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개발자 축제, 'if kakao 개발자 컨퍼런스 2019'가 29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사진. 권민수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취준생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세 손가락에 꼽는 카카오의 회의 문화는 어떨까. 카카오는 29일, 30일 'if kakao 개발자 컨퍼런스 2019'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었다. 이번 행사의 특별한 점은 카카오의 회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 짧은 시간이었지만 카카오 직원이 되어 그들이 일하는 법을 체험해봤다. 

"엘렌, 이번 이슈 어떻게 생각하세요?"

카카오는 직원들을 크루(krew)라 부른다. 원래 스펠링은 'crew'지만, 카카오(kakao)의 K를 따서 'krew'로 지었다.

새로 입사한 카카오 크루의 첫 번째 임무는 영어 이름을 짓는 것이다. 이름은 자기 마음대로다. 브라이언, 찰리, 미아 등 평범한 이름도 있지만, '펭귄(penguin)', '(귀)요미(yomy)' 등 창의적인 이름도 넘쳐난다.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의 영어 이름은 '지디(GD)'다.

잠깐 동안 카카오 크루였던 수. 사진. 권민수 기자

체험에 참여한 기자도 먼저 영어이름부터 지었다. 기자는 이름을 따 '수(Sue)'라고 지었다. 모든 카카오 크루들이 '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본명과 비슷한 이름인데도 왠지 어색했다. 하지만 서로의 직함을 빼고 이름으로 부르자 왠지 모를 친근감이 들었다. 카카오 영어이름 문화의 힘인가 싶었다.

크루들은 서로를 영어로 부른다. 카카오 크루들은 영어 이름 문화가 가진 힘이 크다고 말한다. "팀장님, 이사님 등 직급을 명확하게 나눠 부르는 다른 회사에서는 하급자인 제가 반대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다들 이름을 부르는 문화니 상대의 나이나 직위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요."

신뢰·충돌·헌신...카카오의 회의 문화

이름을 정했으면 직접 회의를 해볼 차례다. 가상의 K사 사례를 들었지만, 실제 카카오가 고민할 법한 주제를 갖고 회의를 진행했다. 주제는 이렇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K메신저, 서비스가 너무 많이 담겨 앱이 무겁다는 불만이 나온다. 라이트 버전을 출시할까?'

카카오는 어떤 이슈가 있을 때, 관련 실무자를 빼놓지 않고 회의를 진행한다. 체험장에서는 '개발', '사업전략', '마케팅' 다양한 직무 역할을 부여받아 정말 그 직원이 된 것처럼 회의를 하도록 했다. 같은 이슈더라도 직무에 따라 의견이 천차만별이고, 수용할 수 있는 정도도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카카오가 의사결정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신·충·헌'이다. 신뢰, 충돌, 헌신을 뜻한다. 조선시대 충신이 쓸 법한 느낌이라 이질감이 들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충돌'이다. 의견 충돌은 불화가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논점을 분명히 하고 감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충돌은 신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당사자에게 직접 적시에 한다'는 원칙이다. 

기자는 개발자 역할을 맡았다. 사업팀에서 라이트버전을 출시해 우선 이용자 반응을 보는 게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다. 진짜 개발자가 아니라서 상상의 한계는 있었지만, 격무에 시달리는 개발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했다. "인원이 부족한데, 무조건 출시부터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력 충원을 하거나 출시해야 하는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고려해보겠습니다." 동석했던 실제 개발자들이 물개박수를 쳤다. 의장 역할을 맡은 크루는 각각의 의견을 들어보고, 정리하고, 개진했다. 

회의가 마무리되면 결과를 요약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정한다. 카카오의 업무 플랫폼 '아지트(Agit)'에 공유하면, 크루들은 결과에 '헌신'하고 실행한다. 이후 회고 작업을 거치는데, 각자의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를 검토해 함께 기록을 남긴다. 

카카오의 업무 플랫폼, 아지트. 사진. 권민수 기자

카카오의 회의 문화는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각 직무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점에서 직원 만족도가 상당했다. 회의 문화 체험을 진행한 카카오 직원은 "제 의견이 회의를 통해 반영이 되니까 주인의식이 높아지는 거 같아요. 그게 바로 카카오 '부심'을 만드는 근원이지 않을까요"라 말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한 관람객의 말이 귀에 남는다. "아, 입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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