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사진. 김시아 기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금호아시아나재단이 박삼구 이사장의 지배력 확대 도구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협력 회사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기업과 재단 경계가 모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사업인 아트홀 운영에 있어서도 공익사업으로 보기에 어려운 부분도 다수 나왔다.
 
25일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재단은 금호고속 주식 400억원(의결권 지분 주식 200억원 포함)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금호재단은 금호산업 0.02%, 종속회사로 케이알, 케이오, 케이에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부채 비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말 그룹 회장직을 포함해 모든 계열사 직책에서 물러나면서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자산총액 751억원의 72%에 해당하는 542억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금호고속은 금호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다. 금호고속을 통해 금호산업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난 3월 이동걸 KDB산업은행과 만나 경영에서 완전 손을 떼기로 결정했으나 금호아시아나재단 이사장직은 유지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후 새롭게 개편되는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다.
 
그 밖에도 금호아시아나재단은 아시아나항공의 노밀 사태 당시 베일에 싸여 있던 케이 계열사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무상 증여받아 케이 계열사 케이알, 케이에이, 케이오 등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지분 평가액은 7억 7500만원에 불과하나 지난해 배당금으로 무려 15억 8천만원을 수령했다.
 
기업 재단이 그룹 사업과 연관되어 있는 계열 회사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는 경우는 사실상 금호아시아나재단이 유일하고 해당 종속회사를 통해 자산 평가액에 두 배에 달하는 배당을 수령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재단을 수증받은 이후 발생한 배당은 전액 공익목적사업으로 활용하고 있어 크게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공익사업을 위해 보유한 회사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해명에 대해서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생각이 다르다.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건설로 발발한 금호그룹 전반의 신용도 위기에 대응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아시아나항공을 금호홀딩스를 비롯한 금호그룹을 회생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비난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 채용 형태와 업무 구조상 하청이 필요해 해당 하는 케이알, 케이에이, 케이오 등 회사를 설립했다면 100% 지분 평가액이 수 억원에 불과한 해당 기업을 재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에 존속되어야 할 이익이 재단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케이 계열 소속 직원은 아시아나항공 유니폼을 입고 케이에이 명찰을 달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운영 전반에 있어서도 공익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주력 사업은 아트홀과 미술관 운영이다. 지난해 두 개 분야 공익사업에 70억원을 지출했는데 인건비를 포함한 간접비 비중이 무려 41%인 29억원에 달한다. 이를 제외한 장학금을 통한 수혜 대상 직접 지원은 4천만원에 불과하다.
 
재단 측은 박삼구 이사장을 포함한 주요 이사는 상근과 비상근을 포함해 별도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간접비 지출 비중은 여타 기업 재단과 비교해도 과도할 정도로 높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직접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것 외에도 음악, 미술 사업팀 별로 간접비로 상당 부분 인건비가 지출된다. 재단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실내악 단체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금호영체임버콘서트를 주력 공익사업으로 펼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오디션에 참가하는 학생과 연주자에게 12만원에서 최대 6만원의 오디션비를 받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심사위원 비용을 포함한 실비 지출을 위해 해당 오디션 비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익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에서 자체 콘서트 개최를 위해 오디션에 참여하는 인원에게 비용을 수취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형편이 어려운 문화 예술인에게 오디션 비용을 수취하는 것을 두고 문화 예술 업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재단에 오디션 비용을 내고 선발되더라도 해당 학생들은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 무대에 설 수 있을 뿐 금전적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반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지난해 주요 경영진 3인에게 6억 2천만원에 달하는 대기업 임원급 급여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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