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장혜진 시인
[장혜진 시인]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는 요즘이다.
분명 다름인데 나는 틀리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다름 인 지극히 정상적인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유는 당연한 것이라 여겼기에.....
 
오늘은 웃는 모습이 정말
흰색 패랭이꽃을 닮은 소녀의 두 손에 수예실을 꿴 바늘을 들려주었다.
양손을 움직여서 스스로 밥을 떠 먹는 일조차 힘에 부쳐서 밥과 반찬이 담긴 식판을 받으면 작은 한숨부터 먼저 폭 내쉬는 흰색 패랭이꽃을 닮은 소녀는 내가 근무하는 시설에서는 중증에 해당한다.
 
벽이나 등받이 의자에 지탱해야 겨우 앉을 수 있는 작은 체구의 소녀가 오늘은 휄체어에 앉아서 바느질을 다 했다.
숟가락 젓가락을 겨우 사용하는데 바느질이라니 하겠지만 수예용 바늘은 끝이 뾰족하지 않아서 손가락을 찔릴 경우 덜 아프지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면서 손바닥만한 조각천을 한번 꿰매보라고 주었다.
 
겨우 한땀을 꿰매기까지 두팔이 허공을 무수히 휘저었다.
겨우 한땀이 그녀에게는 겨우가 아니기에 지켜보는 나도, 입에서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는 그녀도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것도 아닌 바늘을 잡고 더군다나 꿰맸다는 사실에 그녀와 나는 너무나 기뻤다.
 
장애인거주시설에 근무하면서 매일 매일 감사함을 배운다.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아침에 출근해서 마주하는 이곳의 천사들을 보며 반성을한다.
몸은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피터팬의 영혼으로 몸만 어른이 된 이들이 언덕을 헉헉 거리며 올라오는 나를 발견하고는 선생님- 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환하게 웃게된다.
 
나보다 더 세상을 오래 산 00씨는 현관문 앞에서 뒷짐을 지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문앞에 다다르면 자동문의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어준다.
내가 열고 들어 갈 수도 있지만 그녀의 즐거움을 뺏고싶지 않아서 문을 열어줄때까지 기다린다.
문이 열리면 늘 같은 인삿말을 해온다.
우리 선생님왔네? 와야지 뭐...그리고 또 새벽에 누가누가 이불에 실례를 했다고 일러주기 바쁘다.
 
이층 생활관 복도로 들어서면 여기저기에서 큰목소리로 인사를 해온다.
밤새 잘 잔 그들이. 그녀들이 나도 몹시 반갑고 하루 또 이 말썽꾸러기들과 잘 지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사람 한사람씩 관찰하다보면 성격도 가지각색이고 서로 더 관심을 받으려는 나름의 작전을 보노라면 웃음밖에 안나온다.
어떤이는 산책길에서 주운 토실한 알밤을 내손바닥에 놓아주었다.
얼마나 손안에서 만지작 거렸으면 알밤의 껍질이 반질반질 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났다.
 
뭐든 먹는 욕심이 많은 이들이다.
넉넉히 먹고나서도 돌아서서 또 먹는거에 탐을내는 그가 내게 내민 밤 한톨이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줄 알기때문에 밤 한톨의 무게가 가볍지많은 않다.
중증과 경증의 그들은 서로서로 도우며 일상을 살아낸다.
육신이 멀쩡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거라면 그들은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살아내는 일이 녹록치 않음에도 밝은 그들을 보며 내 마지막 직업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겸손을 배우고 감사함을 느끼며 늦게라도 이 나이든 천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멀쩡한 육신으로도 늘 불만스런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니 나에게 먼저 말해야겠다.
 
'내가 가진것이 제일이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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