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해인, 여전한 청춘
[인터뷰] 정해인, 여전한 청춘
  • 김예슬 기자
  • 승인 2019.09.0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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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밥누나), ‘봄밤’에 이어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정해인의 멜로는 곧 그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데뷔 후 6년, 그 시간동안 연기 활동을 해오며 정해인은 자존감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안하기 때문에 여전히 청춘”이라고 말하는 정해인의 눈빛은 맑고 또 진중했다. 매 작품에 진심으로 임하며, 정해인은 지금도 꾸준히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Q. 김고은과 짧은 만남 이후 재회했어요.
정해인:
김고은 씨가 먼저 출연이 결정된 터라 대본을 읽을 때 미수 캐릭터에 고은 씨를 넣고 읽었어요. 상상하며 읽다보니 캐릭터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더라고요. 

Q. 영화 속 현우 캐릭터는 누구보다도 힘든 청년기를 보내지만 결코 망가지지는 않아요. 곧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정해인:
그걸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상황들을 계속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갖고 있으려 했거든요. 극복하는 모습을 가진 청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미수와는 상반된 캐릭터인데, 현우는 당장의 안정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았거든요. 현우는 미수를 만나며 자존감이 커지지만 미수는 그 반대예요. 저는 그런 연기의 호흡들이 좋았어요. 그리고 두 캐릭터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이든 지금이든 사랑하며 겪는 희로애락은 같으니까요.

Q. 정해인의 청춘은 어땠을지 궁금해요. 극 중 현우처럼 불안과 격정의 연속이었을지, 혹은 미수처럼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을지.
정해인:
제 청춘은 뭔가 막연하고 불안하며 뜬구름을 잡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컸죠. 저는 배우를 19살 때부터 진로로 생각하게 됐는데, 배우라는 직업 특성 상 내가 언제 캐스팅될지도 모르고 언제 잘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참 힘들었거든요. 데뷔를 하면 거기서부터 경쟁이 연속되기도 하고요. 그 불안함은 사실 지금도 있어요. 지금도 저는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Q. 6년 전 데뷔면 26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거네요. 사회적으론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연예계에서는 데뷔가 늦은 편이라고 통하죠.
정해인:
그래서 남들에 비해 데뷔가 늦어서 불안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기획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불안했어요. 스무 살부터 군 전역 후인 스물세 살까지, 학생이라는 타이틀이 사라지는 군 전역 후가 제일 불안했거든요. 하지만 소속사에 들어가니까 연습생 생활을 하더라도 소속감이 생겨서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그리고 스물여섯이 절대적으로 늦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배우는 나이가 자원인 직업이라 그런 우려를 듣곤 했지만,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그 불안함은 없어졌어요. 첫 회사인 FNC엔터테인먼트에 지금도 함께 하고 있어요.

Q. 극 중에서 잘생겼다는 칭찬이 자주 나와요. 감독도, 작가도 모두가 정해인의 얼굴에 취한 느낌이 들 정도로(웃음).
정해인:
극 중에서는 그렇죠. 하하. 다만 뼈있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똑같이 잘못했는데 너만 용서 받는 것 같아. 얼굴이 반반해서인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같았거든요. 작가님께 한 번 여쭤보고 싶더라고요. 

Q. 상대역인 김고은은 현장의 즐거움이 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어요. 이번 현장의 분위기 역시 좋았다고 하던데.
정해인:
저도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배우 정해인이 아닌 사람 정해인을 존중해주는 듯한 느낌을 피부로 느꼈어요. 감독님과 작업하면 현장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정말 맞았어요. 촬영장 가는 길이 더 설레고 기다려졌거든요.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Q. 어떤 면에서 존중을 느꼈나요.
정해인:
이름에 ‘님’을 붙여서 불러주세요. 그게 주연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배우들에게 그렇게 해주세요. 이름도 다 외우시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더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나요. 그리고 어떤 장면을 찍으면 감독님의 방향성을 체크하고자 배우가 모니터로 가는 일이 많은데, 저는 마음이 급해서 막 뛰어가거든요. 그러면 감독님도 막 빨리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뛰어오고 그랬어요. 모니터와 현장의 중간지점에서 둘이 계속 만났거든요. “감독님, 제발 뛰어오지 마세요”라고 해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시고(웃음). 호칭부터 그런 모든 것들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품에 대한 감독님의 애정도 느껴졌죠.

Q. 극 중 미수와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실제와 착각될 정도였죠.
정해인:
실제로도 설렌 적이 많았어요. 연기할 때는 가짜로 설레면 그게 화면에 다 보이거든요. 진심을 다해서 연기하면 그게 통해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주인이 예뻐하면 아는데, 하물며 사람은 이게 가식인지 진심인지를 더 잘 알 수밖에 없죠. 상대 배우와 호흡 비결을 자주 여쭤보시는데, 그건 바로 상대방을 먼저 존중해주는 거예요. 존중과 배려를 먼저 하면 돌아오게 돼있거든요. 내가 존중을 먼저 받으려 하지 말고 상대방을 먼저 존중하는 거죠.

