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도민의 희망이 사회가치다

- 삼다수 JPDC의 지역발전을 위한 선도모델 (상)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JPDC)는 제주도청 산하 공기업이다. 설립 25년 된 JPDC에는 세 가지 놀라움이 있다. 전국 기업(공기업 포함)중 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단단한 경영성과가 우선 놀랍고 다양한 사회가치 구현사업에 깊이가 있다. 더 큰 놀라움은 이러한 활동이 도민의 의견을 최우선하며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의 작은 공기업에게서 지역발전, 지역혁신의 이상적인 모델을 확인하는 것이다.

JPDC의 주 활동은 먹는 물 삼다수의 개발 생산이다. 한라산이 품고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국내외에 보급하는 사업이다. 여기에 제주도내 임대주택 공급업과 감귤을 가공하는 음료사업 등이 보조적 업무다. 올해 예상매출 3116억원에 순익은 610억원. 먹는 물 삼다수사업이 전체 매출의 95%이상을 차지한다. 임대주택사업은 이제 막 시작한 도민 주거안정 공익사업이고 음료사업 역시 감귤가공을 주력으로 아직 순익을 못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다수의 순익은 전체 매출의 25%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7%대와 비교하면 JPDC의 경영은 작지만 아주 단단하다.

창업아이디어 발굴과 사업화 과정에 활동한 도민참여단. 사진. JPDC

JPDC에서 더욱 돋보이는 활동은 사회 가치 구현이다. 방향은 크게 3가지. 삼다수 공병의 재활용에 착안한 환경사업과 도내 청년 창업지원, 그리고 지역사회 공동체 지원사업이다. 고유의 업과 연계한 사회가치 구현사업이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에 밀착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활동들이다.

JPDC는 특히 이들 사업 하나하나를 시스템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도민의 희망사업 조사와 도민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사업 대상을 결정하며 사업 내용에 맞게 사내 조직을 재구성하고 사업 방향을 결정한 뒤에는 지자체와 사회적 경제조직, 일반 기업과의 협업방안을 찾는다. 제대로 실행되는지를 점검하는 점검단도 구성하고 전문가 집단의 성과 평가도 받는다. 탄탄한 교과서적 시스템은 본격 활동 1년여 지역 기여의 실효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 청정 제주만들기

제주는 대표적인 대한민국 관광자원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고 천혜의 조건을 갖춘 국내 최대 휴양지다. 국제적인 관광지답게 다양한 볼거리도 개발돼있고 자연을 그대로 살린 올레길은 그 자체로 국제적인 관심사다. 21개 코스 구석구석 제주만의 자랑인데 막상 올레길을 걷다보면 그 많은 쓰레기에 감흥은 반감된다.

제주는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전국최고, 재활용률 전국 최하위다. 올레길 쓰레기의 절반은 플라스틱 PET병이다. 최고의 관광지가 쓰레기 대란의 상징이 돼 버렸다. JPDC가 착안한 사회적 기여사업이 환경문제에 집중한 배경이다. 게다가 환경오염의 주범중 하나가 주 생산품 삼다수의 포장용기 PET병이다.

JPDC는 ’Recycling 삼다수 Upcycling 제주‘를 내걸고 2017년 12월부터 친환경 제품 생산체제 구축에 나섰다. 용기의 경량화와 재활용 가능한 재질개선, 환경보전사업 인증이 목표다.

우선 용기를 가볍게 함으로써 쓰레기의 배출 자체를 줄이기로 하고 19.5그람짜리 0.5리터들이 삼다수 용기 무게의 1.5그람 감량에 들어갔다.

물에 분리되기 어려운 라벨 접착제를 물에 잘 녹는 접착제로의 개선에도 착수했다. 정부와 관련 조합, 재활용생산업체 등이 모여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고 품질테스트 등을 거쳤다. 이 작업에도 사내 TF팀을 구성하고 접착제 납품업체, 물류 테스트 및 인증기관과의 협업체제를 갖췄다. 이같은 환경친화적 제품생산은 공인기관으로부터 탄소발자국이란 인증을 받아 대외 신뢰도도 높였다.

