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소현.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좋알람’(좋아하면 울리는)은, 저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의 전환에 나선 김소현에게 ‘좋알람’은 특별하다. 원래도 원작을 좋아했다던 김소현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로 재탄생된 드라마 ‘좋알람’을 통해 교복을 입은 청춘물과 성인이 된 뒤의 로맨스를 함께 경험할 수 있어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스물한 살의 어린 나이지만 어느새 현장에서는 고참에 속하는 연차가 된 그는, ‘좋알람’으로 어느 시기의 자신과 마주했을까. 자신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가는 김소현을 만나 직접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작년에 열심히 촬영한 ‘좋알람’이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김소현:
주변에서 설렌다는 반응을 많이 보여주시더라고요. 해외의 팬 분들도 SNS에 여러 반응을 보여주고 계시더라고요. 넷플릭스 쪽에서도 해외의 반응이 좋다고 얘기해줘서 잘 되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CG 등의 효과들이 들어간 걸 보니 새로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신기한 경험이었죠.

Q. 작품이 한꺼번에 전 세계에 공개되는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특징이죠. 한 번에 오픈된다는 걸 경험해보니 어떻던가요?
김소현:
바로 그게 이 작품을 하려던 이유 중 하나였어요. 사전제작인 만큼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시간으로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닌 만큼 감독님도 원하시는 방향을 자유롭게 지시해주시고, 저는 그걸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반응들에 구애 받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해외에 동시공개가 되는 것도 좋은 시너지가 나올 거라 생각했죠. 그것 역시 선택의 큰 이유였어요.

‘좋아하면 울리는’ 김조조 역의 배우 김소현 스틸 컷. 사진. 넷플릭스

Q. ‘좋알람’은 ‘오디션’과 ‘언플러그드 보이’ 등으로 유명한 천계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어요.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김소현:
걱정이 많이 되긴 했어요. 워낙 원작의 팬층도 단단했고, 저 역시도 원작의 팬으로서 삼각구도가 단순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풀어가기가 어렵겠다 싶었어요. 드라마로 잘못 표현되면 팬 분들에게 반감을 사거나 실망을 안겨드릴 수 있는 만큼 고민이 됐지만, 원작을 거의 그대로 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크게 바뀌진 않을 거라는 가정 하에, 제가 좋아하는 웹툰이기도 하고 기회가 온 만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도전했어요.

Q. 공개된 완성본은 만족스러운가요? 일단, 천계영 작가가 직접 언급을 했던 부분에서는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웃음).
김소현:
작가님을 직접 뵌 적은 없고 이야기만 들었는데, 정말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외적인 싱크로율은 잘 모르겠지만 내적으로는 조조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애착이 컸던 만큼 그 부분만큼은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조조가 어둡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인물이니까 오히려 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감독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자체가 원작보다 무겁고 어두우면서 거친 느낌이었거든요. 조조의 힘든 느낌을 현실적으로 담고 싶어서 조금 더 톤을 낮춰서 연기했어요.

Q. 감정적인 힘듦을 연기하면 배우 입장에서는 피로도가 클 텐데.
김소현: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조조 입장에서만 연기를 해야 하니 힘들긴 했어요. 선오가 희망이 빛이 되어 조조도 행복해지려 할 때면 일이 생기니까 저 역시도 심적으로 지치게 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도 속으로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배우 김소현. 사진. 넷플릭스

Q. 조조는 힘든 상황에 처한 인물이에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조조가 안타까운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소현:
짠한 순간이 너무 많아요. 하나만 꼽자면 단짝친구였던 장고와 틀어질 때예요. 조조가 말을 거니까 장고가 대답 않고 이어폰을 끼는 장면이었는데, 진심으로 눈물이 차올랐어요. 힘들고 슬픈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 장면은 정말 현실적으로 와 닿았거든요.

Q. 선오 역을 맡은 송강이 “김소현으로부터 설레는 연기에 대해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김소현:
하하, 제가 무슨 얘기를 했나 싶더라고요. 저도 쑥스러웠지만 촬영할 땐 송강 씨가 조금 더 쑥스러워 해서 제가 더 괜찮으려고 했어요. 여성 시청자가 볼 때 다정하게 배려 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많이 생각해봤죠. 은행나무 길을 걷는 장면에서는 감독님이 손을 잡고 걷는 것 외에도 설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손깍지를 잡와봤는데, 화면에 설레게 잘 담겨서 좋았어요.

