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코리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구글,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등 국내외 콘텐츠사업자(CP)가 통신사에 지급하는 망 비용이 과도하다 지적하자 통신업계는 "말도 안 된다"라며 발끈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의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승리 후 CP들은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6일 "망 비용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구글, 넷플릭스 등 국외 CP와 역차별을 받고 있다 주장해온 네이버, 카카오도 뜻을 함께해 이목이 쏠렸다. 사실상 망 이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같은 편'을 먹은 것이다. 더불어 27일 페이스북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접속경로 변경 등 모든 원인은 상호접속고시에 따른 것"이라 주장해 여론전에 불을 붙였다. 

상호접속고시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에 따라 2016년 1월 시행됐다. 이전까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1그룹(네트워크 망 규모가 큰 사업자) 통신사업자끼리 주고받은 데이터는 정산하지 않아도 됐다. 시행 이후 같은 등급 통신사끼리도 사용한 만큼 데이터 이용료를 서로에게 지급하게 됐다. 이에 통신사가 부담해야 할 데이터 이용료가 늘어났고, CP까지 부담이 전가됐다는 것.

CP의 주장에 통신업계는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고사양 단말이 보급되고,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데이터 정산 제도의 개선이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 상호접속고시다. 유한한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해 도로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한 건데, CP는 교통체증을 유발해놓고도 책임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5G 시대에 고사양, 고데이터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면 망 고도화 투자가 필요하지만 통신사가 모두 부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들 특히 불만스럽게 보는 상대는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다. 한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투자는 인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CP가 한국 전체 트래픽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안정적인 망 환경이 구축돼야 CP도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대용량 데이터가 필요한) VR과 AR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통신사 혹은 통신사 계열의 기업 뿐이다. 통신사가 망 비용을 내부화하는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공정경쟁의 원칙은 깨지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도 저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통신사가 우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수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CP와 협상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명한 팩트는 도로는 좁고, 교통량은 늘어, 트래픽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망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3월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망 이용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불복한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CP에 망 관리책임을 물기 어렵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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