心上)에 보면 사람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덕을 존중하고 의리를 즐겁게 여기면 초연할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맹자는 송구천(宋句踐)이란 사람에게 “선비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홀로 자신의 몸을 선하게 하고, 영달하게 되면 함께 천하 사람들을 이롭게 했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 궁즉독선기신 달즉겸선천하)”고 설파한다. 뒷부분은 요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가치와 맥락이 닿아았다. 상생(相生)의 의미라는 생각도 든다. 최고의 부자이든 권력을 한손에 쥔 권력자든 상관없이 좌절과 실패, 일이 잘 안 풀릴 때와 어려울 때를 맞닥뜨리면 군자처럼 몸을 닦기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근래 들면서 궁즉독선기신은 앞 두글자 궁즉(窮則)을 빼고 완전히 다른 뜻으로 쓰이게 됐다. 남이야 형편이 궁하든 말든 돌보지 않고 자기 한 몸의 편안함만을 꾀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방증이리라. 그러나 실제는 상생,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가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시기다.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에 던진 메시지는 맹자의 말씀과 오버랩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자”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임직원들에게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잘 잘못을 떠나 어쨌든 지난해부터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어져온 국정농단 관련 재판 파기환송심에, 삼성바이로직스 수사에, 지금은 나아졌지만 길었던 반도체 경기침체에, 이사회 이사 선임 포기에다, 한일무역 전쟁까지 시련과 악재는 2년 넘게 계속되어 왔다. 경영권 승계와 연관이 있다보니 이 모든게 이 부회장 본인 일이고 본인이 해결하고 헤쳐나가야 한다.

상생(相生)...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이른바 좌절과 실패, 일이 잘 안 풀릴 때와 어려울 시기인 이른바 궁(窮)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내색 안하고 지냈지만 얼마나 혼자서 애를 태우고 있었겠는가? 지금도 진행형이라고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시지 의미는 삼성전자의 앞으로의 50년은 ‘상생’을 새 도약을 위한 디딤돌로 삼아 모두에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이 부회장의 다짐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전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의미는 더욱 엄중해보인다. 그것도 상생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는 사실은 맹자 진심상편의 내용과 너무 닮아 있다는 느낌이다. 이 부회장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사는 기업들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과 이어지는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는 정부의 규제를 부르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화해 정당성을 확보해나가는 노력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이 선순환을 거치면서 발전하는 기업사가 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자유시장 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대부터는 다국적기업이 환경을 파괴하고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비판이 일면서 각종 국제규범이 제정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에는 미국의 엔론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한다. 그 여파는 주주가치의 극대화에 초점을 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엄청난 신뢰성의 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세계적으로 회계기준을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규정을 만들졌고 기업들은 윤리경영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 규제에 대해 `기업 옥죄기`라고 볼멘소리도 하지만 그동안 말로만 외쳤던 상생, 사회적가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등에 대한 일차적인 실천 책임은 기업의 몫이다. 납품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단가 인하 요구,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 영역에 대한 무분별한 침해, 총수 일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은 누가 봐도 공정한 기업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대기업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 비판과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존경받는 초일류기업이 경제를 살린다

선진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가져가는 곳이 적지않다. 기업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 성장을 함께 추구하고 있는것이다. 소비자, 종업원, 협력사,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서 기업의 이윤도 극대화하고 사랑받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노력중이다.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 중에는 SK가 비교적 눈에 띄지만 아직 국민들은 긴가민가 하고 있다.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낳고, 어려움과 쉬움은 서로를 어루어주며, 긺과 짧음은 서로를 비교하고, 높음과 낮음은 서로에 기울며, 곡조(음악)와 소리는 서로 어울리고, 앞과 뒤는 서로를 따른다(유무상생 난이상성 장단상형 고하상경 음향상화 전후상수/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形,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2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하나의 존재는 대립하는 다른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상호존재 관계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존재는 상대적이며, 모든 가치 또한 상대적이라는 말이다. 노자 인식론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우주 구성의 원리이기도 하다. 상생의 본질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덧방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보거상의/輔車相依)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순망치한(脣亡齒寒)는 고사성어도 상호존재와 관계의 상관성을 말한다. 경기침체마저 더욱 깊어져가는 위중한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승부수에 모두들 주시하고 있다. 실천만 된다면... 공자와 맹자가 보증하는 21세기 진정한 군자의 롤모델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우리경제가 재도약 하는 계기가 되는 건 물론이다. 이 부회장의 ’상생‘에 큰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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