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 발표하고 있다. 제공 : 금융감독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묻고 더블로 가".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 역을 맡은 배우 김응수가 날린 명대사다. 고니와의 섯다 대결에서 파투가 나자 그는 구수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묻고 더블로 가"라고 말한다. 판돈을 회수하지 않고 두 배로 올려 수익과 위험을 크게 높여서 승부를 보자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파생결합상품 투자자들은 묻고 더블로 간 것도 아닌데 전 재산을 거는 승부를 했지만 기대수익도 낮았고 결과적으로 큰 손실만 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하나은행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판매 수익률 평균은 최소 3.5%에서 평균 4.4%에 불과했다.
 
3% 이상 4% 내외 상품이 전체 판매액의 20% 가까운 1485억원에 달했다. 4% 이상 5% 미만 상품 판매액은 5287억원으로 판매액의 70%를 차지했다. 5% 이상 6% 미만 상품은 10% 대를 6% 이상 상품은 전체 판매액의 0.5%에 불과했다. 사실상 주력으로 판매된 상품의 최고 이익은 4.5% 내외에 불과했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금융사들은 DLF 설계 판매와 관리 명목으로 리스크 없이 6개월간 최대 4.93% 수수료를 가져가고 고객은 원금 전액 손실의 부담을 안았다. 그럼에도 수수료는 4% 내외되는 구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JP모건 등 외국계 IB는 상품 설계와 헤지 대가로 3.43% 수수료를 은행은 1.00% 증권사는 0.39%, 자산운용사는 0.11%의 수수료를 리스크 없이 수치했다. 우리은행은 회전율을 높여 연 평균 2%대 수수료를 쳉겼다. 헤지 과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설명이 없어 현재까지도 해외 IB가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은행 창구를 통해 해당 DLF 상품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영화 타짜에 나온 곽철용 처럼 묻고 더블로 간 수준의 기대 수익이 없음에도 300배 설정 손실 배수의 상품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당시 안전한 투자처인 저축은행 예금과 비교해 가져가는 리스크가 너무 과도했다"고 봤다.
 
2018년 상반기 무렵 저축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비대면 상품의 경우 최대 2.92%였으며 주요 저축은행 상품 금리도 2.82% 내외였다. DLF 투자자들이 전액에 가까운 원금 손실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축은행 대비 최소 0.58%, 평균 1.5% 추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원금 전액을 배팅한 셈이다.
 
물론 해당 금액이 적다고 볼 수는 없으나 3.5%대 수익률을 약정한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의 경우 추가 수익률은 0.58%에 불과하며 만기가 6개월로 짧아 은행에 판매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해야 했던 일부 투자자의 경우 오히려 저축은행 보다 못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와 수익률과 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는 DLF 상품에 대해 적절한 리스크 설명이 나갔다면 피해자 규모가 대폭 줄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