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시중은행들이 손실률 0%로 둔갑한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기위해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독일금리가 계속 하락하자 손실 배수를 높여서까지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은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독일 국채 등의 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한 상황에서도 손실 배수를 높이면서까지 계속 상품을 판매했다.
은행 내부에서 해당 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드러나, 원금 손실 위험성을 알면서도 판매를 강행한 은행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판매수수료에 눈이 어두워 손실율 0%로 둔갑한 상품을 독일금리가 더 떨어지자 눈가리고 아웅하듯 손실 배수를 높히는 수법으로 고객들을 한번 더 농락한 셈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부 공정가액평가실무협의회 검토의견에 따라 원금 100% 손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추가 검토나 보완은 없었다. 오히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베리어를 △0.20%에서 △0.32%로 낮추고 만기는 2개월 단축, 손실 배수를 250%에서 333%로 높여 상품의 재발행을 증권사에 역제안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 5월 7일 독일 국채 금리가 -0.006%로 떨어진 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우리은행은 손실배수 333배에 연 4.2% 약정수익률 조건으로 해당 상품을 계속해서 판매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전체 DLF 판매 잔액 중 절반이 넘는 53.2%(664억원)가 지난 5월 중에 팔렸다.
한편 하나은행은 운용사 백테스트 결과에 대한 검증이나 자체 리스크 분석 자체를 실시하지 않고 그대로 은행 창구에서 판매를 진행했다. 하나은행 역시 기초자산인 영국 CMS 금리가 하락하던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6명의 투자자에게 163억원 규모의 DLF를 지속해서 판매했다.
은행이 자체 검증 없이 그대로 활용한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해당 상품의 손실 위험성은 0%다. 현재까지 54.5%(669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파생 상품의 분석 결과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치다.
이 과정에서 서류상 하자가 있어 발견된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전체 판매 건의 20% 내외다. 하지만 형식적인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경우에도 추후 분쟁 조정으로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불완전판매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1일 미디어SR에 "금감원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치러질 분쟁 조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