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폐조선소를 시민들의 취창업 문화공간으로
-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9월30일, 경남 통영시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시작됐다. 통영시의 ’리스타트 플랫폼‘입주 18개 업체가 선정돼 본격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 선정업체들은 옛 신아조선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빌딩에 입주해 각자 계획한 사업들을 펼친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통영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불쏘시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조성사업은 폐조선소 부지를 활용해 주민의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통영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다. 재생사업은 창업지원을 목적으로 한 리스타트 플랫폼과 주민 커뮤니티 플랫폼 등 크게 둘로 진행된다. 
재생사업에 참여한 기관은 정부와 통영시를 비롯해 경남 진주에 입주한 공공기관 한국주택공사(LH)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고유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지역사회 살리기 사업에 참여하고 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전형적인 공공기관의 지역밀착형 사회가치 구현사업의 성공현장이다. 

통영 조선소재생사업의 완성모습을 담은 조감도 (사진제공. LH)

#사업추진 배경과 과정
경남 통영은 조선업 불황과 함께 침체일로에 빠진 대표적 지방도시다. 2018년 정부가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대응지역으로 선정할 정도다. 지역 대표기업이었던 신아조선의 폐업이 통영 불황의 상징이다. 
신아조선소는 1946년에 설립돼 통영 지역경제를 견인헸으나 2010년 이후 쇠퇴의 길에 들어서 급기야 2015년 11월 26일 파산했다. 조선소와 연관업체 종사자 5,000여명이 실직하고 주변지역 주거지의 70%가 비어버리는 사태로 이어졌고 지역경제는 급격한 침체의 늪에 빠졌다. 

시민들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냈으며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역 선정으로 답했다. 대상은 신아조선소를 포함한 인근지역 15만평 부지다. 2015년부터 통영시가 개발을 검토하던 지역인데 정부의 지원 결정으로 개발에 탄력을 받게됐다. 
통영시는 공동사업자로 논의해오던 LH와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갔다. 2015년 경남 진주로 본사를 옮긴 LH입장에서는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경상남도와 통영시의 요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협력한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은 이렇게 방향이 정해지고 2018년7월30일 경남도-통영시-LH간 협약으로 공식 출발했다. 

협약 이전에 LH는 내부 직원들의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을 열었다. 폐조선소 개발의 방향과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논의된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큰 틀을 정한 뒤 공식 협약을 맺고 같은해 9월에 재생사업 국제공모절차를 진행했다. 마스터플랜 공모 참가기업은 국내외에서 모두 20개팀. 이들중 1차로 7개 팀을 대상으로 3개월간의 작품제작과 엄격한 최종 심사를 통해 당선작으로 ‘통영 캠프 마레’가 선정됐다. 포스코A&C 컨소시엄으로 포스코계열 건축관련사와 독일의 Henn GmbH 및 토목 문화관광컨텐츠, 부동산 컨설팅, 조경사 등이 포함됐다. 

선정된 개발계획은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발굴해 핵심 컨텐츠로 활용하고 인근 녹지와 연계한 그린 네트워크 및 바다의 불루네트워크 조성이다. 기존 도크와 크레인은 최소한의 개발로 보전해 활용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특히 통영의 공예와 예술공방인 ’12공방‘에 착안해 ’12개 교육프로그램‘을 단지내 배치해 통영경제의 재생을 이끌도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학생 시민 등 일반인의 사업참여 기회도 마련됐다. 크레인 도크 등을 랜드마크화 할 수 있는 방안에 아이디어 공모를 시행해 당선작을 가렸다. 시민의 참여와 공공기관의 자원,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 결합된 종합 계획의 완성이었다. 종합 계획은 200여명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종적으로 신아조선소 본관을 활용한 리스타트 플랫폼과 별관을 활용한 주민커뮤니티 플랫폼 등 둘이 재생사업의 핵심으로 확정됐다.

크레인을 재활용한 통영의 등대 (사진제공. LH)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리스타트 플랫폼은 문화 관광컨텐츠 사업과 창업 재취업 지원시설 조성 및 도시재생사업 거점 구축을 골자로 한다. 통영국제음악당과 마리나 리조트 등을 연결하는 대로변에 입지해 접근성이 높고 도시재생 사업 후보지의 중심에 위치해 거점시설로 조성하기 적합하다는 장점을 살렸다. LH 주관으로 총 1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체 사업의 초기 붐업에 우선 가치를 두고  창업재취업지원 및 교육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신아조선소 본관의 리모델링은 연면적 1,500평 남짓의 6층 공간에 각종 취창업 및 복합 문화 교육시설을 설치한다. 1층에는 전시실, 공연장, 지역상품 판매형 점포를, 2층에는 창업카페와 운영사무실이 입주예정이다. 3층에는 리스타트 캠퍼스, 4층에는 창업 LAB실을 5층에는 트래블 라운지, 6층에는 홍보관 등을 구성할 계획이다.

