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가람.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2012년 ‘스탠바이’로 데뷔해 4년 만에 천재 수영선수를 연기하며 대종상영화제의 신인남우상을 수상,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나가던 배우 정가람은 비로소 만난 ‘좋아하면 울리는’(이하 좋알람)을 통해 그동안은 보여주지 않던 순정남으로의 변신을 마쳤다. 수줍은 모습 한편으로 비치는 날카로운 눈빛은, 곧게 자라나고 있는 정가람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더욱 기대케 한다. 미소가 매력적인 정가람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Q. 원작의 팬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죠. 드라마는 어떻던가요?
정가람:
웹툰만큼 재밌게 잘 구현해낸 것 같아요. 저도 대본으로 보면서 CG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근데 CG도 정말 잘 나왔고 전체적인 색감도 참 예쁘더라고요.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캐릭터도 전부 다 개성 있잖아요. 조조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조조의 감정선을 따라 재밌게 봤어요. 

Q. 드라마는 웹툰의 일부만을 다루고 있어요. 그런 만큼 선오와 혜영이 팽팽하게 맞선다기보단 선오에 치중하다가 마무리된 느낌이더라고요. 혜영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법도 할 것 같아요.
정가람:
그래서 더욱 시즌2가 기대돼요. 웹툰에서도 초반에는 혜영이의 서사가 드러나지 않고 이후 성인으로 전환됐을 때부터 나오는 것처럼, 드라마에서도 시즌2가 혜영이와 조조의 달달함을 보여줄 것 같아요. 시즌1이 혜영이의 짠내였다면 시즌2는 선오의 짠내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배우 정가람. 사진. 넷플릭스

Q. 원작을 재밌게 봤다고 이미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어요. 원작을 볼 땐 어느 쪽을 지지했나요.
정가람:
혜영이의 사랑을 응원했어요. 웹툰만 봤을 땐 혜영이를 만나야 조조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선오와는 불타는 사랑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마음을 억지로 끊어내야만 하죠. 하지만 혜영이는 따뜻하게 잡아주는 사랑이라,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Q. 웹툰을 본 사람들은 혜영이를 지지하는 ‘혜영파’가 우세한데, 드라마만 본 사람들은 선오에 대한 서사가 중점적으로 나오다보니 혜영이와 잘 되어가는 흐름에 의문을 갖기도 하더라고요.
정가람:
그런 게 다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해요. 선오와 뜨거웠던 감정선이 있어야 이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도 생기니까요. 웹툰이 있는 만큼 웹툰을 따라 가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복잡하지만 간단한 흐름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조조가 선오와 강렬한 사랑을 주고받고, 중반부터는 조조와 혜영이의 따뜻한 감정교류가 나오며 선오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나오게 되니까요. 

Q. 원작이 있는 작품은 기댈 구석이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비교 대상이 있다는 부담 역시 존재하죠.
정가람:
제 입장에선 더 도움이 됐어요. 이미 이야기가 나와 있으니까 장면들에 대한 이미지를 제가 더 정확하게 상상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부담감도 있었어요. 워낙 웹툰이 단단하니까, 제가 팬으로서 생각한 혜영이를 표현하면 사람들도 공감을 해줄까 하는 고민이 있었죠. 그런 부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들과 연기하며 서로 편하게 맞춰나가다 보니 걱정을 많이 지울 수 있었어요.

‘좋아하면 울리는’ 혜영 역의 배우 정가람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Q. 웹툰이 드라마로 옮겨지던 초창기에는 실패 사례가 많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그런 우려 지점은 없었을까요.
정가람:
웹툰의 글과 그림이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있는 만큼 저도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상으로 나온 결과물을 보니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연스럽게 잘 나왔더라고요. 가상의 어플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잖아요. 불편함 없이 재밌게 봤어요. 꼭 진짜 있는 것처럼요.

Q. 원작과 드라마의 결이 미묘하게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정가람:
원작에서는 감정을 깊게 파고드는 부분이 많은데, 그걸 영상으로 만들기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조조의 힘든 내면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했죠. 그런데 김소현 씨가 연기하는 조조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감독님의 연출이 정말 좋아서 저는 충분히 표현이 잘 됐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혜영이가 처음부터 조조를 바라보고 있지만 초반에는 다가가지 못하는데, 그런 서사가 8부에 걸쳐 서서히 쌓인 만큼 이후 혜영이가 조조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자연스럽게 잘 흘러갔다고 생각해요. 원작 팬으로서도 굉장히 마음에 들고 좋았어요.

