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일주학술문화재단의 설립자 인사말. 사진. 일주학술문화재단 캡처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태광그룹 소속 세화예술문화재단, 일주학술문화재단,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이 태광그룹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화예술문화재단, 일주학술문화재단의 2018년 공시에 따르면, 두 재단은 태광그룹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 티시스(휘슬링락CC), 메르뱅 등과 수억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했다. 태광그룹은 티시스,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대량구매하도록 전 계열사에 지시한 혐의로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공정위는 "티시스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화예술문화재단은 2018년 티시스에 4억1854만원, 메르뱅에 324만원을 지급했다. 태광그룹 총수 이호진 전 회장이 51.8%, 그의 자녀가 39.4%(2019.06 기준) 보유한 티알엔에도 2018년 23만원, 2017년에는 443만원을 지급했다. 공정위는 "티알엔은 티시스가 2018년 4월 인적분할해 세워진 회사로, 현재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주학술문화재단도 2018년 티시스에 3억4822만원, 메르뱅에 482만원, 티알엔에 505만원을 지출했다. 

재단 운영을 관장하는 허승조 이사장 또한 사익편취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 재단의 이사장은 2017년 취임한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이다. 허만정 GS 창업주의 8형제 중 막내아들인 그는 고 이임용 회장의 3남3녀 중 큰딸인 이경훈 씨와 결혼해 태광그룹과 사돈지간이다. 허 이사장은 태광그룹의 경영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태광그룹 총수일가다.

이에 허승조 전 부회장이 태광그룹 공익재단 대표로 취임한 것이 적절한 인사인지는 의문이 든다.  태광그룹은 허 이사장의 두 자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프로케어'에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 본사와 주요지점 빌딩 관리를 맡긴 바 있다. 시민단체로부터 "태광그룹이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를 해 허 이사장 가족이 이득을 봤다"는 지적을 받은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재단이 출연재산을 운용해 얻은 소득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지출명세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공익사업을 위해 쓰여야 할 자산과 소득을 태광그룹 총수일가가 사익을 위해 마음대로 써도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다. 

세 재단은 태광그룹 등으로부터 부동산, 금융자산, 주식 등을 증여받아 여기서 창출되는 임대수익, 이자, 배당 등으로 공익사업 재원을 마련한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의 총자산은 1076억원, 일주학술문화재단 747억원, 일주세화학원 1644억원이다.  

그러나 2018년 세화예술문화재단은 20억원, 일주학술문화재단은 33억원, 일주세화학원은 14억원을 공익사업에 사용했음에도 재단의 지출명세서에는 기입된 지출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 일주세화학원은 기부금 지출명세서와 감사보고서를 아예 공시하지 않았다. 

상증세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기부금수익이 아닌 이자, 배당수익 등(기본순자산)의 증가로 직접 반영되는 기부금도 지출명세서에 포함해야 한다. 

고 이임용 회장은 1990년 인터뷰에서 "일주재단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단돈 1원도 회사를 위해 재단 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창업주의 발언과 정면 배치되는 운영행태를 보이는 태광그룹 재단은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걸맞도록 재단 운영을 혁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재단 측은 미디어SR에 "담당자의 부재로 답변이 어렵다", 태광그룹 측은 "상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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