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제공

[장혜진 시인] 

엄마 밥 드셨어요? 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안부를 묻는 아들의 전화 목소리만 듣고도 한없이 눈물이 나고 슬프다는 친구와 노래방을 다녀왔다.
노래방 갈 일이 별로 없는 우리들 이기에 마음껏 노래라도 부르며 마음을 다스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녁을 먹고 집에 잘 있는 친구를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친구는 한달 쯤 후에 사돈이 될 집안과 상견례를 앞두고 요즘 마음이 좀 그런가 보다. 첫아들을 장가보내는 일에 벌써부터 품이 허전해 눈물 바람 잘 날 없는 요 며칠을 보내고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텅 비어가는 마음을 친구로서 다독여 주지도 못해서 내내 마음이 쓰였다.
노래방을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뒤를 따라오며 친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방금 저녁을 먹다가도 눈물이 났어 내가 우니 남편도 울더라....
그 말을 들으며 앞서 걷던 내 눈가도 촉촉이 젖었었다.
 
그래 품에 끼고 있던 자식을 짝을 지워 살림살이를 내놓는 일이 어디 기쁘기만 하겠는가?
장대같이 다 큰 자식이 어느날 제 짝을 데려와 부모에게 보이며 이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싶다 할 때야 한없이 좋았지. 나도 첫딸을 결혼시킨 입장에서 그때는 그랬으니까.
부모로서 보호하던 일을 제짝에게 일임하는 일이니 홀가분 하기도 하고 다 큰 자식을 평생 내 품에 끼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언제 어느 때인가는 품을 떠나는 게 자식이기에...
그러나 나도 처음에는 참 많이 혼자서 눈물지었다.
잘해준 것 보다는 못 해준 것만 생각나고 좀 더 내 품에 끼고 있고 싶은 처음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래, 그렇게라도 허전한 마음을 털어버리기를 바라며 지켜보는데 다행스럽게도 노래 부르며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속으로 울었나 보다...
 
친구는 아들만 셋을 두었다.
종종 우리는 자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자화자찬을 하기도 한다.
우리 자식들은 참 잘 키웠지?
아니다. 잘 자라주어서 고맙지….
그렇다. 친구의 아들 셋은 참 착한 효자다.
예전에야 효자라는 말이 익숙한 말이지만 지금 세대에 효자라는 말은 실은 낯선 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만큼 현대가 복잡해지고 효자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성장한 자식들이 부모에게 잘하고 싶어도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효까지 바라는 건 사치라는 생각도 들기에, 그저 자식들 스스로 제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것만으로 효를 다한다 여겨야 하는 시대이다.
 
그러는 뜻에서 친구의 아들 셋은 요즘의 20대답지 않은 것 같다.
각자 사회에서 제 몫을 하면서도 늘 부모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친구가 자식들을 참 잘 키웠구나 생각했다.
부모에게 잘하는 자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잘하는 것 같다. 부모 역시 자식들에게는 기성세대다. 부모 자식 사이를 떠나서 신세대가 기성세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또 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기에 부모에게 잘하는 효자, 효녀를 둔 우리는 부모로서 참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인연으로 맺어져 자라면서 온갖 기쁨을 준 것도 모자라 성인이 되어서도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저 살기에도 바쁠 텐데 매일 안부를 묻는 나의 딸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내가 복이 참 많은 사람이구나.
친구도 복이 참 많은 사람이고…….
 
친구의 아들이 장가갈 준비를 한다는데 내가 다 허전하다.
아들 셋 키운 엄마 같지 않게 목소리도 작은 친구. 그런 엄마를 알뜰살뜰 챙기던 큰아들이 장가를 간다 하니 그 마음이 기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할 것이다.
툭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질 듯한 마음 백분 이해하며…….
자식은 품 안에 자식이라던 옛말을 다시 떠올리며 인제 그만 울기를 바란다
 
친구야.....
시간이 좀 흐른 후 지금 이 시간을 돌아보며 그때의 그 허전함과 서운함은 내 욕심이었구나 라며 계면쩍은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내품에서 나와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잠시 내 품을 빌려준 것일 뿐, 내 것이 아닌 하나의 또 다른 생을 잠시 내가 품고 있었던 것이 아닐지.
어느 시인의 싯귀처럼 외로우니 사람이라 하지 않던가,
그 외로운 삶의 허허로움을 달래주려고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으로 온 또 다른 생이 바로 자식이 아닐까 싶다.
안전하던 내 품을 떠나 사회라는 광활한 우주 속으로 뛰어드는 생이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우리의 이름은 부모다.
 
그러니 친구야 너무 허전해 하지 말자!
저기 가을도 오느라 코스모스도 피기 시작하는데…….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