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픽사베이

[미디어SR 권용주 자동차 칼럼니스트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겸임교수] 흔히 ‘남자가 여자보다 운전을 잘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무언가 흐름을 방해하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여성 운전자’로 여기는 남자도 흔하게 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단순한 착각임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유는 ‘운전을 잘한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때문이다.

대체 운전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성에게 ‘잘하는 운전’은 ‘서울-부산’을 남들보다 빨리 주파한 것에 모아지는 반면 같은 질문이 여성에게 주어지면 ‘안전한 운전’이라는 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의 운전은 사고로 연결되기 쉽다는 통계적 사실도 있다. 영국 자동차 전문 포털 카렌탈스UK가 지난 2017년에 발표한 내용은 운전에 대한 남녀의 개념에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운전 중 과태료 부과율이 높고, 벌점도 더 많다. 한 번 이상 교통사고에 연루된 비율도 남성이 57%인 반면 여성은 44%에 머문다. 속도위반 단속에 걸린 남성도 여성의 30%에 비해 15%나 많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의 60%는 교통사고를 낸 경험이 있지만 같은 또래의 여성은 30%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를 놓고 다시 남성과 여성 가운데 누가 운전을 잘하는 것일까를 묻는다면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낼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유럽에서는 여성의 운전 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성이 운전을 더 잘한다’는 편견(?)은 ‘뇌의 구조적 차이’라는 과학적 주장도 한몫했다. 남성의 뇌가 여성보다 공간 인지 능력이 앞서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운전할 때 활성화되는 뇌파의 차이를 살펴봤는데 남녀가 확연히 달랐다. 뇌파의 진동 폭이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적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운전을 못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안전운전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험을 뒷받침하듯 201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도 과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모쉐 호프만의 재미나는 실험 결과가 게재됐다. 공간 인지 능력은 남녀의 차이가 아닌 사회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는 결과였다. 인도 북부에서 각각 부계와 모계 사회로 살아가는 두 부족을 대상으로 공간 인지 능력을 시험했더니 부계사회는 남성이, 모계 사회는 남성과 여성의 공간 인지 능력에 차이가 없음을 발견했다. 교육 수준과 유전적 차이를 감안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그러니 남성이 여성보다 운전을 잘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연구가 사실인 듯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오를수록 운전 잘하는 여성도 함께 많아지고 있어서다. 물론 여성 운전자가 크게 늘어 통계적으로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부 자동차회사가 개설한 ‘여성 드라이빙 교실’ 참여 신청자가 점차 감소한다는 사실은 호프만의 연구를 주목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일까? 여성 구매자가 절반을 넘는 소형 SUV의 여성 구매자를 대상으로 운전 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은 많지 않지만 스스로 정비를 배우는 기회는 꾸준히 제공되고 있다. 공간 인지 능력이 사회적 변화에 따라 향상되는 것에 맞춰 이제는 제품 이해도를 높이는데 치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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