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는 김고은이 이번에는 일상에 녹아든 캐릭터로 돌아왔다. “늘 아쉬운 부분만 보인다”던 그의 말과 달리, 신작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김고은의 면면이 담겼다. 정지우 감독과 재회한 김고은을 직접 만나 그 소회를 들어봤다.

Q. 정지우 감독이 예쁜 모습만 찍어준다고 했다는데, 만족스럽나요(웃음).
김고은:
하하, 아쉬운 부분만 보여요. 감독님은 최선을 다하신 것 같은데(웃음).

Q. 이번 작품은 데뷔작을 함께 한 정지우 감독 작품이죠. 출연 계기가 따로 있었나요?
김고은:
처음엔 제게 별 말씀을 안 하셨어요. 시나리오 하나 보겠냐 하셔서 알겠다고 했죠. 평소에도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자주 부탁하시는 편이어서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만나서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자고 하셔서 뵀더니 이 작품을 감독님이 해볼 거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제가 여자 역할을 하면 어떻겠냐고 하시면서 “나는 고은의 지금 이 시기와 이 기운을 담아보고 싶다,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자신이 있다”고 하시길래 “그럼 할게요!”라고 했죠. 자신 있다 하시니까 믿고(웃음).

Q. 작품으로는 정 감독과 7년 만의 재회잖아요. 달라진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김고은:
‘은교’는 첫 데뷔작이기도 하고 영화 현장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무지’ 그 자체였죠.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랐고 더블액션 맞추는 개념과 배우의 위치를 정해주는 티바를 놓는 이유조차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가 저의 갖춰지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 때문도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감독님께서 제게는 티바를 놓지 않고 카메라가 없다고 생각해라,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면 우리가 따라가겠다고 해주셨어요. 정말 연기만 했던 시절이었죠. 그 당시엔 그게 얼마나 큰 배려인지 몰랐어요. 매해 작품하면서 그게 엄청난 배려인 걸 알았죠. 그래서 ‘유열의 음악앨범’을 하면서는 제가 오롯이 감독님께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배우 김고은.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Q. 무해하고 편안한 느낌의 영화였어요.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김고은:
일단 저는 현장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배우, 연출자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분명하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늘 신난 상태로 있죠. 스태프 분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그랬어요. 즐겁게 할 수 있게 제 나름의 노력을 하는 편이거든요.

Q. 정해인과의 재회한 결과는 어떤 것 같나요(웃음). ‘도깨비’ 때에는 너무 짧은 만남이었잖아요.
김고은: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정해인 씨는 정말 많은 작품을 하더라고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 영화를 하기로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정해인 씨를 물어보길래 ‘도깨비’ 촬영 때도 좋았다고 이야기를 드렸던 기억이 나요. 다시 보게 돼 정말 반가웠죠.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일면식이 있는 배우와 함께 하는 건 친근함이 있어서 분명히 좋거든요. 그래야 좋은 진행이 되고 호흡이 안 맞을 일도 없어지니까요. 정해인 씨는 기본적으로 배려를 하려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신뢰가 쌓였고, 그런 느낌이 쭉 갈 수 있었어요.

Q. 영화에서 총 4번의 시점 이동이 그려지는데, 어느 시절의 미수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됐을지 궁금해요.
김고은:
2005년이 저희 영화의 메인이 되는 시기인데, 저는 2000년도의 미수를 연기할 때 가장 공감도 되고 마음도 많이 아팠어요. 미수가 그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미수는 안정적 직업 선택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친구예요. 하지만 사회초년생으로서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였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연도를 촬영할 때 현우에게 연락이 오는 장면을 어떤 목소리로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 김고은.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Q. 시대가 흐르면서 배경과 소품 등이 변하잖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에게도 변화를 주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을까요?
김고은:
제가 가장 경계했던 지점이 10년의 세월이었는데, 사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도 10년 전이나 지금도 외적으로 보나 말투로 보나 큰 변화가 있진 않거든요. 대신에 기운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많이 들었는데, 저는 그런 걸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Q. 영화에 다양한 음악들이 많이 나오는데, OST에 대해 제안을 한 부분은 없었나요.
김고은: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노래를 여러 번 주고받았죠. 실제적으로 채택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찍는 내내 음악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오갔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루시드폴 노래를 좋아한다고도 했었고, 이소라 님의 노래를 보내기도 했죠.

Q. 영화에서 노래와 장면이 가장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면.
김고은:
현우가 뛸 때 ‘오 사랑’이라는 노래가 나와요. 그 장면과 음악의 느낌이 서로 달라서 슬픔이 배가 됐던 것 같아요.

Q. 노래 외에 감독과 캐릭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해요.
김고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감정의 결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면 어때요’라는 디렉션은 주셨지만 미수 캐릭터 자체는 저를 많이 믿고 맡겨주셨어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김고은 스틸컷.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

Q. 감독이 믿고 맡긴 미수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연구하고 해석했나요?
김고은:
시나리오에 나온 성격들을 보며 구축해나갔어요. 앞서 언급한 기운의 변화 등을 최대한 많이 생각했죠.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뭔가를 표현하고 싶어도 오히려 더 줄여나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미수는 차분한 성격인데, 더 욕심을 내면 과해질 것 같았거든요. 너무 많은 것을 구축하다보면 캐릭터성이 짙은 인물로 보일 것 같았어요. 저는 미수를 일상적인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Q. 미수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비슷한 편인가요.
김고은:
제 모습이 묻어나긴 하지만 성격이나 생각하는 지점들은 조금 달랐어요. 저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점점 제 행복 기준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저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면 이제는 그걸 줄이려 하고 있어요.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게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많았지만 그게 가장 행복한 것 같더라고요. 소소함을 잘 느끼고 싶어서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Q. 일을 하지 않을 땐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나요.
김고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예요. 술을 마실 때도, 좋아하는 공간에 가 있는 것도 행복하고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있긴 한데, 시기를 많이 타게 돼요. 아예 안 보고 싶을 때도 있다가 어떤 때에는 배우나 감독에 집중해서 그 인물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다 독파하기도 해요.

배우 김고은.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Q. 직업이 배우인 만큼 그런 작품을 볼 때 생각하는 지점도 많을 것 같은데.
김고은:
일을 하면서 그런 면이 생긴 것 같긴 한데 보통은 영화를 보면서 장점을 찾아내려 하는 편이에요. 제가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어떤 작품이든 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목적이 있다는 걸 잘 알거든요. 이상하게 만들고자 시작한 영화는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쉽게 폄하를 당하는 일이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영화들을 볼 때 ‘이래서 이렇게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봐요. 그래야 저도 행복하거든요.

Q. 그렇다면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유열의 음악앨범’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김고은:
저희 영화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청춘 내면의 고민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모습이 우리들 모습과 참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다이내믹함은 없지만 쉬어가는 느낌의 영화거든요. 좋은 음악 덕에 기분 좋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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