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 flickr 제공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좌단(左袒)과 지음(知音)의 차이...그리고 논란

좌단(左袒)은 왼 좌 옷을 벗어 맬 단으로 웃옷의 왼쪽 어깨부분을 벗는다는 말이다. 표시를 내서 어떤이의 편을 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기(史記) 여후본기(呂后本紀) 고사(古事)에 등장한다. 한(漢)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황후인 여태후(呂太后)가 죽자 그녀의 위세에 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던 유씨(劉氏) 일족과 주발(周勃) 진평(陳平) 등 고조의 유신(遺臣)들은 조왕(趙王) 여록(呂祿), 여왕(呂王) 여산(呂産)을 비롯한 외척 여씨(呂氏)타도에 나선다. 토벌에 앞서 주발은 병사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한다. “한실(漢室)의 주인은 유씨다. 무엄하게도 여씨가 유씨를 누르고 실권을 장악하고 있으니 한실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천하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여씨에게 충성하려는 자는 우단(右袒)하고, 나와 함께 유씨에게 충성하려는 자는 좌단(左袒)하라” 그러자 전군(全軍)은 모두 좌단하고 유씨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한다. 이후 천하는 유씨에게 돌아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호 목적에 의기투합해 실행에 옮긴 사례다.

춘추전국시대의 이름난 거문고 연주가인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는 벗이었다. 종자기는 늘 백아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백아의 마음 속을 알아챘다. 산을 오르는 생각을 하면서 연주하면 종자기는 태산과 같은 연주라 말하고,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흐르는 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백아는 진정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知音) 사람은 종자기밖에 없다고 했다. 지음(知音)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이나 둘도 없는 친구에 빗대어 말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나 심심상인(心心相印)과도 뜻이 통한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의 애기다. 통일신라의 천재 최치원(崔致遠)이 당(唐)나라에서 유학할 때 쓴 5언절구 한시 추야우중(秋夜雨中)의 세로소지음(世路少知音)이라는 구에서도 지음이 나온다. 외국에서 알아주는 사람(지음) 없이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이재용 부회장과 넥슨 김정주 창업주

2년전 우리나라 재판의 판결문에서도 지음이 등장한다. 2016년 12월13일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 혐의(넥슨 게이트)로 1심 재판에서 진 전검사장과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대표는 지음의 관계로 뇌물로 볼수 없다고 판결해 논란을 빚었다. 대법원도 지음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1심과 같은 논리로 진 전검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 추징금 5억219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파기환송 후 항소심도 대법원의 판결대로 진 전 검사장의 공짜 주식 등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로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정주 대표의 뇌물 공여 혐의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법리적 판단 내용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른바 좌단과 지음의 차이는 뭘까? 과문한 탓인지 다 비슷해 보이나 상황에 따라 논란의 여지는 있다고 여겨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다소 결은 달라 보이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선고 기일은 하루뒤인 29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 수수죄에 대한 판결도 함께 내리지만 관심의 초점은 단연 이 부회장이다. 선고 시각은 이날 오후가 될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은 뇌물 인정 여부다.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는지와 박 전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그룹승계 작업에 대한 인지 여부’ 그리고 ‘말 세필 값'이 핵심 쟁점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바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받은 승마 지원금이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준 말 구입비 36억원은 이 부회장 2심은 뇌물로 보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 2심은 뇌물로 인정했다. 대법원이 이부회장의 뇌물공여로 인정하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89억원까지 늘어난다. 회삿돈으로 줬기 때문에 횡령액이 된다. 현행법은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특별한 감형 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 선고가 어렵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좌단, 지음, 이심전심, 심심상인... 단어들의 본래 의미도 판단과 분류가 힘든데 복잡한 상황까지 엉키니 법정안팎에서 논란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백천귀해(白川歸海)의 지혜가 필요할 때

지금 국내 상황은 예사롭지가 않다. 한 일 경제전쟁은 점입가경이다. 28일 오늘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본격 실행된다. 산업현장은 전장터이다. 기업 총수는 장수다. 이재용 부회장도 한일 경제 전쟁의 최선봉에 선 삼성이라는 거대한 함대를 지휘하는 장수다. 그는 오늘도 집행유예라는 현대판 백의종군을 하면서 현장을 누비고 있다. 원칙적으로 백의종군은 죄인을 삭탈관직한 뒤 평민 신분으로 복무하게 하는 형벌이다. 삭탈관직은 관직에서 복무했다는 기록 자체를 말소하는 중징계여서 백의종군이 파직보다도 한 수위 높은 형벌로 인식됐다. 이대목에서 비교가 적절치 않을지 모르나 이순신 장군도 참형을 목전에 뒀다가 선조의 판단으로 백의종군하면서 보국충정의 기회를 새로이 2번이나 얻었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특히 두 번째 백의종군 이후 일본과의 전쟁이었던 임진왜란 막바지에서 전사에 길이 남는 12척으로 대승을 거두고 나라를 지킨다. 조선조 왕들 가운데 다소 처진다는 선조도 이 정도 생각은 하고 살았다. 4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역시 일본이랑 치열한 총성없는 전쟁중이다. 삼성이 가장 강력한 함대이며 이끄는 장수가 이 부의장이라는 사실은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개울은 근원을 달리 했으나 바다로 모이게 되고, 모든 사람은 직업이 다르지만 한결같이 잘 하도록 힘쓴다(백천이원 이개귀어해 백가수업 이개무어치 / 百川異源 而皆歸於海 百家殊業 而皆務於治). 한고조(漢高祖)시절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에서 처음 나오는 애기다. 회남자는 한고조 유방(劉邦)의 손자 유안이 전국의 빈객과 방술가의 지혜를 빌려 제자백가를 집대성해 펴낸 백과사전. 성인(聖人)은 법을 때에 따라 변화시키고 풍속이나 법도도 적당함을 따른다고 한다. 모든 일에 원칙만 찾고 순리로 받아들일 융통성이 없다면 일을 원만하게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은 비상사태다. 서로 달라도 힘을 모아 일을 원만하게 이뤄야 한다. 세계 경제마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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