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방송 재개가 결정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사진. 방송화면 캡처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정준영의 방송 복귀를 돕고 출연진 간 내기골프 파문이 일어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던 '1박2일'이 돌아온다.

29일 KBS 측은 "오랜 논의 끝에 올 하반기 방송 목표로 '1박2일 시즌4' 기획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 부활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 방송 시작일과 출연진 등은 모두 미정. 이에 대해 KBS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말 그대로 방송 재개만 결정이 됐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어 설명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1박2일'의 방송재개설은 이미 이달 초부터 각종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방글이 PD가 메인 연출을 맡고 '1박2일'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원년멤버 김종민과 이용진이 시즌4에 함께 한다는 이야기 역시 나왔으나 KBS 측은 "확정된 일이 아니다"고만 말했다. 

2016년 정준영의 몰카 파문 당시 그의 복귀를 적극 타진한 KBS '1박2일'. 사진. 방송화면 캡처
정준영. 사진. 구혜정 기자

KBS가 이토록 몸을 사리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올 초부터 연예계를 강타한 '정준영 단톡방' 파문의 중심에 선 가수 정준영의 복귀를 도운 게 '1박2일'이기 때문. 지난 3월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10개월여 동안 성관계 사진과 영상을 불법 촬영 및 유포한 혐의로 입건, 현재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과거 정준영은 비슷한 일로 이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 2016년 8월 정준영은 전 여자친구에게 '몰카' 혐의로 피소돼 '1박2일'에서 하차했다. 해당 사건은 최근 경찰의 부실 수사로 인해 정준영이 중요 증거인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무혐의가 나온 것으로 밝혀져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정준영이 자숙 기간을 갖고 있음에도 '1박2일'은 그를 방송에서 적극 언급했다. 결국 '1박2일'은 정준영을 다시 기용, 그의 방송가 복귀를 도운 1등 공신이 됐다. 이에 대해 KBS 측은 지난 3월 정준영의 논란 당시 "정준영이 3년 전 유사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의 무혐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기골프 논란에 휩싸였던 '1박2일' 출연자 차태현과 김준호. 사진. KBS1 '뉴스9' 방송화면 캡처

정준영에 이어 차태현과 김준호의 내기골프 논란도 더해지며 '1박2일'은 지난 3월 방송 및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차태현은 현재까지도 자숙 중이며 김준호는 최근 부산코미디페스티벌을 기점으로 활동을 조심스럽게 재개했다.

여러 문제가 있었음에도 KBS가 '1박2일' 카드를 빼든 건 수익성 악화 때문. KBS는 올해 사업손실만 1019억 원에 이르며 2023년까지의 누적 사업손실 전망치는 6569억여 원에 다다른다. 이에 KBS는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여 동안 월화극 편성 중단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경영난으로 인해 전통적인 편성 블록까지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 

이외에도 KBS는 '1박2일'을 통해 수익성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박2일'은 KBS의 대표 장수 예능이다. 2007년부터 약 12년여 동안 시청자와 만나온 '1박2일'은 KBS의 명실상부한 간판예능으로 자리해왔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광고판매 및 부수적 수입이 잇따르던 '1박2일' 카드를 다시 꺼내든 건 KBS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봉착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1박2일'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시지 않은 만큼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KBS에게도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정준영 복귀와 내기골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만큼, 기존 멤버들로만 구성될 경우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방송 재개를 선언한 만큼, 나름의 결단을 내릴 KBS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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