Q. 상호 존중이 꼭 필요한 게 멜로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멜로는, 일상 속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이 카메라를 통해 드러나게 만드는 장르 같고.
정해인:
맞아요. 그리고 그게 가식과 진심의 차이죠. 가식으로 하는 건 다 티가 나거든요.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Q. 그동안 정해인이라는 배우가 맡은 역할들은 상처가 있을지라도 자존감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정해인:
실제로도 제가 자존감이 낮은 편은 아니에요.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된 이유가 있는데, 연기를 직업으로 삼은 만큼 배우 정해인과 대한민국 청년 정해인을 분리시켜놨거든요. 작품을 끝낼 때마다 공허함과 외로움이 크게 왔는데 배역 속에 계속 머무니까 버틸 수가 없는 거예요. 빨리 빠져나오려면 배우 정해인이 아닌, 사람 정해인이 더 단단해져야겠더라고요. 제 자신이 흔들림 없어야 더 건강히 오래 연기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Q. 자존감이 높다는 건 좋은 거예요. 사실, 연예계 생활은 자존감을 잃기 쉬운 환경이잖아요. 인기엔 등락이 있고 작품도 늘 잘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
정해인:
사실, 그래서 자존감이 흔들릴 때가 많아요. 연기를 많이 봐주시고 사랑을 받는 행복한 직업이지만, 관심을 많이 받는 만큼 외로울 때도 있고 불안감도 느끼면서 이 행복이 끝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저를 붙잡아준 게 바로 가족이에요. 그리고 이제는 팬 분들께서 흔들리는 자존감을 붙잡아주시죠. 연기를 봐주는 분들이 전보다 많아졌다는 걸 저도 체감하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책임감이 커져요. 정신이 해이해지면 안되겠다, 흔들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팬 분들 덕분에 하게 되거든요.

Q. 배역과 본인을 분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의 소스를 적극 활용해서 연기하는 배우들도 많아요. 정해인이라는 배우는 연기를 할 때 본인을 많이 투영하는 편일까요.
정해인:
저는 제 삶과 경험을 캐릭터에 많이 투영하지는 않아요. 제 삶이 버라이어티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하지도 않아서요. 제가 경험한 바가 많지가 않아서 ‘봄밤’에서의 아이 아빠 역할이나 ‘밥누나’에서의 직장인은 제 경험에 빗대어 하기가 어려웠어요. 다만, 캐릭터의 내면에는 제가 조금씩 투영돼 있죠. 아주 조금이거든요. 글 자체에서 나오는 캐릭터의 힘이 큰 만큼 저는 거기에 집중해서 캐릭터를 쌓아나가는 편이에요.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Q. 예시로 든 두 작품 모두 안판석 감독의 작품이에요. 그 작품을 통해 주연배우로 부상할 수 있었죠.
정해인:
큰 은인이세요. 손예진 선배님도 제게는 큰 은인이시고요. 제 드라마 첫 주연작의 파트너였고, 멜로가 처음이며 드라마 주인공도 처음이었던 제게 많은 조언을 해주며 함께 호흡해주셨어요. 많이 감사해하면서 열심히 배웠어요. 감독님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배우려 했죠. 특히 감독님이 가진 앵글의 철학이 확고해서 감동을 받은 일이 있어요. 여러 앵글로 장면을 찍지 않고 한 가지의 앵글로만 찍으셔서 이게 정말 끝이냐고 물으니까, 감독님이 이러시더라고요. “이미 카메라 앵글이 연기하고 있으니까 연기는 덜 해도 돼.”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때 느꼈죠. 아, 나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지. 감독님도 함께 하시는 거지(웃음). 주변의 조명들과 흔들리는 나뭇잎, 풍경, 지나가는 차, 걸어가는 앞 모습… 그 모든 것들이 그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거니까요. ‘앵글도 연기하고 있으니 나도 너를 도와줄게’라던, 감독님의 그 말씀은 지금 생각해도 머리가 멍해져요.

Q. 여러 은인들 덕에 멜로에서는 정해인이라는 배우의 입지가 굳어졌어요. 타 장르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정해인:
장르 불문하고 여러 욕심이 있어요. 제가 연달아 멜로를 세 작품이나 하게 됐는데, 그건 의도했다기 보단 그런 기회와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왔는데 그게 멜로고, 멜로가 좋았는데 그 작품이 들어온 거고. ‘유열의 음악앨범’의 경우 ‘밥누나’ 전부터 정지우 감독님이 저를 눈여겨 봐주셨어요. ‘밥누나’ 이후 바로 촬영한 게 ‘유열의 음악앨범’이었고, ‘봄밤’은 올해 계획에도 없었어요. 영화 ‘시동’을 찍고 하반기엔 영화 홍보만 하려 했는데 안판석 감독님께서 작년 말에 “이번에 좋은 작품 만들 거야. 기대 많이 해도 좋아”라고 하시면서 대본도 주셨죠. 이미 영화 촬영계획이 잡혀있어서 기간이 겹치는데도 대본을 읽어보니 정말 재밌어서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시동’과 ‘봄밤’을 함께 촬영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어요. 정말 행복했죠.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배우 정해인.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Q.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정해인:
‘밥누나’예요. 모든 작품에서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지만, ‘밥누나’는 제가 처음으로 맡아 본 주인공이었고 첫 멜로이자 극을 이끌고 가야 하는 큰 역할이었으니까요. 그때 제일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Q. 데뷔를 하고 다양한 필모를 쌓으며 주연으로 부상하기까지 6년여의 시간이 걸렸어요. 그 시간동안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정해인:
자존감을 지키는 것. 그래야만이 건강하게 오래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Q. 오늘의 테마는 멜로와 자존감이었네요(웃음). 자존감,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나요.
정해인:
하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도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을 보고 조금 더 단단해진 자존감을 갖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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