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중연 미디어SR 대표, 김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욱 동천 NPO법센터장, 박태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연구위원, 김도영 CSR 포럼 대표, 이종재 PSR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PSR)과 미디어SR이 공동 주최하는 2019 공익법인포럼이 '기업 공익법인의 미래'를 주제로 8일 서울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공익법인포럼은 건전한 기업 공익법인 운영과 건강한 기부문화 조성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촉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커짐에 따라 공익법인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탐색하는 공익법인 전문가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포럼은 이종재 PSR 대표의 환영사로 막을 열었다. 이종재 대표는 "현재 기업 공익법인이 1만 개를 넘으면서 정부가 공익법인에 대해 설립 목적에 맞는 투명한 사업 집행과 사회 양극화 해소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 자리가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의 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고 자리하신 여러분께 인사이트가 되길 바란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환영사에 이어 김진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태규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연구위원, 김도영 CSR 포럼 대표가 발제자로 나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첫 순서로 김진우 교수는 내년 상반기 설치가 예상되는 시민공익위원회와 관련한 주요 쟁점 사안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공익위원회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지금의 정부안이 최적안인지는 의심이 든다. 좀 더 지혜를 모아야 한다"라면서 "공익위원회의 주요 과제는 민간공익활동을 육성하고 지원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박태규 교수는 해외 공익법인과 한국 공익법인의 활동 모형을 비교했다. 박 교수는 "해외의 경우 모기업 사회공헌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재단은 대체로 기본 자산으로 사업을 이어나가는데, 한국은 독립 운영되는 재단도 매년 모기업에서 지원받아 사업을 운영한다"면서, 우리나라 재단이 기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공익위원회가 설치되면 재단이 좀 더 다양한 공익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박두준 위원은 기업 공익법인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박 위원은 "공익을 위해 설립된 공익재단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재정 규모나 지배 구조를 공개하는 재단은 많지 않다"면서 "재단은 기업과 재단의 특수관계를 인정하고 어떤 사업을 잘하고 있는지 정보를 정확히 공시해야 한다. 기업과 재단이 선행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도영 대표는 기업 CSR 및 공익법인을 통한 임팩트 창출 전략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기업 사회공헌의 주요 영역이 전통적 사회 복지에서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 모델을 만들어내는 소셜 임팩트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기업 사회공헌 조직과 기업 재단이 분리되고, 그 중간에서 기업 핵심 역량을 접목해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협력하는 영역들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욱 센터장(왼쪽 첫 번째),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왼쪽 두 번째)과 발제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주제 발제 후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유욱 동천 NPO법센터장이 좌장을 맡고 앞서 네 명의 발제자와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함께 세법개정안에 대응하는 기업 공익법인 출구전략과 기부선진국으로 가는 기업 유인책에 관한 토론을 진행했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세법개정안에 따른 공익법인 의무지출 비중 확대에 관해 "네거티브 규제를 하면서 효과적인 규제 이면에 최소 의무지출을 지키지 못하는 재단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의 집행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미국의 경우에도 1969년 5% 의무지출 규정이 생긴 이후로 재단 공익활동이 대폭 늘고 재단이 스스로 적극성을 띠는 문화로 바뀌었다. 의무지출이 보장되는 재단에 한해서는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욱 센터장은 "공익법인 규제의 물꼬를 트는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박태규 교수는 "지출 의무를 확대하면 공익재단 운영이 활발해진다는 점에서는 찬성하지만, 기본재산에 대해서는 경직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상충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공익사업 지출과 기본재산 허가 양쪽의 규제가 조화를 이루어 의무지출 비율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절충적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김진우 교수는 기업 특수 관계인이 재단 이사회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 안 되는 규제에 관해 비판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특수관계인 5분의 1 제한 규정이 부작용을 많이 일으키고 있다. 기업 창업주 가족에게 재단 이사 자리를 주지 않으면 추후 법정 상속분의 일부를 청구하는 등 기부금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서 "기업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최소 30%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두준 전문위원은 "의무지출 비중은 현재 1%이지만 차차 단계별로 올라가서 5%까지 증가할 것이다. 기본 재산을 못 쓰게 하면서 의무지출 비중만 높이면 채찍만 주고 당근은 안 주는 격"이라면서 "기업 공익재단이 상속세 면제와 경영권 방어에 목적이 있는 것은 일부 맞지만, 의무 지출 비중을 5%로 늘리되 기업 지분을 2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5%룰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영 대표는 기업 유인책에 관한 제언을 남겼다. 김 대표는 "기업 재단의 차별성을 제도와 여론이 어떻게 지원하고 인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기업의 재원을 가치 있는 사회 문제에 활용하기 용이하고, 기업 사회공헌 활동을 견인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게 기업 재단"이라면서 "재단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인정하고 기업 재단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뽑아내 지지하는 긍정적인 견인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PSR 관계자는 8일 미디어SR에 "기업 공익법인 포럼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사학, 의료 등 특수법인을 대상으로 한 포럼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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