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택시.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 “결국 싸움은 시작됐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두고 벌어지는 선점 경쟁을 보는 관중들의 한목소리다. 누가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 일단 ‘사각의 링’에 뛰어든 플레이어들은 역할 분담이 한창이다. 먼저 이동 수단으로 사람 또는 화물을 이동시켜주는 공급 플레이어가 주목된다. 즉 택시로 불리는 운송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이동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호출 중개사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물론 누가 연결하든 많이 호출해 주면 그걸로 만족이다.

현재 호출 중개 플레이어는 카카오T, SKT 티맵(T-map), 예약 전용인 마카롱, 택시단체가 결성한 티원모빌리티(T-One) 등이 있다. 물론 공급 플레이어는 이들의 호출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호출앱은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호출 사업자도 직접 운송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카롱 택시를 운영하는 KST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직접 택시회사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호출로 연결도 하지만 안정된 공급도 늘려가겠다는 포석이다. 따라서 이들의 1차 호출 연결은 직접 인수한 택시회사다. 그런데 현재는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니 협업 택시를 늘려가기 위해 택시 가맹사업에 진출했다. 이른바 ‘라이언’ 택시의 등장이 예고된 배경이다.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사진. KST모빌리티

그러나 가맹택시는 ‘마카롱(macaron)’ 브랜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도 빠르게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규모 면에선 아직 카카오T에 비할 수 없지만 최근 서울시 개인택시조합이 기존 LPG 중형 세단 택시를 전기 택시로 바꾸는 과정에서 5만 대 규모로 마카롱 브랜드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택시 모빌리티계의 빅뱅이다. 이동 수단 공급사는 현대차, 이동 서비스 공급은 마카롱, 오프라인 서비스 제공은 개인 전기 택시가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예약제’ 택시를 표방하며 입소문으로 앱 사용자를 늘려가던 KST모빌리티 입장에선 카카오T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실제 압도적인 마케팅 공세로 이용자를 늘린 카카오T와 달리 예약제 기반의 마카롱은 별도 마케팅 없이 서서히 이용자가 늘어났다. 더불어 ‘예약’을 활용하는 이용자일수록 매너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 택시 사업자에게 퍼지면서 마카롱 브랜드를 도입하려는 운송사업자도 확대되고 있다. 이용자가 서비스 품질이 높은 운전자를 원하듯 운전자 또한 매너 좋은 이용자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덩치를 키워 나가는 중에 개인택시가 힘을 보탰으니 시장에선 카카오T의 대항마로 마카롱 택시가 급부상한 셈이다. 

그러자 카카오T는 물론 마카롱 택시보다 훨씬 몸집이 큰 초대형 대기업 공룡들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언젠가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할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카카오T와 마카롱 택시 모두를 바라보다 덩치 작은 마카롱 쪽을 선택,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의 우버를 표방하며 등장한 코드42의 출현도 흥미롭다. 완벽한 모빌리티 매니저 역할을 통해 사람, 화물, 음식 등 이동이 필요한 모든 것을 새롭게 특화된 방식으로 이동시키겠다고 선언한 코드42도 카카오T를 배제하고 마카롱 택시와 손잡았다. 따라서 현재 구도는 모빌리티 부문의 골리앗인 카카오T의 대항마로 다윗에 비유되는 마카롱 택시가 나서되 그 뒤에는 대기업들이 포진한 형국이다. 

물론 카카오T와 마카롱택시는 어디까지나 현행 제도적 기반 위에서 국민들의 이동 서비스 불편과 불만을 해소하는 경쟁이다. 편하게 이동하고, 기능에 맞는 이동 서비스 제공으로 ‘혁신’을 이뤄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도 새로운 운송사업 제도 개편으로 ‘혁신’의 기반을 제공했다.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7일 성동구 패스트파이브에서 '타다 1주년 미디어데이'를 열고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여기서 논란은 렌탈 택시인 ‘타다’의 입지다. ‘타다’는 최근 택시 면허 제도 자체의 허물기를 시도했다 .‘타다’ 또한 이동 공급자로 택시가 필요해 협업하지만 근본적으로 렌탈 기반의 이동 서비스로 택시를 대체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다. 따라서 이들에게 ‘택시면허’는 모빌리티 시장의 진입 장벽이다. 하지만 면허를 없애자는 주장에 발끈한 국토부의 경고로 목소리를 낮췄다. 11인승 카니발로 이동시켜주는 게 혁신이라면 택시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놓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1인승 택시 사업을 면허 제도 안에서 하라는 것이다. 면허 제도 바깥에서 홀로 ‘혁신’이라 포장한 채 택시와 동일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공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국내 모빌리티 사업은 현재 택시에 기반을 둔 카카오T와 마카롱, 그리고 렌탈에 의존하는 ‘타다’ 등으로 구분되는 중이다. 수많은 모빌리티 기업이 태동했지만 택시 기반은 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모빌리티 사업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택시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리기 마련이다. 그 곳에서 현재 다윗(마카롱)과 골리앗(카카오T)의 싸움이 벌어지는 중이다. 

권용주(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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