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권민수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생이지지(生而知之)...

논어(論語) 계시편(季氏篇)에 공자(孔子)는 사람을 보는 방법을 4단계로 나눈다. “생이지지(生而知之), 학이지지(學而知之), 곤이학지(困而學之), 곤이불학(困而不學)다”. 공자는 지(知)를 지인(知人)이라고 풀이했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자를 뜻한다. “나면서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자가 으뜸이고, 사람보는 법을 배워서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자는 버금이다,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몰라 어려워 사람보는 법을 배우는 자는 그 다음이고 사람을 전혀 볼 줄 모르면서도 사람 보는 법을 배우려 하지 않으면 최악이다”.  지인은 인사(人事)를 이야기한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봐야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말씀은 실용적 의미 그 이상이다. 공자는 논어 안연(顔淵)편에서 “정직한 사람을 들여 쓰고 부정한 자를 버리는 것은 지(知)요, 부정한 자로 하여금 곧게 함은 인(仁)이다”고 설명한다. 서로 두 가지가 서로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호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인(知人)은 애인(愛人)과 함께 논어의 근본 담론이다. 지인이란 타인에 대한 이해일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공자는 제(齊)나라 양왕(湣王)의 맏아들 건(建)을 예로 들었다. 실제로 건은 보통 사람의 3배나 되는 재주가 있다고 했지만 현자(賢者)를 알아보지 못한 탓으로 진(秦)나라의 포로가 되었고 나라는 멸망했다.

KT가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진쟁중이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황창규 회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해 사외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외부 공모와 전문기관의 추천을 통해 후보군을 뽑겠다고 밝혔다. 후보군 모집은 본인 지원과 헤드헌팅 업체 추천이라는 두 가지 경로라고 발표됐으나 이사추천이라는 경로가 하나 더 있다. 지배구조위원회 운영 규정 제6조 3항은 '사외 회장 후보자군 구성을 위하여 이사의 추천을 받을 수 있고…'라고 적시하고 있다. KT에는 8명의 사외이사와 3명의 사내이사가 있는데, 이들이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는 셈이다. 전례를 미루어보면 이사추천이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로임을 알만한 이는 다 안다. 이사들은 경영 상황에 밝아 KT에 꼭 필요한 인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경로에 대한 내부 시선이 좋지 않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통로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공정성과 투명성

회장 선임의 역사를 돌아봐도 그랬다. 후보가 2~3배수로 압축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이사 추천을 통해 후보 대열에 합류한뒤 최종 후보로 낙점되는 경우가 잦았다. 지금의 황창규 회장도 그전의 이석채 전회장도 그랬다. 회장에 오르고 난 뒤 각종 게이트나 채용 비리 등으로 수사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후보 추천단계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내부인사나 외부라도 KT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리는 있다. 공정과 투명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인사들은 회사 사정과 통신업계를 잘 안다는 장점도 많다. 조직내부의 소통과 노조와의 관계등을 감안해도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사업추진과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확실한 역할을 해나가는데 무리는 없을성 싶다.

KT는 지난 7월 이사회를 열고 '이사들은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최근에 알려졌다. 뒷맛이 찜찜하다. 이사회에서 운영 규정과 배치될 정도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놓고도 3달 넘게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투명과 공정’을 강조해놓고 당사자들은 그게 아닌 셈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변명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외부 후보 공모에서 공개모집과 전문기관 추천을 받는다고 했으니 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억지변명을 했다. 정식 표결을 한 게 아니어서 향후 어떤 이사가 운영 규정에 따라 외부 인사를 추천할 경우 막을 근거는 없다. 이사들이 '추천권'도 행사하면 공정성 위배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게 더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사내 후보군으로는 직급이 부사장 이상인 현직 임원 7명을 추렸다. 11월 5일까지 외부 공모로 접수된 후보자들과 합쳐 심사를 한뒤 회장후보심사위원회에 넘길 명단을 확정한다. 김대유 지배구조위원위원장은 차기 KT회장에 대해 `쉽지 않은 자리`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이석채 전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 등 경제관료 출신으로 풍부한 행정 경험을 갖췄고, 황창규 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후보 시절부터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취임 후 이런저런 말이 나왔고 리더십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차기 KT 회장은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강력한 뚝심과 배짱을 겸비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인 듯하다. 갖춰야할 덕목은 더 있다. 민간기업이지만 KT만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하고 글로벌경쟁에서 혁신도 주도해야하고...할 일이 많다. 외부에서 회장이 오게 되면 인사도 대대적인 쇄신이 불보듯하다. 일부 임원들은 사내 회장 후보로 언급돼 온데다 실제 최종 후보군에 포함된 인사들도 다수다. 황 회장이 삼성전자 등에서 영입해온 인사들을 포함 상당수 임원들도 교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

노자(老子)는 좋은 리더의 자질로 자(慈)와 검(儉),불감위천하선(不敢爲天下先)을 강조했다. 3보(三寶)라는 표현까지 썼다. 자는 자비 자애 사랑을, 검은 욕심없는 검소, 검약을, 불감위천하선은 감히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고 겸손을 잊지 않으면서 할 일은 다 하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공자가 좋은 인사의 단계를 나눴다면 노자는 이상적인 리더의 단계를 나눴다. 최고의 리더는 태상부지유지(太上不知有之)라고 봤다. ‘존재하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낮추며 일하는 리더다. 다음이 친이예지(親而譽之)‘사람들과 가까이 하고 칭찬받는 리더’를 꼽았다. 셋째로 외지(畏之)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리더“이며, 끝으로 모지(侮之)’신뢰가 떨어져 조롱과 업신여김을 받는 비호감의 리더‘를 들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도공(悼公)은 물러나는 중군위(中軍尉) 기해(祁奚)에게 후임 추천을 부탁했다.그가 추천한 인물은 원수지간인 해호(解狐)였다. 얼마 뒤 해호가 죽자 이번엔 기오(祁午)를 추천했다. 그의 아들이었다. 원수(怨讐)와 피붙이를 불문하고 적임자를 천거한 것이다. 기해천수(祁奚薦讐),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진세가(晉世家) 편에 나오는 고사다. 사마천은 "기해는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밖으로는 원수임에도 추천했고 안으로는 자식임을 숨기지 않고 천거했다"고 칭찬했다. 뛰어난 인재거나 꼭 필요한 인재라면 이사 추천이든 내부인사든 사사로운 감정을 떠나 천거해야 한다. 그래야 KT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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