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방송공사) 로고. 사진. KBS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KBS가 독도 소방헬기 사고 영상을 보유해놓고도 이를 숨기고 독도경비대의 영상 공유 요청을 거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비난을 받고 있다.

3일 한 포털 사이트 뉴스 페이지에 자신을 독도경비대 팀장이라고 밝힌 인물이 KBS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아 파문이 일었다. 작성자는 "KBS 영상 관계자들이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수십 명이 이틀을 잠 못 자는 동안 편히 주무시고 나가는 게 단독 보도 때문이냐"며 KBS에 일갈했다.

해당 댓글은 경찰 확인 결과 독도경비대 팀장이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앞서 KBS는 독도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이륙한 모습을 영상으로 확보했다며 단독 보도로 공개했다.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해도 수사 단초가 될 수 있는 증거물을 사전에 제출하지 않은 만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KBS에 대해 비난 여론이 집중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KBS는 공식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KBS 측은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행위를 한 점, 사고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어제 보도과정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의 정정 보도 입장문. 사진. KBS 뉴스 페이지

KBS는 이번 사건에 고의성 및 사고와의 직접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KBS 측은 "영상은 독도에 고정 설치된 파노라마 카메라를 정비, 보수하기위해 입도해있던 본사 미디어송출부 소속 엔지니어가 심야에 돌발 상황을 목격하고 휴대전화로 찍었던 것"이라면서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가 해당 직원에 관련 화면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 직원은 본인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독도경비대가 헬기진행 방향 등이 담긴 화면을 제공해달라고 추가 요청했으나 해당 직원은 헬기 이착륙장 촬영의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진행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는 점을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BS의 해명에도 비난 여론은 이어지고 있다. KBS가 최근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제기한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것에 더해 지난 4월에는 재난주관 방송사임에도 강원 고성 산불의 거짓 중계 조작방송 및 늑장 보도로 대중에 신뢰성을 잃었던 만큼, 공영방송으로서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 4월 강원 고성 산불 당시 강릉 방송국에서 중계 보도를 하면서 고성 산불 현장 혹은 고성에서 중계보도하는 것으로 조작해 큰 물의를 빚은 KBS. 사진. 당시 KBS 뉴스 방송화면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에 휩싸였던 KBS가 김경욱 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제시했던 뉴스화면. 사진. KBS '9시 뉴스' 방송화면

이번 사태에 대해 KBS의 한 내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근 논란들에 대해 내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인지하는 분위기다"면서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건 기존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따로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최근 KBS가 직면한 일련의 사태들을 두고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전언이다.

외부에서도 KBS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모습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공영방송인데다 수신료를 받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책임 있는 보도 체계는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해당 건을 단독 보도한 KBS '9시 뉴스'의 방송 화면을 내보내며 이들의 거짓말 의혹을 전면에서 다루기도 했다.

앞서 지난 달 31일 오후 독도에서 이륙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 한 대가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소방대원과 환자 등 7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생사 미확인 실종자 5명에 대한 수색이 사고 닷새째인 4일 오전에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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