친환경 제품 생산만으로 JPDC는 시행 첫해부터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2018년 8%이상 폐기물 감축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까지 1790톤의 폐기물 감소를 예상하고 있고 28억원의 원가절감이 기대된다. 재활용 분담금의 경우 2018년 한해에만 15억원이상 절감했다. 사회적 기여를 위해 착안한 사업에서 경제적 효과까지 거둔 것이다.

#삼다수와 함께 제주와 함께

생산과정에서의 친환경 노력보다 정작 더 큰 관심을 쏟은 것은 쓰레기의 분리수거와 자원재활용이다. 이를위해 JPDC는 우선 2018년을 1단계로 분리수거 캠페인과 공병회수, 업사이클링 예술사업 등을 기획하면서 1억5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JPDC 사회공헌 TF팀과 도민을 주축으로 분리수거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 공병회수는 제주시와 제주올레, 업사이클링은 도시재생센터와 협업체제를 갖췄다.

도민이 참여하는 분리수거함 사업을 위해 JPDC와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캠페인사업 전체를 기획 운영하고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도 나섰다. 중증장애인 시설 희망나래일터에는 분리수거함과 홍보물을 만들도록 하고, 제주희망협동조합에는 제주도내 5천가구에 수거함을 배포 수거하도록 각각 역할을 분담했다. 분리수거함 3종류가 제작됐고 협동조합 소속 인력 8명은 저소득층가구와 경로당 소비자생협 등 도내 5천여 곳에 수거함을 보급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일거리를, 수거함 배송부문에서는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JPDC와 서귀포시, 제주올레는 주요 관광지 4곳에 PET병 자동수거 보상기를 설치하고 관광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수거보상기에는 지역상권 포인트카드 적립시스템을 갖춰 직접적인 관광객들의 활용도 가능하게 했다. PET병으로 가구 의류 가방 등을 만드는 재활용기업 42개를 국내외에 수배해 폐공병 수요처를 확보했다.

PET병으로 작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의 핵심은 지역작가와 어린이다. 작가들은 폐공병으로 작품을 만들고 어린이들은 소망을 담는 이벤트로 폐공병을 재탄생시켰다. JPDC는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 제주시청, 한국전력 등과 협약을 맺고 도시재생에 불을 밝히는 환경재생트리 점등식을 가졌다. 제작된 트리는 상설 전시되면서 관광객도 유치하고 있다.

청정제주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는 JPDC의 지역사회기여 첫 번째 원칙은 도민우선이다. 1만7천여 도민과 관광객이 청정제주사업에 참여해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고, 도내 사회적 경제조직 등과의 협업체계가 실효성을 높였다. 분리수거함에 도민 1만3천명이 참여하고 자동수거보상제에는 설치 3달만에 600명이상 참여했다. 페트병 트리제작과 점등행사에는 50명의 작가와 도민 130명, 관광객 3천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동수거기를 통해 설치 3개월동안 빈병 37.52㎏, 캔 14.08㎏이 회수되는 환경개선효과도 이뤘다.

사업에 참여한 협업파트너의 구성은 지역혁신의 선도적 모델이다. 비영리단체로 제주도시재생센터와 제주올레가 행사 진행과 운영관리를 맡았고 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희망나래일터, 제주소비자생협, 제주희망협동조합 등은 물품제작과 보급 배송 만족도 조사 등을 담당한 사회적 기업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한전 등은 공간과 기술제공 및 행정적 지원으로 함께했다.

지역기여사업 참여 희망자가 사업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JPDC

 

#제주형 창업을 지원

JPDC가 착안한 제주형 사회적 기여사업은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할 소셜벤처와 스타트업 육성이다.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과정을 통해 도민이 공감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가 Green제주‘ 프로젝트다. 2015년부터 시작해온 사업으로 지난해 대폭 개편, 깊이를 더하고 있다.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에는 우선 도민참여단을 모집했다. 제안된 36건의 아이디어에 29명의 도민참여단이 지원해 제안자와 전문가등 모두 7명의 전문가가 제출 아이디어의 창업방법을 협의했다. 지난해 12월과 올 2월 두차례에 걸쳐 5건의 사업을 고르고 자금을 지원했다. 도민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전문가 중심의 멘토링 조직이 사업화를 안내해 시제품까지 만든 뒤에는 도민이 시제품을 테스트하도록 했다.