더불어, 이 플랫폼에는 ‘남해안 여행학교’, ‘통영 음악학교’라는 이름으로 시범 운영될 ‘12스쿨 테스트 베드’가 주목된다. 통영의 전통 12공방 개념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통영장인공방학교, 바다요리학교, 제3인생학교, 마을 치유학교 등의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공간에서 진행할 사업은 우선 창업과 다목적 공유공간으로 제작실험실(FAB랩)을 운영해 청년 및 예비 창업자들의 아이디어 기술을 실험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9월 30일 선정된 기업이 바로 창업지원 시설 입주 대상이다. 

신아조선 본관을 리모델링하는 리스타트 플랫폼의 완공후 모습 (사진제공. LH)

# 주민커뮤니티 플랫폼
신아조선소 내 업무시설로 활용되던 별관 건물을 개조하는 사업으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발굴 육성 및 지역특화산업 활성화와 도시재생 지원센터로의 기능을 목표하고 있다.주민 커뮤니티 플랫폼 구축을 위해 2019년부터 2년간 약 70억원이 투입된다. 주민 커뮤니티 플랫폼은 연면적 1,000평 약간 모자라는 6층 건물로 1층에는 주민공동상점, 2층에는 마을 미디어 지원센터, 3층에는 복합문화도서관, 4층에는 어린이 직업체험 시설, 5층, 6층에는 주민소통공간 및 도시재생지원센터 입주로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리스타트 플랫폼내의 판매형 점포와 연계하여, 지역내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하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지원 공간을 배치하고 나전칠기와 누비 등 지역 특산물 판매장도 입주시킨다. 지역특산물을 온 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지역특산물 판매거점으로 활동하고 지역 관광활성화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성공적 민관 협업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이 민관협업의 성공사례로 꼽힐 수 있는 기본적인 배경은 참여 주체별 빈틈없는 협업시스템이다. 통영시는 시설 운영에 필요한 행정 재정적 지원과 연계정책 및 사업기획을 추진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업무를 책임 맡고 있다. 통영시 도시재생과 등은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은 물론 관계부처와 협업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컨텐츠 기획제작에 필요한 스토리를 제공하고 운영 프로그램에 직간접 참여하며 개발주체인 LH는 리모델링 공사와 운영계획 수립, 위탁 및 운영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존 조직인 사회적 경제 상생 네트워크 내의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을 추가 발굴 육성하며 특산물 판매장과 특화 F&B공간도 위탁운영한다. 

#지역주민들의 호응
30일 발표된 18개 입주기업은 당초 지난 16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지역주민과 단체 기업의 호응으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9월4일 마감한 입주 희망자에 총 50개팀이 지원해 2.8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우수한 계획을 갖고 있는 개인과 단체가 많아 31개를 우선 가려냈다. 이후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1차 통과자들의 사업 설명회가 있었고 이를 통해 최종 대상자를 가린 것이다.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은 사업 설명회 때부터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5차례에 걸쳐 실시된 설명회에는 매번 성황을 이뤄 연인원 300명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운영사무실 관계자는 “시민들의 높은 관심으로 입주기업이나 판매형 점포 모두 당초계획을 넘는 신청을 보였고 전화문의나 현장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출신 출향민 J씨는 “고향의 어려움에 가슴이 많이 아팠었다”면서 “계획대로 재생사업이 이뤄어져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내고향 남쪽바다로의 통영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폐조선소 재생사업이 13만 통영시민과 출향민들에게 ’통영의 미래‘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계획
통영 폐조선소 재생사업은 지난해 착공에 들어가 연말께 1차 개소식을 갖는 사업으로 아직 지역 주민들이 그 성과를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는 통영시와 LH의 발전계획은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우선 센터 입주기업이 지역인재를 채용하고 지역 커뮤니티시설에 시민들이 발길이 이어질 경우 지역 발전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화 교육시설과 창업시설 일자리 교육공간 등으로 새롭게 자리잡는 것은 물론 공방과 갤러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통영 리스타트 페스타라는 프로그램으로 인기 아티스트의 컨서트와 거리연극제 등 문화예술활동을 펼치고 축제 기획자 양성과 문화해설사 등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으로도 발전시킨다. 취창업 프로젝트와 리스타트 캠퍼스를 신규 일자리로 연결하고 동영상 편집교육, 영상촬영 스튜디오 등의 교육사업도 실시할 계획이다.  

’12스쿨 테스트 베드‘는 한산대첩 축제, 통영음악제, 예술제 등 다양한 축제행사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의 운영주체로도 육성된다. 특히 광역교통체계 구축 등을 통해 지역 연계발전의 계기가 되고 다양한 창업기관과의 협업모델로도 발전시켜 나간다. 내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게 될 통영의 지역혁신사업에 전국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리즈 다음은 2, 한국가스공사의 '대구 구석구석 챙긴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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