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개혁 성공의 조건

중국 역사상 역대 3대 개혁가가 있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패자로 만든 명재상 관중(管仲),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개혁을 추진한 상앙(商鞅).  송(宋)나라 신종((神宗) 치세에서 개혁정치를 편 왕안석(王安石)을 꼽는다. 이들 3인 가운데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성공한 개혁으로 칭송받는 이는 관중이 유일하다. 물론 상앙의 개혁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개혁 완성의 결과는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집안이 멸문을 당했다. 물론 진나라가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는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완벽한 성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왕안석의 개혁 역시 중도에 실패했고 한때 역사가들에게 실패한 정치가로도 낙인이 찍혔다. 3인의 개혁적 의지와 능력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개혁의 성패와 그들의 성공 순위를 후세의 역사가들이 매기는 데는 다른 엄중한 잣대가 희비를 갈랐다. 열린 귀, 넓은 가슴, 세상을 포용하는 관용의 차이로 우열을 가렸다. 개혁에서 능력이 필요조건이라면 성품은 충분조건이었던 것이다. 관중은 위로는 왕부터, 아래의 백성까지 모두에게 어진 정치를 펼쳤다. 상앙과 왕안석은 말년에 많은 적을 만들었다, 자초한 적의 반격에서 이들 둘은 자유롭지 못했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세 사람의 활동시기는 길게는 2700년, 짧아도 1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개혁이 절실했던 시기는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영국의 세계적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를 빌어 애기하지 않더라고 개혁은 새 시대의 개막이었고 도전에 대한 응전의 과정이자 시대 발전의 결과물로 이어졌다. 개혁은 시작 단계부터 그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방향성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처음부터 소모적인 정쟁과 다툼을 부른다. 청와대와 여당이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내세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방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 그동안 지켜만 보던 검찰이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된 20 곳에 대해 갑자기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 의지 표명에 2일 여야의 조후보자 청문회 관련 증인 확정과 일정 합의 실패는 조 후보자의 국회에서의 대국민 기자회견 강행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검찰은 3일 3곳을 추가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소환하는등 본격적인 수사모드에 돌입했다. 여야가 청문화 개최 논의를 이어가지만 청문회를 건너 뛴 최초의 장관 탄생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검찰 압수수색의 의미

조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0시간40여분간 자신과 가족에게 불거진 각종 의혹을 해명하긴 했다. 2일 오후 3시30분에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자정을 넘겨 3일 새벽 2시16분에 종료됐다. 여당만 국민들의 반응이 괜찮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아세안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4일간을 지정해 6일까지 달라고 했다. 국회가 여기에 응하지 않으면 장관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때 통상 3∼5일의 시한을 줬다. 임명 결정은 문 대통령의 귀국 직후인 7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나 전체적인 흐름은 검찰의 칼 끝에 달린 꼴이다. 자연스레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후보자에 이어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검찰의 지난달 27일 20곳의 전격 압수수색도 청와대는 물론 검찰에 대한 지휘권을 갖고 있는 법무부장관도 사전 협의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20여년의 국회청문회 역사에서 검찰이 청문회를 코앞에 두고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것도 다른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다.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해 인지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나선 것도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단순한 것이던 가짜뉴스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겠다는 의지다. 검찰이 고소고발사건에 대해 압수수색을 통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야권도 조 후보자가 청문회가 아닌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은 해왔다. 집행기관인 검찰이 헌정사에 유례가 없게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심판을 자임한 격이다. 대처 실패와 높아진 부정여론이 검찰을 나서게 한 셈이 됐다고 볼수 도 있다. 암튼 검찰개혁의 주체를 검찰이 판정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을 손댈 수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실제 그걸 미묘한 시점에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청와대의 의지대로 임명해도 조국 법무장관의 검찰개혁 동력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수사에서 불법적인 사항이 나오면 조 후보자는 장관에서 즉시 하차해야 한다. 그게 나은편 같다. 무혐의가 나오면 파장은 더욱 커진다. “짜고 치는 고스톱, 권력의 주구”라는 야당 비판과 “생사람을 잡은 검찰”이라는 여권의 비난은 ‘윤석열 검찰’을 기능정지 상황으로 내몰지 모른다. 그러면 조국은 법무부 장관에 태연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검찰 내부에서도 “누가 누구를 개혁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조국-윤석열 제로섬 게임처럼 비친다. 개혁의 당위성과 추진력은 한차원 높은 도덕성과 국민의 공감에서 나온다. 두 사람은 다 개혁의 아이콘이다. 지금은 모든게 엉망으로 헝클어진 상태다. 싸한 느낌마저 든다,

콜럼버스의 달걀

조선 중종조 조광조(趙光祖).그도 개혁을 완벽하게 성공시키지 못했다.그래도 한국의 대표적인 개혁의 상징이라고들 한다. 훈구세력의 끈질긴 반발과 역공보다는 개혁과정에서 드러난 도덕성의 흠결과 적군과 아군으로 피아(彼我)를 확실하게 구분한 그의 성정(性情)이 개혁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당시 자신이 만든 현량과를 통한 인재 발탁에서 드러난 짬짜미 의혹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돌린 급진성이 개혁을 실패로 또 그를 몰락으로 몰았다. 한 세대 뒤의 유학자 이황(李滉)이나 그의 손제자인 이이(李珥) 역시 그의 급진성을 비판했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하물며 검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은 말할 나위도 없다.혁명은 힘으로만도 가능하다. 개혁은 차원 높은 도덕성과 신뢰가 반드시 수반되야 한다. 관중, 상앙, 왕안석등 중국의 3대 개혁가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믿었던 조 후보자는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도덕성과 신뢰의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노무현 정부가 못다 이룬 ‘검찰개혁’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출발부터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이 어려워보인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신의 한수는 무얼까? 각자 숱한 경우의 수에 주체는 없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버무린 추측과 추정만 난무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판 짜기는 불가능한 것일까? 개혁적 마인드와 도덕성, 국민의 신뢰가 가능한 새인물이 없지 않고 플랜B와 컨틴전시 플랜도 있을 것이다. 조 후보자를 살리더라도 이대로는 안된다. 콜롬버스의 달걀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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