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 미디어SR & LG그룹 제공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그룹 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특허 전쟁 수준이 아닌 그룹의 사활 건 전쟁과 다름없어 분쟁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라는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사활을 건 사투는 2018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수주잔량은 약 110조원 규모로 효자 상품 반도체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가장 가능성 있는 산업으로 점쳐지면서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협력보다는 대결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 기업들은 마치 초기 반도체 시장과 유사하게 조 단위 투자를 통해 규모 경제 실현을 위한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24년 배터리 사업 강화를 통해 매출 60조원 글로벌 톱4 화학사로 거듭나겠다는 공약을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했다. 전지 사업 부문 매출을 50%인 3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4년간 10조원을, 그 밖의 전지사업 부문에 3조원을 더해 총 13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LG화학 차입금 규모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8월 무디스는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2020년 LG화학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조정차입금 비율이 최소 2.3배로 작년 1.5배 대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사실상 뒤를 돌아보지 않은 대단위 투자에 나선 것은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를 현재의 20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LG화학이 비교적 선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와 SK 두 기업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1위 사업자 파나소닉과 2위 CATL, 3위 BYD와 외부 경쟁을 펼치는 것은 물론 내부의 적으로 남게 됐다.
 
막말이 오가는 두 그룹의 혈투에는 과거사도 포함되어 있다. LG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의 중복 과잉 투자 부문에 대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5대 재벌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를 매각해야 했다. LG반도체는 현대전자와 합병 이후 2012년 SK그룹 품에 안기게 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랜 기간 캐시 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를 보는 LG그룹의 입장에서는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SK를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시와 유사한 치킨게임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두 그룹 간의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특히,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과 LG화학은 지리자동차와 합작하기로 하면서 정치적 리스크 외에도 소송 결과에 따른 리스크가 가중되어 시장 선점을 위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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