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혁명보다 힘든 개혁

개혁이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처음 개혁이 등장한 시기는 춘추전국시대다. 지방분권적 봉건제(封建制)에서 중앙집권적 군현제(郡縣制)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이 시대는 진통의 시간이었다고 후세의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여기에 한 개혁정치가가 진(秦)나라에 등장한다. 그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강력한 절대군주가 등장해 통일된 질서체계를 세우는 기반을 준비하고자 한다. 강력한 왕권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였다. 나라는 군(郡)과 현(縣) 등과 같은 행정단위로 구획되고 각 행정단위에는 지방관을 파견하여 하나의 지배체제로 통일하려했다. 그는 개혁이 아닌 변법(變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법을 송두리째 바꾼다는 의미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공(功)의 대소(大小)를 헤아려 상을 주고, 죄의 경중(輕重)을 따져 처벌하였다. 왕족이나 귀족일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성과주의다. 전통적 신분질서를 와해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새로운 체제에 맞는 새로운 관념들은 뒤이어 생겨난다. 상앙(商鞅)의 변법은 진(秦)나라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당시 춘추전국시대, 백화제방(百花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에 등장한 그는 법가(法家)의 개혁정치가 상앙이다.

당시 시대의 요구에 정확히 응한 사상가들은 오직 법가(法家)가 유일하다. 유가(儒家)와 도가(道家), 묵가(墨家)와 명가(名家), 그리고 손자병법의 병가(兵家), 농가(農家) 등등의 제자백가(諸子百家)들 중에서 오직 법가만이 시대의 변화를 똑바로 보았고 정확히 응수하였다. 상앙은 개혁의 성공. 즉 중국통일의 기반은 마련했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신념에 찬 타협없는 직진주행의 결과다, 그 시대의 여럿 법가들도 종국에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초(楚)나라 오기(吳起)는 화살과 창 세례를 받아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진시황제를 도와 천하통일의 일등공신이 된 이사(李斯)는 저자에서 아들과 함께 목이 잘렸고, 한비자(韓非子)는 옥중에서 자살했다.

검찰개혁은 시작됐다

개혁은 혁명보다 힘들다. 패러다임 변화가 문제다. 역사가 증명해주듯 반대세력도 당연히 있고 집요하게 주도적 인물을 제거하려 한다. 그래도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에 대한 공감이 있다면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우리 국민들도 적폐청산에 이어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다. 개혁은 정부의 몫도 야당의 것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뛰어난 개혁가가 있으면 물론 금상첨화다. 지난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취임 35일만이다. 정부여당에서는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믿었고 야당에서는 조국은 안된다고 반대했다. 개혁의 주체는 역시 국민이다. 국민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것을 특정인이 하면 안될게 되고 될게 안되는 것일까? 국민들의 의견 수렴과 공유 및 소통을 잘하는 인물이나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검찰을 잘아는 사람이라면 나을성 싶긴하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은 누가 주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과 국회는 조 전 장관이 물러난 지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은 검찰개혁이 싫어서 조 전 장관을 낙마시키고자 했다. 조 전 장관 낙마를 핑계로 국민들까지 광장으로 꼬드겨 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조 전 장관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았다. 혹세무민이 따로없다. 국민들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자신들이 검찰개혁도 싫고 조 전장관도 싫다면 그렇게 주장해야지 애꿎게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간 연유도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조 전장관이 사퇴하자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의 흐름을 뒤집으려는 본색을 드러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사의를 표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내년 총선 이후로 넘기자고 주장한다. 또 조 전 장관이 발표했던 `검찰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축소` 방침도 취소해야 한다고 나섰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술더떠 특별수사부 폐지를 개혁이 아니라 고사(苦死)라고 표현했다. 서울과 대구, 광주의 특수부만 남기고 나머지 대도시 특수부 폐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이 지지세가 큰 대구·경북 지역에만 특수부를 존속시킨 것에 대해 야당 탄압에 대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명색이 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탄압이라는 의미조차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은 논외로 하더라도 광주가 한국당 텃밭인가? 정말 막무가내다. 이런 상황이라면 16일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 등 사법·검찰개혁안에 대한 논의부터 제동이 걸릴 것 같다. 무슨 핑계를 대고 나올지 궁금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개혁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야당 동참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검찰개혁 속도전’에 돌입한 듯하다. 15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시행령을 개정한 뒤 법률 제·개정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공직선거법 개정안보다 먼저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자는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지사인인/志士仁人) 삶을 구하여 인을 저버리지 않으며(무구생이해인/無求生以害仁) 스스로 몸을 죽여서 ‘인’을 이룬다(유살신이성인/有殺身以成仁)고 설파했다. 공자 사상의 중심이기도 한 ‘인’에 대해 제자인 증자(曾子)는 논어 이인편(里仁篇)〉에서 부자(夫子=스승인 공자의 경칭)의 ‘인’의 도(道)는 충(忠) 서(恕)’에 귀착한다(부자지도 충서이이의/夫子之道 忠恕而已矣)고 설명한다. 충이란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고, 서란 충의 정신을 다른이에게 미치게 하는 마음이다. 즉 몸을 죽여 어진 일을 이룬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 또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 맹자(孟子)도 고자편(告子篇)에서 사생취의(捨生取義)’라는 말로 살신성인의 의미를 거들었다. 목숨을 버릴지언정 정의롭고 옳은 일을 함이라고 했다. 조 전장관은 지나친 믿음과 확신때문에 첫 단추는 잘못 뀄는지 몰라도 그 잘못을 충분히 덮고도 남는다. 그의 사퇴는 ‘인’의 도를 다했으며 지난 67일간의 모든 문제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아쉽지만 잘했다. 덕분에 검찰개혁도 동력을 확실하게 얻었다. 이제 마무리만 잘하면 된다. 국회와 검찰의 몫이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는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야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 국민들은 현명하다.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고 싶다면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하라.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고 국민의 여망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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