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열린 KT 청문회에 참석한 황창규 KT 회장. 권민수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오늘(23일)부터 KT가 회장 후보 공모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로 역대 KT 회장은 검찰 수사로 인해 각종 비리‧의혹에 시달리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로 퇴임하는 등의 수난을 피하지 못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연임을 포기한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하면 2002년 민영화 이후 KT 수장은 퇴임 시 매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뇌물죄로 구속되면서 중도 사퇴했다. 뒤이어 2009년 취임한 이석채 전 회장도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임기 만료 전인 2013년 11월 회장직을 내려놨다.

지난 2014년 1월 취임한 황창규 현 KT 회장은 정관에 따라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황 회장 또한 정·재계 인사 십여 명을 경영 고문으로 두며 과도한 ‘고액 자문료’를 줬다는 의혹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역대 KT 회장의 수난사는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 기업임에도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탓이 크다. KT는 연 매출 23조 원에 자산 규모 약 30조 원에 이른다. 연결 기준 종속회사 65개를 거느린 초대형 기업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제1주주(12.30%)인데다 소액 주주가 절반 가까이(48.10%)를 차지한다. 경영권을 행사할 주주가 없는 대신 정치권의 영향력이 미치는 기형적 관행이 자리 잡은 것이다.

실제로 이용경·남중수 전 사장의 퇴임 시기는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렸고 이석채 전 회장은 이명박 정권 인사 10여 명을 고위직 인사로 영입했다. 황 회장도 박근혜 정부 핵심인사 등 정치권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해 외부 영향을 줄이고 전문성을 갖춘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선임 절차를 개선했다. 먼저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를 거쳐 후보군을 검증하고 추려낸다. 이후 이사회에서 주주총회 의결에 부칠 후보자 한 명을 선정한 뒤 주주총회에서 회장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KT새노조는 미디어SR에 “이미 경영상 비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이사회인 만큼 이사 선임 방식과 구성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이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정권의 영향력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재는 절차를 개선했더라도) 사실상 황 회장의 비리 사실을 덮어줄 내부 후계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면서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국민 기업’이라 자부하는 KT인 만큼 국민이나 소비자 대표가 최소한 참관 정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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