창업으로 이어진 돋보이는 사업은 방치자전거 수거 및 재생사업과 폐 해녀잠수복 재생사업이다. 무단방치 자전거가 크게 늘어나는 제주 현실에 착안한 아이디어 제공자는 지원이후 방치 자전거 재생사업을 시작해 도민대상 장기렌탈과 자전거 무료체험 행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1만5천여벌에 달하는 버려진 해녀 잠수복은 고래꼬리로 변신해 체험행사 등에 쓰인다. 1회용 컵을 활용해 식품이 발화되도록 하는 자연보호사업이나 감귤과 커피나무 교배사업, 자연친화 장바구니 제작사업 등도 JPDC의 지원으로 사업에 나선 프로젝트들이다.

2018년 창업지원 수상자와 멘토링 참여자들. 사진. JPDC

최근 시상을 마친 2019년 창업지원 공모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창업 또는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다. 8월 한달간 아이디어를 공모해 도민참여단의 의견으로 12개를 정한 뒤 9월 한달동안 전문가코칭과 피드백, 아이디어 고도화, 전문가 멘토링 등의 과정을 통해 6개팀이 선정됐다. 재활용과 재생분야의 아이디어들이다.

선정된 팀에게는 2020년 4월까지 개발과 네트워크 구성 등을 지원하고 우수 3개팀에는 사업화 자금 최대 5천만원을 지원한다. 이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국민참여단.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선호하는 아이디어를 선정한 뒤 활동을 신청한 도민참여단이다. 도민의 희망사업이 JPDC의 사회가치 기준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같은 도민우선의 지원사업 선정 및 지원작업은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컸다. 당시 총 11개팀을 발굴해 1억3700만원의 사업화자금을 지원했으나 실용화와 상용화에 대한 검토부족으로 결국 공식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도민의 참여와 전문가들의 도움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JPDC는 2022년까지 9억5천만원의 재원을 스타트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도민이 원하는 사회적 기여활동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 JPDC 사회공헌 사업의 기본 방향이다. 꾸준히 유입되는 인구, 물 부족과 오염문제, 범죄발생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다. JPDC는 사회공헌 사업을 결정하는데도 도민의 의견을 우선했다. 수요조사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도출한 사업은 곶자왈 환경보호, 다문화가정 예술사업, 청소년 문화캠프, 행복릴레이 하우스, 감귤쥬스 나눔사업 등이다.

곶자왈 환경보호 활동은 JPDC의 업과도 직결된다. 제주 지하수의 원천인 곶자왈이 난개발이슈로 대두되자 이를 보호하기 위해 곶자왈 공유화재단 및 (사)곶자왈 사람들 등과 협력해 일정 지역을 매입하고 전문적인 관찰 및 변화 기록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23억2천만원의 공유화 기금에 지난해 20억원을 추가 협약하고 주민이 자연생태 보호자로 나서도록 했다. 이 사업에 주민 670명이 참가해 4천500종의 생물을 탐사 기록하고 자료집도 발간했다.

물절약 캠페인은 다중 이용시설에 절수기를 설치하고 이용실태를 파악해 물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사업. 절수기기를 설치한 노형중학교에서 연평균 30%이상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확인해 확산 교육과 함께 개인주택으로 확장하는 모델도 만들었다.

제주 청소년 문화캠프와 청소년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시행중이다. 제주엔터테인먼트모임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등과 협력하고 있는 이 사업은 교사와 학생 전문가들이 모여 미래를 설계하고 청소년의 꿈을 지원한다. 도내 고등학교 23개에서 152명이 참여하고 있고 140명이 수료했는데 제주출신 문화 예술인의 재능기부와 함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작은 지자체 제주특별자치도의 공기업 JPDC가 착수한 시민 참여형 지역기여활동의 확장성은 대한민국 지역혁신의 큰 울림이 되고 있다.

*JPDC의 창업지원 프로젝트 ’내가 Green 제주‘를 이어지는 시리즈에 깊이있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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