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금융감독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정부 혁신금융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기술금융이 매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기관과 은행이 사전에 등급 예상 결과를 공유하는 '짬짜미' 관행에 금감원이 칼을 뽑았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기업 평가 관련 조직과 영업 조직을 분리하지 않고 운영해 온 기업 신용정보 제공기관 나이스디앤비에 과태료 1200만원과 기관 주의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기술신용평가 기업에 대한 첫 제재 사례다. 

나이스디앤비는 지난 2017년 7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12일까지 영업조직이 정식 기술신용평가 의뢰 이전 은행으로부터 특정 기술등급 이상이 부여될 가능성에 관해 확인을 요청받고, 평가조직은 이를 미리 확인해주는 짬짜미 평가를 자행해왔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신용평가회사는 평가 조직과 영업 조직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나이스디앤비는 평가 조직이 기술 관련 서류 없이 사업자등록증, 재무제표 등으로 진행한 약식 평가 결과에 따라 특정 등급 이상인 경우에만 정식 기술 평가를 진행해 계약을 유리하게 유치했다.

금감원 신용정보평가실 관계자는 29일 미디어SR에 "신용평가사에서 은행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평가를 유리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마케팅을 할 우려가 있어 평가조직과 영업조직은 원천적으로 분리가 돼야 한다"면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사전 의견을 줬다고 하지만, 정식 평가가 아닌 약식으로 등급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나이스디앤비에 대한 제재 수준은 일부 업계 관행으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어 한 단계씩 경감됐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일부 업계 관행적인 측면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제재 수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 대상 직원 A씨에 대해서는 주의에서 조치 제외로, B씨에 대해서는 견책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기술금융 등급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업체에서 수많은 자료를 다 준비하고 평가 기관에서 실사를 거쳐 한두 달 걸려서 등급이 나왔는데 기대보다 낮게 나오면 업체가 만족할 만큼의 대출 한도나 금리가 나오지 않지만 번복하기가 힘들다"면서 "기술금융 평가 자체에 비용이 드는데 투입한 것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인력과 비용을 낭비하는 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 조치를 계기로 평가조직과 영업조직의 정보 공유에 이전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것으로 보인다. 기술금융은 기술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는 만큼 적절한 대출액을 산정하기 위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업무 안에서 당연히 봐야 할 사항으로 특별히 전반적인 차원에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다른 기업에서도 관행처럼 해오던 일에 대해 주의하고 지양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술금융은 자본이 부족하지만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은행이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다. 해당 기업이 은행 영업점에 대출을 신청하면 영업점은 기술신용평가기관에 대상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의뢰하고, 산정한 등급을 바탕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 민관합동 TF'를 개최해 향후 정부의 혁신금융 목표에 부응해 3년간 기술금융에 90조원 초과 달성 목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28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은행권 기술금융 실적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018년 말 대비 18조 2000억원 증가한 182조원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에서 기술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5.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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