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서울 강남에 마련된 BTS 팝업스토어는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명)들의 성지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성공에 힘입어 국내 팬은 물론 해외 팬까지 팝업스토어를 찾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쇼룸 구경도 좋지만 역시나 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 MD 쇼핑이다. 한때 ‘덕질’ 깨나 했던 기자도 일일 ‘아미’가 되어 BTS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팝업스토어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눈이 크게 떠졌다. 줄이 길다. 평일 오전, 오픈한지 30분밖에 안 된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십여 명의 인원이 대기선 안에서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방탄소년단이 직접 오는 거냐며 관심을 보이다 일부는 제 갈 길을 가고 일부는 슬쩍 줄에 합류했다. 기자 역시 시민을 따라 함께 줄을 섰다.

입장까지는 2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사이에 스태프들이 뭔가를 분주히 건넨다. 보아하니 MD 상품 리스트가 적힌 브로슈어다. 팬들은 이미 SNS 등을 통해 자신들이 구매할 MD를 정했는지 막힘없이 술술 수량을 써내려갔다. 왕년에 문구류를 ‘덕질’했던 기자는 괜찮은 필기구가 있는지 살폈지만, 막상 보니 소장 욕구를 부르는 다양한 MD들이 많았다. 함께 팝업스토어를 찾은 선배기자의 말이 이어졌다. “이야, 예쁜 것들 많네!”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줄은 외부 지상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졌다. 대기 끝에 팝업 스토어의 문이 열리자 방탄소년단으로 가득 찬 핑크빛 세상이 펼쳐졌다. 팬들의 눈길을 끄는 제품은 많았다. 캐릭터 인형에 열광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쿠션과 실사 사진이 담긴 상품, 의류를 살피는 팬들도 많았다. 10대 팬들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테마의 렌즈 케이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서늘해진 요즘 날씨에 딱인 후드 티셔츠였다. MD 티가 나지 않는, ‘일코’(팬이지만 그 사실을 숨긴다는 의미인 ‘일반인 코스프레’의 준말)도 가능할 것 같은 무난한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임시 품절이었다. 내 눈에 예쁜 건 다른 사람들 눈에도 예쁘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체감했다. 포기하고 다른 상품을 살피다 보니 어느새 브로슈어에는 체크 표시가 빼곡했다.

팝업스토어에는 구매 말고도 즐길 거리가 많았다. MD 상품이 진열된 메인 쇼룸에서 체험형 쇼룸으로 올라가는 계단 근처에는 방탄소년단 캐릭터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AR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신기하게 쳐다본 뒤 지나치려는 찰나 ‘온 김에 한 번 해보라’는 선배의 말이 들렸다. 망설이다 직업정신을 발휘해 호기롭게 나서봤지만, 역시 춤은 춰본 사람이 추는 것이었다. 관람객들의 열기가 가득하던 지하 1층이었으나 유독 기자 주변만 조용하게 느껴졌다.

기자가 떠나자 키오스크 주위를 맴돌던 어린이 ‘아미’가 자신 있게 달려 나가 열심히 몸을 흔들었다. 기자에게 허락되지 않던 박수가 어린이 ‘아미’에게는 유하게 터져 나왔다. 역시, 춤은 어릴 때 많이 춰야한다.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기자의 통장이 ‘텅장’(통장의 텅빈 잔고를 자조적으로 비유하는 신조어)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 김예슬 기자

민망함을 뒤로 하고 올라간 1층에는 또 다시 줄이 있었다. MD를 구매하는 줄과 2층을 올라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줄이었다. 비교적 MD 구매 줄은 짧았다. 10분 정도의 대기 끝에 구매를 마치고 대기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받았다. 대기공간에는 폴바셋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 출출함을 달랠 수 있었다. BTS 에디션으로 나온 협업 상품인 텀블러도 있었다. “지하에 전시된 텀블러와는 다른 제품”이라는 직원의 소개가 있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폴바셋을 기웃대다보니 대기번호에 금방 기자의 번호가 떴다. 상품 수령을 위해 다가가니 분주하게 상품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보였다. 잘 보니 직원들이 입은 핑크색 외투에 배지가 달려 있다. 직원은 “통역 가능한 국가의 언어를 표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능력자임을 보여주는 배지였다.

구매 후 약간의 기다림 끝에 2층에 올라갈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소설 ‘화양연화’에 나오는 ‘송주제일중고등학교’ 정류장도 눈에 띄었다. ‘아미’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정류장 벽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낙서를 남길 수도 있었다. 기자도 슬쩍 펜을 들어 BTS를 또박또박 적어봤다. 옆에는 그림을 그리는 관람객부터 멤버들의 이름을 쭉 써내려가는 이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주변에 위치한 ‘아이돌’(IDOL) 테마 룸과 ‘디엔에이’(DNA) 테마 룸은 사진 명소로 통하는 분위기였다. ‘디엔에이’ 테마 룸은 3면 프로젝션으로, 진입하는 순간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해 신비함을 자아냈다. 공간 가운데 위치한 패드를 조작하면 3면의 공간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인터랙션 기능이 겸비돼 관람객들의 고른 호응을 얻어냈다.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비티에스'(HOUSE OF BTS). 사진. 구혜정 기자

이외에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직접 인증샷을 남긴 ‘BTS 캐릭터 존’과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뮤직비디오에서 슈가 파트의 배경이 된 플로어 피아노가 설치된 테마 존에는 관람객들이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이크 드롭’(MIC Drop) 테마 존 역시 핑크색으로 꾸며져 ‘인생사진’을 담기에 적격이었다.

또 다른 체험형 쇼룸이 위치한 3층을 가기 위해서도 약간의 줄을 서야 했다. 관람객들의 원활한 체험을 위해 10여명 단위로 끊어 관람을 돕는다는 설명이 더해졌다. 올라가보니 ‘페르소나’(Persona) 앨범 콘셉트 포토의 배경인 다락방을 형상화한 ‘홈’(HOME) 테마 존이 기자를 반겼다. 앨범 화보를 활용한 홈리빙, 문구 상품 등의 MD가 함께 자리해 구경하는 맛을 더했다.

‘홈’ 테마 존을 지나니 옥외 정원에 거대 ‘아미 밤’(방탄소년단 응원 봉)이 한가득 설치돼 있었다. 관계자는 “동작 센서를 통해 아미 밤 앞을 지나면 불이 켜지는 인터랙션 기능이 구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역시 아미들의 인증사진 성지로 통하는 듯했다.

모든 관람을 마치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기자의 손에는 앞서 구매한 MD가 담긴 무거운 비닐봉지가 들려있고, 기자의 주변에는 관람에 대한 기대와 만족을 표하는 관람객들의 신난 목소리들이 가득했다. 기자가 밖을 나서자 지나가던 한 시민이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들렸다. “신기하네. 일단 줄이나 서볼까?” 그의 말에 기자는 속으로 조용히 답했다. 통장 털릴 각오는 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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