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이제 갓 데뷔 3년차에 접어든 신예지만 잠재력만은 엄청나다. 첫 주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송강은, 최근 ‘핫’하게 떠오른 배우 중 하나다. 부잣집 아들이자 잘생긴 모델 황선오를 맡아 사랑에 빠진 순정남의 면모를 완벽 재현한 그의 매력은 훤칠한 외모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틀을 깨부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는 송강의 다음이 기다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Q. 데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됐어요.
송강:
정말 남달랐어요. 대본 리딩을 할 때에도 끝자리에 앉았다가 앞자리로 오게 됐는데, 무게감이 정말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옆을 다 둘러봤는데 쟁쟁한 분들보다 앞에 있으니 부담감도 컸어요. 경험 부족일 텐데 한 극을 다 이끌어갈 수 있을까, 에너지가 부족하면 어쩌지 등의 생각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스트레스들이 지금의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줬어요. 그때의 고민과 걱정 덕에 지금은 연기의 재미도 알게 되고 소통하는 방법도 알게 됐거든요.

Q. ‘좋아하면 울리는’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찾아보고 있나요.
송강:
하루에 한 번씩 검색해보고 있어요. 감사했던 반응이 있는데요, 빨간 목도리 장면에서 내레이션이 후시녹음으로 추가된 건데, 촬영한지 시간이 좀 지나있어서 그 감정에 집중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다행히 시청자 분들께서 그 부분이 짠하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외국 분들이 ‘선오 파’라고 해주시는 것도 정말 좋아요.

Q. ‘좋알람’이 실제로 있다면 본인은 몇 개나 울렸을 것 같아요?
송강:
두세 개 정도 아닐까요?(웃음) 하지만 그 정도도 많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한 사람의 감정이 제게 오는 거잖아요. 두 개도 과분하고, 한 개도 감사할 일이죠.

‘좋아하면 울리는’ 선오 역의 배우 송강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Q. 선오만큼 학창시절에 인기가 대단했을 것 같은데요(웃음). 촬영할 땐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송강:
정말 너무나도 좋았어요. 함께 연기한 배우 모두가 성격이 좋아서 소통에 불편함도 없었어요. ‘신인이라 이런 말 하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다들 친해지니 현장이 참 재밌더라고요.

Q. 선오의 캐릭터에 대해 감독이 특별히 바라던 부분은 없었을까요.
송강:
일단 저는, 저로서 다가가려 했어요. 제가 선오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것만큼 부자연스러운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선오의 모습을 최대한 표현하려 했어요. 감독님이 제가 오디션을 두 차례 볼 때 각각 다 모습이 달랐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 모습이 선오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연애할 때와 헤어질 때의 선오는 감독님의 의도대로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Q. 오디션 이야기는 안 할 수가 없죠. 무려 900:1의 경쟁률을 뚫고 선오가 된 거잖아요.
송강:
사람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나요. 두 명씩 들어가서 오디션을 봤는데, 다들 옆에 계셨던 분에게 집중을 하셔서 저는 안 됐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제 성격대로만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오디션에 임했죠. 실제로 오디션 장에서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오디션을 볼 때마다 저를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제 성격이 조금 엉뚱한 편인데 멋있는 대사가 있으면 멋진 캐릭터 안에서 제 엉뚱함을 보여주려 하는 식으로요. 가령 제 말투를 섞거나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캐릭터가 느꼈을 감정 같은 걸 생각하려 하는데, 그걸 감독님이 좋게 보셔서 선오 캐릭터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Q. 원작보다 캐릭터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어떤 식으로 표현하고자 생각한 부분이 있었을지.
송강:
조조를 만나기 전과 만난 이후, 이별하기 전 세 단계로 각각 나눴어요. 웹툰에서는 말도, 표정도 별로 없어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했지만 말보다는 표정이 더 잘 느껴질 것 같아서 상황들을 표정으로 구분을 하려 했죠. 표현이 잘 되지 않은 부분은 감독님께 다시 한 번만 찍으면 안 되겠냐고 여쭤보기도 했어요. 현장에서 소통이 잘 됐던 만큼 선오의 그런 모습들도 더 잘 나온 것 같아요.

Q. 실제 연애 스타일은 선오와 혜영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나요.
송강:
혜영이 스타일이에요. 연애하고 나서는 선오와 조금 더 가까운 것 같고요. 웹툰에서의 선오와 다르게 드라마 속 선오는 좀 더 애교가 있고 강아지 같은 느낌이에요. 그런 점이 저와 닮았다고 느껴요. 만나기 전에는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만나고 나면 애교가 생기는, 그런 느낌.

Q. 또래 배우들과 호흡한 ‘좋아하면 울리는’과 다르게,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이하 악마가)에서는 개성 뚜렷한 선배들과 함께 하고 있죠. 임하는 느낌도 다를 것 같아요.
송강: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건 정말 많아요. 촬영 끝나고 일지를 쓸 때 한 장을 빽빽하게 다 쓸 정도로 배운 점이 많아요. 막연히 선배님들과 연기하면 어렵겠다거나, 대사 틀리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컸는데, 막상 가니까 잘해주시고 제가 연기하는 걸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정말 좋았어요.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연기를 하니까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폭넓은 연기를 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선배님들과 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떤 조언을 해주나요?
송강:
연기에 대한 방식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내가 받아주겠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연기할 때 동선도 짜주셨고요. 어떻게 해야 더 잘 보이고 더 애절해 보이는지를 알려주셨어요. 조명 앞에 서는 법과 카메라 앞에 서는 법까지도요. 선배님들이 연기를 하면 저와 서 계시는 방식부터가 다르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Q. 일기를 쓴다는 말을 했는데,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연기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들인 습관일까요.
송강: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자취를 시작했는데, 가족이 없으니까 너무 외로운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학교생활이 바빠서 잘 못썼는데, 데뷔하면서 힘든 시기가 있을 때 일기를 다시 쓰니까 마음이 치유되더라고요. 일기를 쓰며 자존감이 많이 상승했어요. 

