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SK실트론이 미국 듀폰 사의 웨이퍼 사업부를 통째로 인수하면서 전기차 필수 부품인 SiC 웨이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에 따라 부당한 절차로 SK실트론 지분 19%를 확보한 최태원 SK회장의 지분 이익이 증대될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업 SK실트론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듀폰 사의 실리콘 카바이드 웨이퍼(Silicon Carbide Wafer, 이하 SiC 웨이퍼) 사업부를 4억 5000만 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국내·외 인허가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iC 웨이퍼는 고경도, 내전압·내열 특성을 갖춰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전기차에 쓰이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고품질 SiC 웨이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과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제조되는 전기차 및 통신용 전력반도체의 전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13억 달러(약 1조 5000억원)에서 2025년 52억 달러(약 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실트론 관계자는 11일 미디어SR에 "듀폰을 포함해 SiC 웨이퍼 생산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몇 개 안 되는데 절대 강자가 없는 새로 시작되는 시장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라면서 "조만간 전기차나 전력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 시기가 오면 선도적인 사업자로서 SK실트론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해 최태원 SK회장 개인에게 불법 대출한 바 있어 SK실트론의 기업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최 회장 개인의 이익 또한 증가할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 '키스아이비제16차'에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0억원을 대출해주고, 키스아이비제16차는 이를 통해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해 최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TRS 계약은 투자에 따른 수익과 위험을 나누는 파생 거래로, 이 계약을 통해 최 회장은 SPC에 수수료만 지급하고 19.4%의 SK실트론 지분을 확보했다. 최 회장 개인에 대한 부당한 신용 공여가 인정돼 한투증권은 지난 6월 증선위로부터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받고, 관련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을 기업금융 외에 대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수사받는 입장에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SK실트론이 듀폰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쓰인 자금 중 일부인 1670억원의 조달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을뿐더러, 지분 가치 상승에 따라 최 회장이 얻을 추가 이익에 대해서도 부당한 사익 편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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