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각 사 제공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가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핵심성과지표(KPI)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시중은행들이 고객 수익률 중심의 KPI 개선에 나섰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 참여해 17개 주요 은행장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손실사례와 관련해 성과보상체계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지난 19일부터 차례로 대규모 원금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해외 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사태의 근본 원인이 단기 성과 중심의 KPI 지표에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이 올해 비이자 이익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해당 상품 판매를 무리하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우리·KEB하나은행에 대한 DLF 판매 관련 합동 검사에 착수하면서 은행권 KPI 항목을 금감원이 나서서 검토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제가 된 DLF의 주요 판매 창구인 우리·하나은행 PB 실적 평가 KPI에서 고객 수익률 비중은 당시 2~5%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실적 위주의 KPI가 과당 경쟁 및 불완전 판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시중은행들은 고객 중심의 KPI 항목 개선에 나서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23일 "KPI를 전면 개편해 고객서비스 만족도, 고객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 중심의 평가지표로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고객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가 직원 성과 평가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은 '고객 케어 강화'로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평가제도뿐 아니라 조직/인력, 프로세스 등 고객 자산관리 시스템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이에 고객별로 투자 상품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상품 수익률이 위험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WM분야에서도 고객 투자 위험 관리를 위한 2~3중 방어 체계를 준비 중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PB 성과 평가 방식을 기존 상품 판매 수수료나 자산 규모 등에서 고객 수익률과 같은 고객중심 평가 체계로 전면 개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WM 부문 평가 시 고객 수익률 비중은 기존 10%에서 30%까지 늘어나며, 개편된 KPI는 신한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와 강남센터에 우선 적용돼 시범운영한 뒤 추후 다른 PWM 센터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고객 자산 수익률을 그룹 전체의 KPI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신한금융 창립 18주년 기념식에서 "고객 자산 수익률을 그룹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 납득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금융사로서 존재 가치도 없다"라고 역설했다. 

하나은행도 올해 하반기부터 영업점 및 PB 성과 평가 KPI에 고객수익률 비중을 현행 5%에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24일 미디어SR에 "현재 당행 PB의 성과지표에 고객 수익률 포함 고객 관리 비중을 올해 하반기 2배 이상 대폭 상향 조정했으며, 향후 고객 중심의 영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KB국민은행은 DLF 사태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비이자 이익에 편중된 KPI 지표 개선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존 평가 체계가 단순히 비이자 수익에 치중한 문제를 둘러보고, 전반적인 평가 비중을 다시 검토하면서 KPI 개편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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