Q. 데뷔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걸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힘들었던 이유가 특별히 있었나요.
송강:
데뷔하고 반 년 정도 힘들었어요. 대학에 처음 붙고 나서 ‘나는 이제 됐다’는 생각에 1년을 그냥 보냈고, 지금의 회사에 들어온 뒤에 ‘큰 회사에 들어와서 이제 드라마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1년을 또 그냥 보냈어요. 제가 24살에 데뷔를 했는데, 어디 가서 나이를 이야기하면 2, 3년만 더 젊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데뷔 시기가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허투루 보낸 시간들이 아깝단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게 됐어요. 빨리 잘 되고 싶은데, 인생이 끝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Q. 데뷔 후 2년여의 시간 동안 연기 외에도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인기가요’의 MC를 맡기도 했어요.
송강:
연기하면서 성격이 더 내성적으로 바뀌었는데, ‘인기가요’ MC와 ‘미추리’를 하면서 여유가 생겼어요. 카메라 앞에 있을 때 전보다 덜 떨리게 됐는데 그게 연기에도 적용이 되더라고요. 많은 경험을 했던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처음부터 배우만을 꿈꿨던 건가요.
송강:
처음부터 그랬어요. 어렸을 땐 건축을 좋아해서 건축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는데 공부를 잘해야 하더라고요(웃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영화 ‘타이타닉’을 보게 됐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눈빛이 정말 멋있는 거예요. 그래서 막연하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연기학원에 처음 등록하고 막 다닐 때에는 막막했는데, 차츰차츰 좋아지더라고요. 그해에 수시모집에 붙어 대학교도 갔는데 그땐 하고 싶은 걸 다 했어요.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수제버거 집에서 서빙도 해봤는데, 쪽지도 받아봤어요. 선오 마음이 조금은 이해갔죠(웃음).

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Q.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입하는 시간 대비 성과가 빠르게 나오는 편 같아요. 그런데도 본인은 더 초조한가 봐요.
송강: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신문 많이 읽고 유튜브에서 선배님들의 연기와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제스처는 어떻게 하는지를 기억했다가 활용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태양의 후예’를 많이 보면서 연기를 참고하고 있어요. 연기수업을 남들에 비해 많이 받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요.

Q. 기본기가 없다고 느끼는 게 초조함을 느끼게 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를 했기 때문에 9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오가 될 수 있던 거 아닐까요.
송강:
처음에 연기를 할 때 남들이 저에게 집중한다는 게 정말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표현 방식과 연기 방법을 두고 제 자신에게 집중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틀에 갇힐까봐 걱정이 돼서 상대방에 집중을 하게 됐는데, 그러니까 대사와 제스처가 나아지더라고요. 그 덕에 단점을 극복하게 된 것 같아요.

Q. 자신에게 집중을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자신의 길에 대한 목표도 뚜렷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송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보고 연기를 하게 된 만큼 저도 그런 멋진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정말 좋아하는 시나리오가 있어도 제가 잘 표현을 할 수 없는 역할이라면 못할 것 같거든요. 시청자 분들께도 민폐 같고요. 그래서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Q. 잘할 수 있는 역할이란 뭘까요?
송강:
다 다른 것 같아요. 어둠이나 밝음의 단계가 다르듯, 지금의 제가 만약 완전한 지하세계의 정말 어두운 캐릭터를 맡는다면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죠? 다만 성숙해지고 연기 폭이 넓어진 다음에 어두운 캐릭터가 들어오면 그땐 잘할 수도 있겠죠. 그때마다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배우 송강. 사진. 넷플릭스

Q.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없나요? 본인은 본인 자신에 집중했어도 대중은 아직 송강이라는 배우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알지 못하잖아요.
송강:
우울한 캐릭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다보니 우울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실제로도 우울함을 극복하기보단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고요. 우울했던 시기가 긴만큼 그런 캐릭터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보면 멘탈도 성숙해질 것 같고요.

Q. 고민도 많았고 혼란도 많았잖아요. 지금의 송강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의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지가 궁금해요. 혹은 배우로서 가진 지향점이라던가.
송강:
외적으로 봐주시는 수식어보다는 배우인 만큼 연기적인 내용이 담긴 수식어를 얻고 싶어요. 제 이름이 나오면 “아, 저 작품은 봐야겠다.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예요. 믿고 보는 배우랄까요? 늘 겸손한 배우도 되고 싶고요. 선배님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겸손해져야 한다는 이야기였거든요. 가장 되고 싶은 건 늘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예요. 

Q. ‘악마가’에서의 루키와 ‘좋알람’에서의 선오는 분명히 달라요. 틀에 박힌 연기가 아닌, 한 배우가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캐릭터를 각각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는 지향점에 착실하게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요.
송강:
‘악마가’에서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면 ‘좋알람’에서는 연기의 재미를 느꼈어요. 두 작품 모두가 지금의 저를 좋게 만들어준 만큼 시청자 분들께서도 저를 폭넓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송강이라는 사람을 생각했을 때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거든요. 그런 포인트를 잘 끄집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거고요. 그리고 그게,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한 부분 아닐까요? 작품마다 캐릭터가 전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을 하며 연구를 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크게 성장하게 되는 것. 저는, 그렇게 폭 넓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