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농민단체의 거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민단체는 25일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시위에서 농민공동행동 박행덕 의장은 "정부는 항상 뭔가 주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폐기될 것이다. 농민들은 막다른 골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트럼프 말 한마디에 농민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은 역대 최저치다. 농가소득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300만 농민들은 강력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민단체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 농업 예산의 확대, 농가 소득 보장,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 통상 식량주권 실현 등을 주장을 담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 같은 토로에도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가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장기간 중단되어 사실상 폐기상태라 향후 새로운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대비할 시간과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농업에 영향이 발생하면 피해 보전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업소득 저하 농업기반시설 낙후 등을 이유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선택했다. 이 덕에 관련 농산품에 높은 관세 부과가 가능했고 국내 생산품에는 보조금 지급이 가능했다. 또, 회원국과의 관세 인하 폭과 조정 등에서도 느슨한 규제를 받아왔다.
 
개도국 지위 포기는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WTO 개도국이 불공평한 이득을 얻고 있다며 무역대표부(USTR)에 향후 90일 내 WTO 개도국 기준을 바꿔 개도국이 아님에도 특혜를 누리는 국가를 막으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중국과 무역 분쟁 과정에서의 저격성 발언이지만 한국도 거론했다.
 
정부 측은 시기를 늦출 수 없어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으로 이번 개도국 지위 포기의 중대성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개도국 특혜를 미뤄서 차후 실질적인 개도국 특혜를 받을 가능성도 없으며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을 모두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이번 결정이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 협상과 방위비 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의 고려가 있었다는 일부 분석에 호응하는 발언이다. 농민단체의 강도 높은 투쟁 예고에 산업통상자원부도 진화 작업에 나섰다. 산자부는 농업 보조금을 현 직불금 방식으로 줘 가격을 지지하는 형태보다는 선진국과 유사하게 간접 지원 형태로 지원금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