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LG가 소송으로 간 까닭은?
[김병헌의 直說後談] LG가 소송으로 간 까닭은?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19.10.02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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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본사. 제공 : LG그룹
LG그룹 본사. 제공 : LG그룹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발렌베리가문의 영광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에릭슨, 유럽 최대의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발전 설비 부문 세계 3대 업체 ABB, 대형 트럭의 롤스로이스 스카니아, 하이테크 전투기의 강자 사브, 단일약품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아스트라제네카.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공통점이 있다. 한 가문의 기업들이라는 사실이다. 스웨덴 국내 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스톡홀름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40%를 가진 기업 가문의 소속 회사들이다. 유럽 최대의 기업인 발렌베리 가문은 세계 1위 기업 5개를 포함, 항공, 산업공구, 제지, 베어링, 금융, 의료기 등 산업 각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하는 14개의 핵심 자회사를 갖고 있다. 가문을 세계적으로 더욱 돋보이게 하는건 기업규모나 기술력또는 경쟁력이 아니다.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발렌베리가는 160년 동안 5세대에 걸쳐 가족경영으로 기업을 영위해 오고 있지만 국민적 지지와 사회적 존경을 받고 있다. 전문경영인에게 기업경영을 거의 일임하면서도 ‘적극적 오너십’을 실행해 가고 있다.

인간이 경영의 중심에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오너 가문이 유서 깊은 양반 집안이다. 만악(萬惡)의 근원으로 오해받는 한국의 재벌 가문 중 그래도 욕을 덜 먹는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비교적 잘 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없이 계열 분리도 무난히 했다. 방대한 가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분쟁이나 계열 분리시 잡음도 거의 없다. 어떤 대기업인지 단번에 짐작하리라 믿는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발렌베리가와 가장 비슷하다는 얘기도 한다. 그런 LG가 최근 변해도 너무많이 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부터다. 구회장이 40대의 패기왕성한 젊은 총수여서인지 몰라도 많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다. 경쟁기업과 충돌을 불사하고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재계의 평가는 3세 경영체제 리더십 구축과 조직 안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과 외부적 위기로 인한 필연적인 행보라는 두 가지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

구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의 수차례 걸친 소송전에 이어 LG디스플레이의 미래와 관련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하면서 전면전 양상으로 끌고가고 있다.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백색 가전을 판매하는 터키 회사에도 소송으로 견제했다. 유럽 가전업체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3개 회사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대부분이 특허관련 문제다. 제2의 반도체로 꼽히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과 자사의 주력중 하나인 TV시장 등에서 경쟁기업 견제에 나선 것이다. LG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아쉽게도 주력 업종에서 삼성처럼 독보적인 1위 업종이 없다. 예전에 일부 업종에서 2위만 하자고 했다가 3위 이하로 내려 앉은 쓰라린 경험도 있다 지금은 일부 업종에서 1위를 목표하는것 같다. 독해진 것이다. 

LG화학을 비롯한 세계적인 화학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에 ‘올인’하는 것은 그 일환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소송전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당연한 싸움으로 여겨진다. 소송의 핵심은 특허 침해와 영업비밀 유출이다. 특허와 영업비밀은 기업의 핵심이다.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어 새로운 기술(특허)을 얻고 이 기술로 수익을 창출한다. 다시 투자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한다. 바람직한 선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개발한 특허 등 지식재산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경쟁기업이 침해한다면 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묻는게 당연하다. 이런 제도적 룰이 없다면 기업은 기술 개발할 이유가 없다. 마구잡이로 인재와 기술을 빼오면된다. 쟁점인 영업비밀 유출과 관련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년간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다량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LG전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기술·특허 무단 도용에 강력히 대응해야 해야 한다. LG전자의 전략 변화는 곧 구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지난 24일 취임 후 첫 사장단 회의를 열고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체질 및 사업 방식을 철저히 바꿀 것을 주문했다. 변화 수단으로 디지털 전환(트랜스포메이션)을 들기도 했다. 기업으로서 약점없는 완전체 요구다. TV 냉장고등 공간·생활가전은 LG전자의 현재 주력업종 중 하나다. LG전자의 2분기 매출 15조6292억원 가운데 6조1028억원이 이 부문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TV에 쓰인 OLED는 미래 경쟁력이다.

가장보단(假長補短)의 변화

삼성전자와의 8K TV 논쟁과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LG는 주력업종에서 경쟁기업의 여우같은 홍보 및 마케팅에서 나름 손해본 사례가 없지 않다. 앞으로 용납않겠다는 것이다. 기업간의 경쟁에서 기술력만으로 우열이 확연하게 가려지지 않는다. 홍보, 마케팅 등의 미세한 부분에서 희비가 갈리는 사례가 적지않다. 기업간이 경쟁이 예전보다 엄중해졌기 때문이다. LG 기본이 변한 건 아니라고 본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구 회장의 지시도 공격적 행보와 통한다. 그룹 관계자는 "모든게 책임경영 체제로 계열사별로 CEO가 각자 판단하고 경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 배우는 사람은/ 다른 이의 장점을 빌려/ 그 단점을 보완한다(선학자善學者/가인지장假人之長/이보기단以補其短) . 여씨춘추(呂氏春秋) 용중(用衆)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가장보단(假長補短)이라고도 한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에 재상인 여불위(呂不韋)는 수천 명의 식객을 거느렸다. 그들의 힘을 빌려 만든 책이 여씨춘추다. 이 책에 대한 여불위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했다고 한다. 누가 한 자라도 더하거나 빼야 할 부분을 발견한다면 천금을 주겠다는 일자천금(一字千金)의 호언장담도 했다. 여씨춘추는 사상적 가치는 별로 없다. 백과사전으로서 의미가 크다. 용중편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의 장점을 잘 활용하자는 주장이 담긴 글이다. 만물에는 장점이 없는 것도 없고 단점이 없는 것도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잘 배우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잘 빌려 단점을 보완한다. 이런 자가 천하를 가지고 세계1위가 된다. 세상에 순백색의 여우는 없다. 순백색의 여우털 옷은 있다. 여러 마리 여우에서 순백색 털을 모았기 때문이다. 기업이라고 다를 바 없다. 경쟁기업들을 보면서 노력해야한다. 요즘 LG를 보면 그렇다는 생각이다. 경쟁 기업의 장점으로 자신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 발렌베리 가문을 넘어서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혹여 발렌베리 가문을 스웨덴의 구씨가문(?)이라는 부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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