Q. 제작발표회 당시 원작에서 혜영이의 팬이라고 했지만 드라마의 시즌1에서는 선오와의 장면들이 대부분이에요. 
김소현:
선오와 러브라인은 정말 잘 나온 것 같아요. 원작에 있는 선오의 당돌함과 내면의 상처, 조조를 좋아하는 느낌이 잘 표현됐거든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혜영이의 감정이 덜 담기다보니 혜영이의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시즌2가 나오면 혜영이의 감정이 더 나오지 않을까요? 원작에서 워낙 좋은 이야기가 담긴 만큼 혜영이의 이야기도 잘 채워질 것 같아요. 

‘좋아하면 울리는’ 스틸 컷. 사진. 넷플릭스

Q. 함께 호흡을 맞춘 정가람과 송강이 나이로는 오빠지만 동시에 연기로는 후배예요. 선배로서 이들에게 도움을 준 부분은 없었나요.
김소현:
도움을 드렸다기보다는 제가 현장 경력이 조금 더 있는 만큼 이걸 조금이라도 보태보고 싶었어요. 송강 씨와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회식을 하면서 테스트 촬영을 할 때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했어요. 송강 씨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예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으니 나중엔 호흡을 맞추는 게 정말 편했어요. 평소에는 장난을 많이 치고 엉뚱한 면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송강 씨는 연기에 열정이 많고 열심히 하거든요. 현장에서 진지했던 만큼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가람 씨와는 호흡을 주고받았다고 할 만한 장면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가람 씨는 짝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해서 현장의 모든 분들이 가람 씨를 두고 “진짜 혜영이가 저기에 있다”고 놀렸을 정도예요. 그 정도로 집중을 많이 했던 만큼 그걸 깨지 않으려 했죠. 배려가 많은 현장이었어요.

Q. 한 인터뷰에서 ‘21년째 모태솔로’라는 말을 했어요. 로맨스 연기를 많이 했던 만큼 실제로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아요(웃음).
김소현:
21살이 어린 나이잖아요. 모태솔로라는 게 이상할 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연애를 안할 수 있던 건, 로맨스 장르의 작품들을 하다 보니 촬영하면서 설레고 좋은 감정과 함께 피로감도 느껴서예요. 연애를 할 때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헤어질 때의 아픔과 힘듦, 갈등도 연기하다보니 드라마를 끝내면 꼭 연애를 끝낸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 덕에 연애를 하지 않아 느끼는 공백이나 공허함이 없는 것 같아요.

배우 김소현. 사진. 넷플릭스

Q. 극에서처럼 실제로 ‘좋알람’ 어플리케이션이 출시된다면 본인은 어떨 것 같아요?
김소현:
평상시에 계속 깔고 다닐 것 같지는 않아요. 학생이었다면 깔았겠지만, 성인이 되면 좋아하는 마음을 알려주고 확인받는다는 것 자체가 마냥 가볍고 쉬운 일은 아니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깔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Q. 만약 깔았다면 몇 개나 울릴까요(웃음).
김소현:
어휴, 2개만 울려도 행복할 것 같아요. 하나만 울려도 큰 일 아닐까요? 흐흐.

Q. 일전에 남주혁, 육성재와 ‘후아유-학교 2015’를 통해 삼각관계를 이미 연기한 바 있어요. 이번 작품 역시 삼각구도의 중심에 놓여진 캐릭터죠. 밸런스를 지키려는 본인만의 비법도 있을 것 같은데.
김소현:
삼각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사랑받다보니 그런 구도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있더라고요(웃음). 그건 아니에요. 저는 확실한 일방통행을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작품을 할 때 그런 걸 다 피할 수는 없는 거니까, 하하. 다만 저는 어정쩡한, 소위 말하는 양다리를 걸치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고 여지를 주는 듯한 행동에 대해 철저하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 사람을 좋아하면 왜 좋아하는지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연기하려 하죠.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도 혼란스럽고 시청자 분들도 헷갈릴 수 있으니까요.

