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배송 시장 커지는데...사고 책임은 누가?
일반인 배송 시장 커지는데...사고 책임은 누가?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9.09.1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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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쿠팡이츠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일반인 배송 시장이 확장되면서 사고 발생 시 책임의 주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 등에서 일반인 배송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 사내 벤처 '디버'도 일반인 퀵 배송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원하는 시간에만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도 활발하다. 그러나 이 일반인 배송기사들를 보호할 장치는 미비하다. 스스로 보험을 준비해야 하며, 사고 발생 시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일반인 배송기사는 통상 개인사업자로서 플랫폼과 계약을 체결하고 자가용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등으로 배달한다. 이에 고용보험 등이 적용되지 않고, 배송기사는 개인적으로 종합보험, 책임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연 1800만원? 비정상적 보험료

특히 오토바이 배송기사는 과도한 보험료 때문에 보험 가입이 어렵다. 

보험은 크게 개인용, 비유상운송용(매장 있는 사장이 배달용으로 구매할 경우), 유상운송용(배달대행, 대가 있는 운행)이 있다. 오토바이로 유상 배송을 하려면 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20대 배달 노동자를 기준으로 비유상 운송보험료는 연간 100만원 수준이지만, 유상 운송보험료는 1천8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배송기사들은 개인용 보험을 가입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 유상운송 중인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한 팁들이 배송기사들 사이에서 공유된다. 2019년 라이더유니온이 실시한 배달대행 라이더 보험 및 소득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들 61.7%가 유상운송보험(배달용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들 중 93.7%가 높은 보험료 때문에 가입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한 21.9%는 100~200만 원 미만, 18.8%는 400~500만 원 미만을 보험료로 내고 있었다. 

손해보험업계는 보험료를 낮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유상운송 오토바이는 높은 사고율 때문에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지간한 보험 대리점에서는 상품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고 책임은 누가 지는가 

사고 발생 시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가, 플랫폼에 있는가는 모호한 문제다.  

현재 쿠팡은 배송기사 '쿠팡맨'을 대신해 로켓배송 상품을 배달하는 '쿠팡플렉스', 쿠팡의 음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모두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있다. 이에 배송기사가 사고를 낸다면 직접 책임을 지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사내벤처 ‘디버(dver)팀’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기반 당일배송 플랫폼 ‘디버’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제공.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사내벤처 ‘디버(dver)팀’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기반 당일배송 플랫폼 ‘디버’를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제공. LG유플러스

디버 또한 개인보험 가입을 안내하고 있기는 하지만 별도로 마련하지는 않았다. 디버 관계자는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자체가 없다. 유상운송용 보험 가입 책임이 개인에 있는 것은 대부분 플랫폼이 동일하다. 정부에 배달기사 보험 등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배송기사는 "목숨을 담보로 운행하는 거다. 하지만 유상운송용 보험료는 과도하게 비싸니 개인용 보험을 들 수밖에 없다. 사고가 나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구상권이 들어오겠지만 어쩔 수 없다"며 "플랫폼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배달의민족의 일반인 배달 서비스 배민커넥트는 플랫폼 차원에서 오토바이 유상운송용 종합보험, 산재보험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보험사와 연계해서 종합보험을 마련했다. 현재 유상운송용 종합보험 가입 전액 지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모션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모두 산재보험에 필수적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확산되면서 이 같은 플랫폼 노동자(플랫폼에 수요가 들어왔을 때만 단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플랫폼이 어디까지 책임지느냐는 문제는 전 세계적 화두가 됐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우버 기사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를 계약직이 아닌 노동자로 대우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회사의 지휘와 통제 아래에 있지 않고,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 이외의 업무를 해야 하며, 스스로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개인사업자-플랫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외의 경우는 노동자로 봐야 하며, 플랫폼 기업이 실업보험, 초과근무수당, 최저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일해왔던 우버 기사를 '노동자'로 판단한 것이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에 배송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우냐 마냐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내용이 아니다. 현재 발생하는 현상들의 근본적인 문제로, 캘리포니아처럼 한국에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개인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고 있는 만큼, 플랫폼의 책임을 무겁게 하도록 사회적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민수 기자 kms@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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