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경영권 승계는 상속이 아니다
[김병헌의 直說後談] 경영권 승계는 상속이 아니다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19.09.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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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사진:구혜정 기자
CJ제일제당 사진: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향후 CJ 경영권 승계 구도는?

순자(荀子)는 권학(勸學)편에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 백사재날 여지구흑((白沙在涅 與之俱黑)‘이라고 했다. ‘삼밭의 쑥'이라는 속담으로 잘 알려진 마중지봉(麻中之蓬)이 여기서 유래했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고,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진다. 자질이 부족하더라도 좋은 조건 아래에서 교육을 받으면 바람직한 결과를 맺을 수 있고, 타고난 재능이 좋아도 주변 환경에 따라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 환경의 영향이 지대함을 역설했다. 당나라 왕적(王績)은 ’붉은 인주를 가까이한 자는 붉어지고 검은 먹을 가까이한 자는 검어진다‘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해 주변에 좋은 스승이나 친구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중국 서진(西晉)의 문신이자 학자인 부현(傅玄)이 편찬한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도 언급되어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편(交友篇)을 봐도 공자(孔子)께서 지란지교(芝蘭之交)를 언급하며 사람을 평할 때, 당사자 이외에 교우하는 사람을 주목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서 선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의 딸만 봐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적지 않은 성현들이 이렇듯 설파하셨지만 CJ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를 비롯한 한국 재벌가의 2~3세를 보면 딱히 그렇지만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고 주위에 훌륭한 스승이 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마저 든다. 지난 6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29)는 대마 흡입과 밀반입 혐의로 구속됐다. 이진석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뒤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최근 CJ 제일제당에서 식품기획담당 부장으로 근무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 개를 밀반입한 혐의다. 그는 이 회장의 1남1녀 중 둘째로 최근 CJ 그룹을 승계할 준비를 시작했다. CJ는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으로 분할한 뒤 IT 부문을 CJ지주사에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CJ지주사와 CJ올리브네트웍스는 1 대 0.5444487 비율로 자사주를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갖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도 CJ지주사 지분과 교환된다. 교환이 끝나면 이씨는 CJ지주사 지분 2.8%를 확보하게 된다. 재계는 이를 보고 “CJ그룹이 본격적으로 4세 승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씨가 구속되면서 CJ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이씨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34)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선된 5%룰에 거는 기대

재계에서는 이씨가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CJ의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후계구도가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씨가 향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내 징계와 주주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기때문이다. 등기이사 선임 등에서 소액주주는 물론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행사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에서는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아도 등기임원 선임은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연기금, 기관 투자자등 외부의 주요주주들이 선임에 찬성할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씨가 구속되기 전날인 5일 '5% 대량보유 보고제도(5%룰)'를 개선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스튜어드십 주주 활동이 활발해 하게 할수 있게 길을 터줬다. 상세보고 대상인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공적 연기금에 대한 특례를 보완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는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관련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 및 공시해야 한다. 단 주식의 보유 목적이 임원의 선・해임 등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경우에 한해 보고 기한 연장 및 약식보고가 가능해졌다.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최근 들어서만도 삼성 롯데 한진 금호 등 적지 않은 대기업 오너 일가들의 행태는 국민들의 눈총을 받았다. 일부는 부적절한 처신등으로 공분을 샀다. 또 얼마전에도 SK그룹 3세 최모씨와 현대가 3세 정모씨가 이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지난 1일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좋은 환경과 좋은 스승에다 수신 제가(修身濟家)를 논하기 앞서 모든 게 본인 처신에 달렸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재벌가가 다 그런건 아니다. 그런데 물 흐리는 미꾸라지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런 2~3세가 경영권을 승계한다면? 그건 아니다 싶다. 재벌기업 창업자들은 시장에서 자신들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2~3세의 경우다. 능력 검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상속 내지 양도를 통해 이들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 최대 주주의 이익중심이나 전유물화를 방지하고 합리적인 경영권행사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해당 재벌가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우리는 비슷한 경우를 여럿 봐 왔다.

올바른 경영권 계승이 주는 효과

합리적인 대주주라면 경영 전문가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해 회사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대주주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경제원칙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회사이익의 최대 수혜자인 대주주가 경영능력도 뛰어난 경우라면 경영까지 담당하는 것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영권은 상속 대상이 아니다”고 말한다. 주주들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은 권한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면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승계하든 전문경영인이 넘겨받든 문제가 안된다. 중요한 것은 경영능력과 다른 주주들의 동의 및 경영승계 과정의 투명성이다. 유럽의 경우 엄격한 후계자 선발 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모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나오고, 세계 시장의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역량을 입증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자가 된다. 가족이라고 혹은 장자(長子)라고 무조건 경영인의 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기업 승계 문화가 정착된다면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도 사라질 것이다. 제대로 된 경영권 승계는 여러 분야에서 선순환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틈만 나면 모두가 부르짖는 투명경영과 준법경영은 기본이다. 이는 윤리경영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인식 확산도 덤으로 따라오리라 믿는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 및 기업가가 넘치는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 숨쉬는 나라를 이번 한가위에 소원 한번 빌어보련다. 제발 그날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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