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2019년 2학기 장학금 수여식. (제공. 대림산업)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대림그룹의 대표 공익재단 대림문화재단과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은 대림그룹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일부 보유하면서 총수 일가의 우호 세력으로 이용될 우려를 안고 있다. 

1996년 설립된 대림문화재단은 대림미술관, 디뮤지엄 등을 통해 전시 사업을 전개하는 문화재단이다. 경복궁과 인접한 통의동 주택가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은 유명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면서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대중적인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대림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이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그룹의 지주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52.35%를 가진 최대주주다. 여기에 대림그룹 산하 대림문화재단, 대림학원,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을 통해 약 9.5%의 지분을 더해 우호지분 62.3%를 쥐고 막강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이미 이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50% 이상 소유하는 지배구조 정리가 끝난 후 재단에 대한 증여가 이뤄졌지만, 재단에 증여된 10% 가까운 지분이 이사회에서 우호 세력으로 결집해 총수일가가 추진하는 안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지난해 말 국세청은 이 회장의 편법 증여 여부를 정조준하고 대림문화재단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555억원의 대림문화재단은 약 120억원의 사업수익 중 11억여원을 배당금 수익으로 얻었다. 

대림문화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세무 조사는 이미 종료됐으며 다 결론이 났다"라고 짧게 설명했다.

재단의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은 59.45%에 달하는데, 이중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2%를 갖고 있어 5%를 초과 보유해 상증법상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또한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도 상당해 지난해 총 수익의 약 28%인 50억여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이뤄졌다.

한편 이 회장은 운전기사 상습 폭언 및 폭행 갑질, 총수일가 사익편취 공정위 제재 등 갖가지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에, 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제공. 대림산업)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은 1989년 대림산업 창업 50주년을 맞아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학술장학재단이다. 매년 대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며, 대학과 학술단체에 연구 활동비도 지원하고 있다. 1990년 13명으로 시작해 2019년 현재 총 426명의 장학생을 선발했으며 작년까지 대학 학술단체에 총 289건의 연구 활동을 지원했다.

재단 초대 이사장인 이준용 명예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4.99%를 지난 2015년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0.58%), 대림문화재단(1.19%), 대림학원(3.22%)에 증여하고, 2016년에 대림문화재단에 추가로 5.01%, 통일과나눔재단에 잔여지분 32.65%를 증여했다.

당시 전 재산인 2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이 명예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본보기로 화제가 됐지만, 이는 아들인 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증여세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결국 공익재단을 통해 이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최국헌 서울대학교 교수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대부분이 학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인문 자연과학 발전 학술 연구'라는 재단의 성격에 맞게 화학공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이 이사로 활동 중이다.

다만 윤태섭 대림산업 부사장, 최삼섭 대림산업 전무 등 재단의 공익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부 인사를 이사 및 감사로 등용해 재단 운영에 그룹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일부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재단은 지난해 4억원 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개별 학생별로 지급된 구체적인 금액을 공시하지 않고 61명의 수혜 인원으로 묶어 총 액수만 공시한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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