Q.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았잖아요. 연기를 통해 학교생활을 경험하다보면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거나 하진 않나요?
김소현:
그런 후회는 전혀 없어요. 중학교를 다닐 때가 정말 즐거웠거든요.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서 아쉬움이 남진 않아요. 그리고 학교생활이 좋은 점도 있지만 친구 사이의 문제나 왕따, 학교폭력과 같은 일도 있는 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들어요. 

배우 김소현. 사진. 넷플릭스

Q. 10대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인 만큼 일찍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한 주위의 질투도 있었을 것 같아요.
김소현:
그건, 없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동등한 조건임에도 제가 더 특혜를 받는 상황이 있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다행히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낸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고등학교를 안 간 게 이런 이유 때문 아니냐고 오해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생활 자체가 치열하고 힘든 만큼 연예계 생활을 하며 상대적으로 평탄해 보이는 제가 그 안에 있는 게 다른 친구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중학생 때 제게 ‘너는 좋아하는 일을 빨리 하게 돼서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굳이 그런 일들을 또 겪으면서 촬영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일단,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제일 커서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Q. 아역배우였던 만큼 대중이 성장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법한데.
김소현:
올바르게 자라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어릴 때 모범생 이미지가 있어서 저 스스로 그렇게 자라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도 생겨서 버겁기도 했어요. 하지만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시선들을 잘 극복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저는 아직 부족하다 생각하지만 저를 무조건 믿어주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감사한 와중에 저 자신도 의지를 하고 싶은데 다 저를 바라보고 있다고 해주셔서 낯설고 또 어색했어요.

Q. 나이에 비해 기대감이 과하게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을 것 같아요. 
김소현:
기대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온전히 연기에 집중을 못 하던 때도 있었어요. 제가 12살 때부터 함께 해 온 연기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이 어느 날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네가 아무리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만 그렇다 해서 엄청나게 잘하게 되니? 그건 상관이 없어.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다 보면 평가는 나중에 시청자나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거야. 계속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역효과만 나. 지금 넌 잘하고 있어.” 그 말을 들으니 답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그때부턴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배우 김소현. 사진. 넷플릭스

Q. 자라나는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그대로 노출되면서 대중이 김소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오해를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연예인은 선입견을 피해갈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죠.
김소현:
원래 제 성격은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는데 지금은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아졌어요. 조조처럼 저도 제 속 안의 말을 잘 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제가 지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성격을 바꿔보려 했어요. 하지만 이미 제 성격에 대한 오해가 생긴 만큼, 한 번씩 흔들릴 때가 있었어요. 저를 보고 의외로 밝은 면이 있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래서 가끔씩은 대중이 생각하는 김소현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이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생긴 대로 살아야죠, 뭐. 아직 저는 어린 나이잖아요. 하하.

Q.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소현:
저도, 시청자 분들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바로 ‘당당함’이에요. 인간으로서 당당함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할 때 힘도 더 나고 재미도 느껴지더라고요. 결과물을 봤을 때도 시청자 분들이 좋아하는 건 당당함을 가진 여성 캐릭터였어요. 과거에 KBS 단막극 ‘페이지 터너’를 했었는데 그 작품 속 캐릭터가 정말 당당하고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었어요. 그 당시의 저와는 완전히 반대여서 연기가 쉽진 않았지만 작품을 마친 뒤에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연기하면서 에너지도 많이 받았던 터라 그 작품이 참 기억에 남아요.

Q. 지난해에 드라마 ‘라디오로맨스’를 마친 뒤에는 학원물을 다시 하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 나중에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어요. 하지만 ‘좋알람’은 학원물적인 성격도 있는 작품이죠.
김소현:
그럼에도 지금 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지는 않아요. 원래 성인이 되면 교복을 입지 않으려 했어요. 마냥 어리게만 보일 것 같은 걱정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스무 살이 됐다고 해서 제가 크게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굳이 성숙해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했었는데, 그러다 시청자 분들이 좋아해주는 제 모습은 제 나이대의 풋풋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좋알람’에서는 열여덟의 어린 조조와 스무 살 성인이 된 조조의 모습 둘 다 나와요. 저를 기념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Q. 만 스무 살, 김소현이라는 배우에게 ‘좋알람’은 더 남다를 수밖에 없겠네요.
김소현:
‘좋알람’은 저의 연기했던 세월과 시간이 담긴, 이전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제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좋알람’을 보고 첫사랑이나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많은 분들의 기억도 함께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에게도 그런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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