Q. 함께 호흡을 맞춘 김소현은 나이가 어려도 배우로서는 한참 선배죠(웃음).
정가람:
선배라는 걸 현장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신경을 쓰는 베테랑이었거든요. 그리고 송강 씨와 함께 찍을 땐 서로 의지하며 힘내자고 격려를 했다면, 소현 씨와 함께 하는 장면에서는 항상 진지하게 장면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놀 땐 장난기가 많아도 촬영할 땐 정말 진지하게 임하시거든요. 저 역시도 그 분위기에 많이 따라간 것 같아요.

배우 정가람. 사진. 넷플릭스

Q. 데뷔가 2012년인 걸로 알고 있어요. 열심히 활동을 했지만 두각을 드러낼 만한 기회가 크지는 않았는데.
정가람:
한 계단씩 올라오면서 지금 ‘좋알람’의 혜영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큰 역할을 맡았다면 소화를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조급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아직 20대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단계별로 밟아가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Q. 그런 도중에 주인공을 맡게 된 만큼 감회가 더 새로웠겠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이만큼이나 성장했다고 단적으로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정가람: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담감이 더 생기기 시작했어요. 조금 더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욱 많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기반이 되니까요.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이 조연으로 나올 때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부족하지만, 제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항상 어렵고 고민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Q. 군 입대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고, 단역이나 조연을 주로 맡았던 만큼 지금에 오기까지 불안감도 컸을 것 같아요. 
정가람:
맞아요. 누구나 다 고민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다만 내가 연기를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죠. 재밌어서 시작한 연기지만, 냉정하게 직업적으로만 봤을 땐 상품성이 있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선택 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오디션에 떨어질 때면 이 길이 내게 맞는 건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했죠. 그랬던 제게 크게 다가온 게 영화 ‘4등’이에요. 처음으로 오디션에 합격했고, 감독님께 처음으로 드렸던 질문이 제가 왜 뽑힌 건지 모르겠다는 거였어요. 그때 감독님이 그러졌죠. “그냥 좋으니까 뽑았어요. 자신을 믿고 해보세요.” 그 말을 믿고 정말 편하게 임한 작품이에요. 하지만 정말 슬프게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첫 영화여서 그런지 제가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가 기억나질 않더라고요.

배우 정가람. 사진. 넷플릭스

Q. 그 영화를 통해 대종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았죠. 그 정도면 배우라는 길에 대한 확신을 얻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가람:
그때도 그렇지는 않았어요. 열심히 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선배님들을 보며 저도 선배님들과 같은 나이가 됐을 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됐죠. 저는 제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플러스가 될 때도 있고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어요. 하지만 확실한 건, 그것으로 인해 한 계단씩 밟아가며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죠.

Q. 20대인 지금, 주목 받는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어요. 그만큼 계단을 밟아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가람: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돼요.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현장을 가면 늘 떨리거든요. 그래도 데뷔 초에 비하면 조금씩 심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다른 표현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연기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걸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조금씩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달라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Q. 그런 식으로 정가람이라는 배우의 폭을 넓혀가다 보면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깊이도 커지는 순간도 올 것 같아요.
정가람:
저는 그냥, 흐르는 대로 가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연기라는 게,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최대한 순리대로 맡기자는 생각이죠. 그러면서도 선배님들을 보면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저 정도로 연기할 수 있을지, 저 분들은 내 나이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 지가 궁금해져요. 

배우 정가람. 사진. 넷플릭스

Q.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선배 배우가 있을까요?
정가람:
배우의 상징 같으신 전도연 선배님이요. 정말 존경스럽고, 언젠가는 꼭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거든요. 촬영하실 때 현장에 몇 번 간 적이 있어요. 선배님이 오랜 경력을 갖고 계신 만큼 현장에서는 여유 있게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진지하게 임하시더라고요. 분장하시면서도, 대기하실 때도 계속 대본을 보고 계셔요. 선배님도 그렇게 하시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게는 충격적이었고, 정말 대단하시다고 느꼈어요.

Q. 정가람이라는 배우도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잘 성장할 거라 생각해요.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스스로가 해답을 얻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좋아하는 울리는’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스스로 만들어낸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정가람:
제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여태까지 저는 운동선수나 범죄자 같은 강한 역할을 자주 해왔지만, ‘좋알람’을 통해 정적이며 로맨틱한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좋알람’은 제게 굉장히 많은 걸 준 작품이에요. 서로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제게 따뜻한 면을 발견하고 혜영 역할을 맡기신 만큼 제가 또 다른 표현방식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요. 계속해서 저를 알아가게 되는 시기라 생각해요. 시즌2에서는 혜영이의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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